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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Feb 06. 2018

간 보다 맛 가다

상대방의 마음을 확실하게 알지 못할 때, 상대방의 마음이 의심이 갈 때, 우리는 살짝 뒤로 물러나게 된다. 상대방이 나를 온전히 받아줄 거라는 믿음이 없기 때문에. 그런 믿음 없이 다가갔다가 되려 상처받게 될까 봐 걱정이 돼서 다가가지 못한다. 
  
표정, 말투, 행동,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고 살피게 된다.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게 위해. 어떠한 사인도 놓치지 않으려고 한다. 

이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는 대부분의 사인들을 부정적으로 인식해서 상대방과 거리를 두며 나의 마음이 조금 더 움직이지 않도록 경계하기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가 관계의 줄다리기를 하고, 신경전을 벌이며, 간을 보고 있는 것이다. 
  
네가 한 발짝 올래내가 한 발짝 갈까
어떤 게 나에게 덜 손해일까
  

이런 계산을 하다 보면 우리 관계에 우리도 모르는 거리감이 생기게 된다. 오해라는 장애물들이 하나씩 생기게 되면서 말이다.  직접 묻지 못하고, 직접 표현하지 못해서 생기게 되는 오해들. 

‘쟤는 나랑 안 친해지고 싶은가 보다.’
‘나한테 별로 관심 없는 것 같은데...’
‘내가 싫어졌나?’
  
끊임없이 피어오르는 부정적인 생각들은 나만의 착각인지 사실인지 모르지만, 어느샌가 사실인 양 내 머릿속에 박히게 되어 상대방에 대한 내 마음까지도 고이 접게 만들어 버린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사이좋게 지내던 사람들도 아주 쉽게 관계가 끊어지기도 하는 것이다. 
  
내 마음을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이야기하는 건 생각보다 아주 많이 어렵다.

하지만
거절당할까 봐 무서워서. 
자존심 상할까 봐 두려워서.
나 혼자만 짝사랑했다는 것이 쪽팔려서. 
어떠한 마음조차 표현하지 못하면, 어떠한 관계조차 맺을 수도 없고, 유지할 수도 없는 것 같다. 
  
사실은 상대방도 기다리고 있을 수 있다
당신이 어떠한 마음인지 표현해 주기를 말이다. 

  
우리도 그렇지 않은가.
상대방이 나의 반응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있는 것보다는. 
내 반응에 서운해하고, 
내 반응에 화를 내고, 
내 반응에 야속해 할 때. 
상대방의 마음을 진짜 확인했다고 느끼는 거.  
  
참, 웃기지 않은가?
내 반응에 서운해할 때, 상대방의 마음이 진정으로 느껴진다는 거 말이다. 무슨 변태도 아니고 말이야. 허나, 관심이 없는 상대에게는 서운하거나 화가 나지 않는 것을 보니 이는 자명한 사실 같다. 나의 어떤 말이나 어떤 행동이든 개의치 않아하며 쿨하게 넘어가는 사람에게서 나에 대한 진짜 마음이 느껴지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그러니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는지 아닌지 간 보다가 아무것도 표현 못하는 바보가 되지 말고,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기 때문에 파생되는 감정들을 상대방에게 표현하기를 바란다. 그러면 상대방도 반가워할 경우가 더 많으니 조금 더 용기 내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관계는 맛이 가서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게 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그렇다.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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