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안녕! 같지만 다른 인사
처음 보는 사람과 인사를 한다.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는 인사와 함께 우리의 관계는 시작이 되는 것이다.
관계를 맺어가는 과정에서 각자 좋아하는 음식이나 노래, 취미생활, 혹은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좋아하는지도 알아가게 되고, 반대로 싫어하는 음식이나 풍경, 혹은 생각들, 그리고 어떠한 행동을 했을 때 싫어하는지 알아가면서 서로가 많은 것을 공유하면서 가까워지는 과정을 함께 겪어 나간다.
그러한 과정에서 우리는 서로 더 좋아하는 마음이 생기기도 하고, 혹은 서로 실망하거나 싫은 부분들이 생기기도 해서 갈등을 겪게 되기도 한다. 그때마다 이야기를 나누면 진심. 좋겠지만 우리는 사소한 것들은 넘어가게 되고 알게 모르게 표현하지 못했던 마음들이 많아지게 된다.
어떠한 관계든 시간이 흐르고, 상황이 바뀌면서 헤어짐을 경험하는 시기가 오게 되기도 한다. 부모-자식 간에도 자식이 장성한 어른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게 되고, 연인들이나 부부 간에도 서로 마음이 맞지 않으면 헤어지게 되기도 하고, 하물며 같은 반 친구들, 동네 친구들, 회사 동료들과도 헤어짐을 맞이하게 된다.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누구나 한 번쯤을 경험하게 되는 과정이다.
그런데 나는 관계를 맺을 때도 서로 알아가고 조율해 가는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보다도 더 중요한 것은 관계를 끝맺을 때 나누는 마지막 인사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상담 장면에서도 우리는 내담자와 관계를 맺었을 경우에는 마지막에 꼭 종결 회기라는 것을 갖게 된다.
그때 우리는 이러한 이야기들을 나눈다.
우리가 이제까지 해왔던 이야기들을 정리를 한 후,
나에 대한 마음은 어땠는지, 서운했던 점 혹은 좋았던 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나 또한 그를 만나면서 어떠한 마음이었는지 이야기를 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조금 더 서로에 대한 마음을 표현하게 되는 것이다. 후회 없이 말이다. 그러한 과정에서 서로가 관계 맺는 패턴에 대해 다시 한 번 더 생각해보게 되고, 각자 관계 형성과 유지를 하는 데 있어서 아쉬운 부분이 있다면 조언을 해주기도 하며, 서로의 오해가 있었다면 새롭게 풀기도 하는 시간을 갖게 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서로 비난을 하면 안 되는 것이다).
(이러한 시간이 별 거 아닌 것 같지만, 상당히 중요하고 의미 있는 대화이다)
이런 이야기들을 나누지 않으면 나는 답답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갑작스럽게 떠난 사람의 마음은 어떠한 건지, 만약 오해가 있다면 풀고 싶기도 한데
내가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마음들을 입 밖으로 꺼내지 못해 소화가 안 된 느낌이 들기도 하다.
그래서 답답하고, 아쉬운 마음이 많이 든다.
그렇게 이별의 인사를 나누지 못한 사람들은 여전히 내 기억 속에 남아있게 된다.
이러한 답답한 마음은
아마도 연인과의 관계에서 더 강하게 느껴질 것이라고 여겨진다.
갑작스럽게 통보받는 이별의 이야기로 인해 남겨진 자는 속시원히 이야기 나눠보지 못하고, 풀지 못한 마음을 계속 안고 가야 하기 때문에 미련이 남기 마련이다.
우리가 드라마를 볼 때도 그렇지 않나?
만약 드라마가 끝에서 한 회기의 내용을 매번 완성을 시킨다면 우리는 그다음 편을 미친 듯이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한국 드라마들은 우리의 심정을 어찌나 잘 아는지 이야기를 정점을 향해 가고 있을 때쯤 끝내버리고, '다음 주에 계속/to be continue/60초 후에 공개'라는 말만 남긴 채 사라진다.
그러면 우리는 미완성의 스토리를 불편해하기 때문에 마지막회까지 보게 되는 것이다.
(어떤 이는 방송을 기다리를 것을 힘들어해서, 마지막회까지 나온 드라마를 본다는 사람도 있다)
이와 같이 우리의 관계도 미완성 교향곡으로 만들지 말고, 서로를 소중히 여겼던 만큼, 혹은 나를 소중히 여기고 내 감정을 중요시하는 것처럼 나와 관계를 맺었던 사람에 대한 배려로서 마지막 인사를 해야 하는 것이 너와 나 모두를 위해 필요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