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크님이 나한테 기대한다고, 그리고 실망했다고 직접 말해줘서 진짜 좋았어요.”
지난 집단상담 마무리 때 커피가 밀크한테 말했다. 그 옆에 있던 라떼가 의아한 듯이 커피한테 물어봤다.
“아니, 서운하고 실망했다는데 그게 좋아요?”
그러자 라떼가 대답했다.
“네, 저한테는 그런 사람이 없었거든요. 저를 좋아해 주고, 저한테 기대하고 실망했다고 이야기하는 사람이 없었어요.”
커피의 대답을 듣고 그 마음을 이해한다는 듯 라떼가 고개를 끄덕였다. 커피는 그동안 눈치가 없고 사회성이 부족해서 사람들한테 영문도 모른 채 미움 당하기 일쑤였다. 싫은 모습이 있으면 옆에 두고 알려줬으면 좋으련만, 그저 멀찌감치 떨어져서 커피를 지켜보고 평가한 후 커피를 못마땅해 여겨 떠나는 사람이 더 많았다. 밀크 같은 친구가 없었다. 밀크처럼 좋으면 좋다, 싫으면 싫다고 솔직하게 이야기하면서 계속해서 커피 옆에 붙어있는 친구. 관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 부정적인 마음도 솔직하게 표현하는 친구. 함께 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는 친구. 그런 친구가 없었다. 그래서 커피는 밀크의 마음이 소중하고 크게 느껴졌던 것이다.
내 모습 그대로 드러내기 무서운 게 바로 그 이유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내가 친구하고 싶은 사람이 나를 떠나갈까 봐. 나는 함께 하고 싶은데 저 사람이 나를 싫어해서 관계가 끊길까 봐 두렵다. 그래서 상대의 눈치를 살피고 예쁨 받기 위해 이렇게 저렇게 열심히도 꾸며댄다. 그렇게 노력하고 꾸며대면 사랑받을 줄 알았는데 애석하게도 우리의 허전한 마음은 여전히 채워지지 않는다. 요는 ‘내 모습을 알게 되면 나를 떠날 거야.’라는 두려움이 마음속을 지배해서 그렇다.
진짜 내 모습을 사랑받을 때 비로소 우리네 마음이 채워진다. 내가 사랑받고 있다거나 내 편이 생겼다는 든든함이 그제야 선명해진다. 그런 관계는 감동이다. 수억 명의 사람들 중 한 명이라도 생긴 모습 그대로 나를 수용해 주는 그런 관계가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을 위해, 그 사람과 함께 살기 위해 살아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이는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준다는 게, 내가 무슨 말을 하든 무슨 행동을 하든 모두 수용해준다는 뜻은 아니다. 내가 어떤 모습을 보여주더라도 내 옆에 계속 있어주는 관계를 말한다. 나도 솔직하게 나를 드러내고, 그 모습에 대해 상대도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과 마음을 드러내는 것. 내 어떤 모습이 싫어도 내 옆에서 내 손을 붙잡고 있어주는 것. 그런 관계를 말하는 것이다.
예전에 한 집단원이 종결할 때 나는 그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은 나에게도 특별한 사람이에요. 당신은 나를 못 미더워했고 부리더 역할도 제대로 못한다고, 능력 없다고 싫어했는데, 그래도 내 옆에 계속 있었잖아요. 내가 그렇게 부족하고 못나 보였어도 내 옆에서 나를 떠나지 않고 있어줘서 진짜 좋았어요.”
그 말을 하면서 울컥 쏟아지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 나도 내 모습 그대로 사랑받을 수 있다고 자신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그동안의 설움에 복받쳤고, 그 사람과의 관계가 너무 소중하고 좋아서, 감동적이라서 눈물이 났다.
누군가의 말처럼 상담이라는 게 별거 없을 수 있다. 내 모습을 그대로 수용 받는 경험. 그것이 전부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별거 아닌 게 미치는 영향력은 너무나 상당하고, 너무나 큰 감동이라서, 그리고 너무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거라서 참으로 소중하다.
심리상담센터 혜운에서 월(모집 중), 화, 수, 토 저녁에 집단상담이 진행 중입니다. 쉽지 않지만 그 관계를 우리와 함께 직접 경험해 봤으면 좋겠습니다. 신청을 원하시는 분은 아래에 링크 주소를 클릭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