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과 나는 산부인과 병동 입원실에 있다. 며칠 전 분만을 하고 입원 중이다. 이제 겨우 정신을 차리며 숨을 돌리고 오늘부터 모유수유를 시작했다. 내일부터 본격적으로 모유수유를 시작한다면 커피를 못 마시는데 그게 제일 아쉬웠다. 마지막 라테를 즐기기 위해 밤늦은 시간 사복으로 옷을 갈아입고 병실을 탈출했다.
천천히 음미하는 따뜻한 라테 한 잔. 목 뒤로 넘기기 싫을 만큼 아끼며 마시고 싶었다. 이렇게 맛있을 줄이야. 사람들이 북적대는 카페에서 남편과 함께 핸드폰으로 쇼핑을 하며 즐거운 티타임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눈물이 왈칵 터졌다.
“수유 거절했더니 가슴이 너무 아파...”
“왜, 가슴이 부풀어 올랐어? 아파?”
“아니... 마음이 아파...”
“아이구, 내 새끼 밥 못 먹인 거 같아서 마음 아팠어?”
“응...”
커피맛을 음미하며 아껴 아껴 마시고 있는 도중에 신생아실에서 수유 콜이 왔다. 마시던 커피를 버리고 나가는 것도 아쉽고 병실로 가서 옷을 갈아 입고 수유 준비를 한 상태로 내려가기까지 소요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았다. 그 시간 동안 우리 아가가 나를 기다리면 배가 고프고 힘들 것 같아서 내일 아침 일찍 내려가겠다고 이야기하며 밤중 수유를 거절했다.
가슴이 미어졌다. ‘우리 아기가 나를 기다리는데 내가 거절했다.’, ‘우리 아가가 엄마 찾는데 엄마가 매몰차게 걷어찼네.’ 가슴 아팠다.
나만의 의미부여로 쓸데없는 죄책감일 수도 있다. 생후 3일 된 신생아는 아직 엄마를 사람으로 인식하지도, 엄마-아기라는 관계 도식도, 매몰찬 엄마에게 서운한 감정도 없다. 그 아이에게 ‘나’라는 엄마는 단지 허기짐이라는 불편감을 해소해주는 우유로 인식될 뿐이다. 나 혼자만이 아가와 나를 자식과 엄마라는 관계로 인식할 뿐이다.
육아는 장기전이다. 힘을 분배해서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일관된 행동과 태도를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스스로 되뇌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 순간 최고의 엄마로서 다하지 않는 내 모습을 스스로 비난하며 죄책감에 빠지게 된다.
스스로 다시 한번 상기시키며 남편에게도 부탁한다. 엄마는 아가가 재채기 한번만 해도, 열이 나거나 똥색이 달라지기만 해도 죄책감에 시달릴 수 있으니, 행여나 내가 합리적인 사고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면 ‘괜찮다고. 우리 힘으로 모든 것을 통제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고.’ 다시 한 번 말해달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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