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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Feb 03. 2018

그것은 오롯이 나의 몫


몇 년 전 우리 가족에게 예측할 수 없었던미리 준비할 수 없었던 불행스러운 일이 일어났다다행스러운 일은 누구 하나 크게 무너지지 않고 서로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었다는 것이다한 명이 미치면 나머지 사람들이 멀쩡해서 그 사람을 버텨주고또 다른 한 명이 미치면 또 나머지 사람들이 버텨주고그렇게 하루하루를 버틸 수 있게 서로가 서로에게 울타리가 되어주었다
  
집안에 막내로서 언제나 어리광만 부리던 나는조금은 더 어른스럽게 사안을 대하고 가족들을 돌보려고 노력했다처음으로 사람에 대한 책임감을 크게 느꼈던 상황이었고생각보다 잘 이겨내고 있었다하지만 문득문득 올라오는 무거운 마음은 내 기분을 다운시켰고 간혹 우울한 기분에 빠지게도 했다그때 한 선생님께서 내게 해주셨던 말을 나는 아직도 잊지 못하고 있고지금도 계속해서 되뇌고 있다


"힘든 것도 각자의 몫이 있는 거다. 네가 너희 부모님의 짐을 덜어드리려고 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네가 그분들의 힘듦을 모두 책임질 수 없는 거야. 너는 너의 몫이 있고, 부모님도 각자의 힘든 몫이 있고. 각자가 오롯이 이겨내야 할 힘듦이 있는 거다."


그 이야기를 들으면서 내가 건드릴 수 없는, 부모님 본인들께서 각자 처리하셔야 할 슬픔이, 힘듦이 있다는 것에 마음이 많이 아팠다. 또 한편으로는 그 선생님의 말씀을 듣고 내 마음도 한결 편안해지는 것을 느꼈다. 
  
각자의 몫. 
힘든 일이 있을 때 서로 의지하고 위로받기도 하지만
나 혼자 오롯이 처리해야 하는 부분도 있다는 거. 
  
이제는 진짜 아는 것 같다. 그때는 미처 몰랐던 부분들을. 한 살씩 나이가 들어가면서 다시 새롭게 느끼게 된다. 
  
우리 모두 나이가 들어가면서 겪게 되는 여러 가지 풍파들이 있을 것이다. 옆에 사람들과 그 힘듦을 나누기도 하기도 하지만, 나 스스로도 나를 돌볼 수 있는 강건한 마음을 가져야 하는 것도 중요할 듯하다. 
  
내가 나를 지키는 힘
그 힘 또한 나 혼자 만들어 낼 수는 없는 것 같다. 그 힘 또한 내 옆 사람에게서 받은 힘을 가져다가 써야 하는 것이다. 이제까지 모아 두고 축적해 두었던 그들의 마음을 조금씩 꺼내서 소비하며 견뎌내는 것이다
  
야금야금. 
많이도 사용하고 있으니 또다시 충전하러 가야겠다. 
충. 전.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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