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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Mar 26. 2018

여운이 남는 그 자리

상담을 마치고 나서 곧바로 훌훌 털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내 마음의 무게가 너무 무거워서 물속으로 계속해서 내려앉는 기분이 들 때가 있기도 하다.

상담자라는 직업을 '재미있냐, 보람을 느끼냐'고 질문받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느껴지는 난감함은 여전히 그대로다. 이 '일'을 어떻게 한 마디로 표현할 수 있겠냐마는 하기 싫고, 재미없는 일은 아니다. 다만, 무게감이 엄청난 일인 것만은 분명하다.

상담의 실패는 전적으로 상담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큰 무게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물론, 내담자의 특성도, 내담자의 몫도 분명히 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내담자가 어떤 특성을 갖고 있더라도 상담자가 그에게 가장 적절한 방법을 취해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상담자의 몫이 전적으로 크다고 할 수밖에 없다.

노력은 하지만 인간이다 보니 뜻대로 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를 떠나는 사람들도 있는데, 누군가는 나와 스타일이 맞지 않는다며, 누군가는 상처받았다며, 또 누군가는 무능한 것 같다며 말하고 떠난다. 그런 일을 겪다 보면 무뎌질 듯하지만 절대로 그렇지는 않다. 물론, 이별을 선택한 이유에 대해 이야기를 같이 나눈 후 헤어지는 과정을 함께 했다면 급작스러운 이별로 인한 아픔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상담자도 감정이 있고 생각도 있는 그런 사람이라, 아무리 반복해서 겪고 있더라도 여전히 급작스러운 이별은 마음이 좋지 않다.

그래서...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에서 서로 극단적인 선택으로 일방적인 이별을 경험하지 않게끔 서로가 솔직하게 상대방에 대한 감정과 마음을 표현했으면 좋겠다. 상담자도 알고 보면 사람이니까 말이다.

모든 관계가 그렇지만
상담자와 내담자 간의 관계에서도 솔직성을 베이스로 하지 않으면 관계의 결말은 아프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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