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상담자 혜운 Feb 26. 2018

다 너 때문이야

“으아아앙!”
“어이구! 누가 그래쪄! 누가 우리 지선이 아프게 해쪄!”
“얘가 그래쪄!”
“에이, 또치가 나빴네. 때찌때찌! 엄마가 혼내줬어. 이제 안 아프지?”


자녀를 키울 때, 부모들은 흔히 ‘남 탓’하는 것을 자연스럽게 가르쳐 주기도 한다. 아이가 앞을 제대로 보지 않고 뛰어가다가 넘어졌는데도 애먼 바닥을 혼내준다. 그 바닥이 뭔 죄라고.

전문가들은 위와 같은 양육방식이 잘못됐다고 꼬집는다. 아이들에게 남 탓하는 나쁜 버릇을 가르쳐 준다며. 또한 아이들이 남 탓을 하게 되는 원인에 대해 부모의 과잉보호를 손꼽기도 한다. 부모의 지시대로 아이들이 움직인다면 수동적으로 움직인 아이들은 결과에 대한 책임 또한 부모에게 전가하게 된다고 설명한다.  그런 식으로 ‘과잉보호’의 폐단을 설명하기도 한다.
   
따라서, 아이들 스스로 주도적으로 선택하게 하고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질 수 있게끔 양육하라고 여러 통로를 통해 부모들에게 알려준다.
     
나 또한 상담 장면에서 ‘남 탓’만 하는 사람들에게는 쓴소리를 하며, 스스로 책임져야 하는 부분에 대해 따끔하게 말하는 편이기는 하다.
     
하지만 가끔은.
너무나. 내 탓만 하는 사람에게는.
남 탓도 하며 살라고 말해주기도 한다.
     
이는,
세상사 모든 일이 다양한 측면에서 영향을 받기에
실질적으로 내 탓만 있지는 않아서 그렇다.
     
또한
내 탓만 할 경우엔 문제의 해결은 모두 나에게 달려있다는 헛된 생각을 하게 되기에
자신의 영향력을 줄여주기 위해서 그렇다.
실제로도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게다가
남 탓도 하고, 다른 사람 원망도 좀 하면서
위로도 받고, 도움도 받았으면 하는 마음에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다.
사실
이 부분이 가장 클 때가 있다.
     
물론
상대방 입장에서 ‘내가 뭘 어쨌다고 나한테 그래!’라는 마음에 화가 날 수도 있겠다.
하지만
상대방 탓을 하다가도
나중에는 내 힘든 부분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남 탓을 하는 것도
상대방에게 위로를 받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알려주고 싶기도 하다.
     
단,
극단적으로
내 탓만 하며 다른 사람들이 곁에 다가올 기회조차 차단해 버리는 당신에게만
더더욱 필요한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남탓도 하며,
당신의 인생에 다른 사람의 영향력과 위로도 끼어들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 달라고 부탁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내 탓만 한다면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이 들어
상당히 무기력해지고
당신에게 거리감을 느끼며
내쳐지는 느낌을
의도치 않게 받기도 하니까 말이다.


#남탓 #내탓

#어느것도정답이아닌

#관계안에서찾아가는것이정답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홈페이지: 상시상담소(상담신청)

매거진의 이전글 부족한 점이 많아서 다행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