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거야

괜찮아, 괜찮아질 거야.라는 말의 터무니없음.

by 박지선
‘이번 일은 내게 트라우마(trauma)로 남을 것 같아’

언제부턴가 ‘트라우마’나 ‘외상’이라는 단어 자체가 대중매체나 사람들 사이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실제로 우리나라도 ‘삼풍백화점 붕괴’, ‘대구 지하철 참사’, ‘세월호 사건’ 등 국가적 재난을 경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은 직·간접적으로 다양한 사람들에게 심리적·사회적 기능에 손상을 줄 수도 있는 사건들이다. 자연재해나 폭력 범죄와 같은 일회적인 외상이나 큰 사건이 아니더라도 작은 사건(event)이 ‘반복적’으로 발생한다면 그러한 외상으로도 사람들에게 심리적인 손상 혹은 성격구조의 결함을 일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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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 외상과 관련된 연구들은 그러한 경험으로 인한 심리적 고통과 그 피해에 초점을 맞추는 병리적 모델(pathogenic model)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1990년대에 이르러 긍정심리학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연구자들도 병리적인 부분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벗어나 인간의 성장을 지향하고 촉진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특성들과 관련된 변인들에 더 관심을 갖게 되었다. 이러한 외상 경험 이후에 나타나는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에 영향을 미치는 특성들은 무엇이 있을까?


아래의 연구자들은 외상을 경험한 여자 대학생들이 외상 후 성장(posttraum growth)을 이루는데 ‘성인애착(타인과 관계를 맺는 형태)’과 ‘스트레스 대처방식’이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보고자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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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여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알아낸 결과 중 눈에 띄는 것이 전쟁, 재난 등과 같은 사건들을 경험하는 경우는 매우 적고,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경험하는 다양한 사건과 같은 외상 유형이 더 많았으며, 그러한 일상생활의 사건들에 대한 주관적인 고통 정도 또한 재난이나 질병 및 사망과 비슷한 수준으로 경험하고 있다는 것이었다(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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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문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임상 장면에 있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퍼져있는 생각은 내담자들이 경험하는 외상 사건은 재난, 재해, 전쟁과 같은 굵직한 사건들보다는 애상 외착, 즉 중요한 타인(예, 주양육자, 친지 등)과의 경험에서 발생하는 심리적·신체적 손상을 경험하는 경우가 더 빈번하다는 것이다.


또한 우리는 외상 사건을 경험한 사람들에게 쉽게 이렇게 이야기한다.


'시간이 약이야,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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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아래의 표 2에서 보이는 것과 같이 외상 후 성장과 외상 후에 시간이 얼마나 경과했는지는 상관이 없다. 우리는 시간이 지난다고 해서 이전의 외상 경험이 자연스럽게 없어진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참, 재미있지 않은가? 그냥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럽게 잊게 되고 마음의 상처 또한 괜찮아지며 좀 더 나아질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외상 후 마이너스되었던 심리적 '손상'이 -> '손상 없음'으로 되돌아왔는지는 알 수 없는 결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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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중요한 것이 우리가 이전에 중요한 타인과의 관계에서 애착을 어떻게 형성했느냐에 따라 외상 경험들을 처리하는 능력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이전에 안정애착을 경험했던 사람들은 이후에 외상과 같은 사건들을 경험해도 견뎌낼 수 있는 힘이 있기 때문에 본 논문에서 안정애착의 유형의 사람들은 배제시켰다. 그 외에 회피 애착과 불안 애착 유형을 지닌 사람들이 외상 후 성장을 어떻게 경험하는지를 보고자 하였다.


또한 '스트레스 대처방식'의 종류 중 어떠한 방법이 외상을 겪은 후에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키는데 도움이 되는지 보고자 하였다. 본 논문에서는 기존의 연구자들이 제안한 3가지 방법을 언급하였는데, 이는 다음과 같다.

문제 해결 중심 대처: 상황을 피하지 않고 직접 뛰어들어 해결하려는 경향

사회적 지지 추구 대처: 역경에 처했을 때 정서적이든 도구적이든 인간이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대인 접촉 요구를 반영

회피 중심대처: 문제 상황에 맞부딪히기보다는 심리적인 거리를 두고 외면하려는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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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결과, 외상 후 성장을 예측할 수 있는 변인들은 애착 유형에서는 '회피 애착'만, 그리고 스트레스 대처방식에서는 '문제 해결 중심'만 유의미하게 외상 후 성장을 예측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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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일까?

회피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스트레스 상황을 위협 자극으로 여기며, 이러한 상황에 대한 기억이나 감정들을 억제고 피하려는 경향성 높기 때문에 그 사건을 이겨내고 성장할 가능성이 희박하기 때문에 일관되게 외상 후 성장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반면에, 불안 애착을 형성한 사람들은 일관되게 회피를 하거나 혹은 일관되게 접근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한쪽 방향으로 예측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또한, 스트레스 대처방식 중 사회적 지지 추구를 하는 경향성도 자신의 힘듦에 대해 극복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타인에게 위로나 지지를 받는 것뿐만 아니라, 반대로 자신이 힘든 상황을 겪고 있다는 것으로 인해 타인의 관심이나 애정을 받을 수 있게 됨으로써 자신의 힘듦을 지속적으로 악이용 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 또한 외상 후 성장에 이렇다 할 일관된 결과를 나타내 보일 수 없을 것 같기도 하다.


우리는 스트레스적인 사건에 대해 직접적으로 대처하고 해결을 해야 하며, 안정애착을 지니고 있어야 외상 사건을 경험하더라도 이를 잘 극복하고 오히려 성장의 기회로 삶을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 해결중심적인 접근을 해보자면 주변 사람들이 흔하게 겪는 대인관계적인 애착 외상을 경험한 사람들에게는 다른 형태로 관계를 재경험하는 것이 직접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신뢰 로운 관계 안에서 타인에 대한 불신이나 자신에 대한 수치심을 드러내고, 이러한 감정들을 조절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면 (containing & holding), 그리고 이러한 관계의 재경험 과정을 지속적으로 경험해 간다면 이전의 스트레스적인 사건으로부터 벗어나도록 하는데 다른 무엇보다 더 큰 기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은 누다심의 심리학 아카데미 '과학자-전문가 준비반(월요일 오전)'에서 김아름님이 발표하신 다음 논문을 근거로 하고 있습니다.
양난미, 이은경, 송미경, 이동훈 (2015). 외상을 경험한 여자 대학생의 성인애착과 외상 후 성장과의 관계에서 스트레스 대처방식의 매개효과. 상담학연구, 16(1), 175-197.

http://blog.naver.com/na0914ji/22076580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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