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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Aug 08. 2019

결혼| '아, 이 사람이다!'라는 느낌

자유로운 연애. 지금 좋으면 된다는 생각으로 20대에는 즐겁게 연애를 했다. 여러 가지 조건, 성격적 특성에 대한 특별한 숙고 없이 그냥 좋은 느낌, 함께 하고 싶은 느낌에만 의존하며 마음이 이끄는 대로 연애를 했다. 30대에 들어서서 결혼에 대한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제서야 어떤 사람과 살아가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다. 우리 부모를 보며 나는 어떤 아내가 되고 싶은지, 어떤 남편을 만나고 싶은지 고민했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들에게 귀동냥으로 결혼생활에 대해 배우기도 하며, 결혼에 대한 이상적인 상을 그려나갔다. 그렇게 배우자에 대한 환상으로 가득 찬 30대를 보냈다.


책임감과 성실함은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하며 대화가 통해야 했고, 함께 있을 때 유쾌해야 했다. 편안하게 연애했던 20대와는 달리 30대 중반에는 이런저런 조건들을 따지다 보니 사람 만나기가 어려워졌다. 저 사람은 저래서, 이 사람은 이래서 안 됐다. 너는 왜 그것밖에 안되냐며 이렇게 저렇게 변화할 노력을 하라며 상대방을 쪼아대기도 했다. 상대방 또한 나를 쟤고 따진다는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내 마음에 차는 사람인지 아닌지가 중요했다. 대부분 외적인 조건들로 사람들을 봐왔기 때문에 평가 결과는 금방 나왔다. 긴지 아닌지.


그렇게 몇 년을 지내다 보니 오히려 더 명확해지는 것들이 있었다. 아무리 고르고 골라도 최고의 선택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제 자체가 틀려먹었기 때문에 달성할 수 없는 목표였다. 많은 사람들 중 나와 맞는 사람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 사람은 고를 수 있는 물건이 아니었다. 물건처럼 내가 마음에 들어 하는 그 모습 그대로 유지되는 게 아니었다. 물건처럼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건처럼 쓰다가 낡으면 버리고 새것으로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결론적으로 그나마 제일 낳은 최선의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거 자체가 잘못된 생각이었다. 이외에 다른 준비가 필요했다. 사람들 모두 거기서 거기고, 각자 지내고 있는 특성들마다 장단점이 있으며, 누구와 살든, 내가 누구를 선택하든 아무 상관이 없던 거였다. 그저 내가 어떤 사람인지가 더 중요했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가기 위해 필요한 공부는 바로 경험이다. 관. 계. 경. 험. 피상적으로 좋은 모습만 보이며 내 진짜 속마음은 감춘 채 간 보는 관계가 아닌 내 밑바닥도 드러내보고, 상대의 밑바닥도 한 번 보고. 그렇게 서로의 한계를 보고, 한계가 있는 상대를 견뎌내며 관계하는 경험. 그 경험이 아주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체감해간다. (단, 폭력 행동을 하거나 중독 증상 등 사람을 존중하지 않는 태도를 지닌 사람은 물론 예외다. 내가 존중받지 못하는 관계는 일찍이 끝내야 한다)

이와 같이 밑바닥을 보며, 한계를 서로 수용하며 함께 하는 게 왜 중요한지 아래의 글들에서 확인할 수 있다.

https://blog.naver.com/na0914ji/221307328322


https://blog.naver.com/na0914ji/221482852135

'솔직할 수 있는 용기'

제대로 된 진짜 관계 경험. 서로의 밑바닥을 보고, 한계를 수용하며 함께 할 수 있는 관계를 하기 위해서는 솔직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상대에게 느끼는 감정이나 생각들을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용기. 그러기 위해서는 내가 느끼는 여러 가지 감정들, 생각들 중 숨기고 싶은 모습이 있으면 안 된다. 유치해 보일까 봐, 치사해 보일까 봐, 집착하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혹은 차가운 사람, 비교하는 사람 등. 상대에게 보이기 싫은 내 모습이 있다면 솔직해지기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지 않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희망하듯이 '아! 이 사람이다!', ‘이 사람 없으면 죽을 거 같아!’라는 확신으로 결혼을 하기는커녕. '이 결혼을 하는 게 과연 맞을까?'라는 회의감으로 시작했다. 시작이야 어쨌든 지금은 서로 다른 욕구와 서로 다른 부부 상을 가진 채 함께 살아가고 있다. 그렇기에 서로 다른 지향점을 향해 뜨겁게 갈등하고 있는 중이다. 처음부터 결혼에 대한 환상, 상대에 대한 기대가 없이, 마이너스 감정에서 시작된 이상한 관계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지금 우리가 좋기도 하다. 상황에 맞춰 자기 기만으로 합리화를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구태여 이렇게 말하고 싶다. 우리 서로 함께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가고 있는 중이라고. 그리고 그 과정을 겪지 않을 부부는 없으며, 우린 단지 일찍 겪고 있을 뿐이라고 말하고 싶다.

#결혼 #연애 #사랑 #부부 #부부싸움 #갈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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