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어요. 화내면 화낸다고 뭐라고 하고, 또 말 안 하면 말 안 한다고 뭐라고 하고. 내가 뭐만 했다 하면 뭐라고 그래. 나보고 대체 어쩌라는 거예요!”
집단상담 중에 현지씨가 내게 원망하듯 화를 냈다. 현지씨는 집단 안에서 이야기하는 게 점차 두려워지고, 자신이 하는 모든 것들에 대해 비난받는다고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집단 안에서 바라는 특정 모습이 있다고 여기며, 거기에 자신이 부합하지 않는 것 같고, 집단 리더인 나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것 같아서 안달복달하는 상태였다. 리더가 바라는 모습이 있다고 생각을 하고 그 모습을 맞추려고 하다 보니 어려운 것이다.
‘어떻게, 어떻게.’
현지씨는 방법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집단 안에서 관계 맺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과 자신의 마음에 집중하기보다는, ‘어떻게’해야 맞는 행동이고 표현인지, ‘어떻게’해야 리더한테 인정받을 수 있는지 그 부분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렇게 ‘나’에게만 초점이 맞춰져 있는 시간 동안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도 그만큼 놓치고 있었다. 그가 얼마나 외롭고 서운한지 알려고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정답은 없다. 우리는 모든 상황마다, 모든 사람에게 똑같은 기준으로 마음을 표현할 수 없다. 지금 내가 관계 맺고 있는 상대방의 마음 상태에 따라서, 상황에 따라서 우리가 다가가고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 그래서 우리는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듣고, 내 마음 전하는 법을 연습하기 위해 집단에 참여한다. 내 마음이 상대방에게 제대로 전달되기 위해서 이 방법, 저 방법을 다 사용해 본다.
그래서 나는 한 개인의 특성에 크게 주목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의 어떤 모습이 상대방에게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 ‘상호작용적’인 측면에서 지켜볼 뿐이다.
우리는 대체로 ‘내’가 변하면 관계를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의 어떤 부분이 문제이고, ‘내’가 어떻게 하면 되는지 골똘히 고민하고 또 고민한다. 물론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겠다. 하지만 내 문제만 파고든다고 관계에서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특정 관계에서 발생한 문제는 그 관계 안에서만 해결될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상대방의 마음과 내 마음을 함께 고려해서 대처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 방법이라고 할 수 있겠다.
또한 ‘내’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평가될지, 어떤 사람으로 비칠지 고민하며 ‘나’를 변화시키는 것에 몰두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우리는 내 옆에 있는 사람의 마음은 돌보지 못하게 된다. 과도한 자기 몰입은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는데 걸림돌이 되기 때문에 말이다. 따라서 ‘나’에 대한 고민은 이제 그만하고, ‘나와 너’의 관계 안에서 ‘우리’의 마음에 대해 살펴보도록 하자.
지금 너는 어떤 마음이니?
해원 박지선
상시상담소에서 개인상담 및 집단상담 운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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