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비 속 예쁜 엄마들

by 박지선

아이를 키우면서 무릎 나온 바지, 떡진 머리는 안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집에만 있더라도 깔끔하고 정갈한 모습을 유지하고 싶었다.

스스로 그 바람을 이루기 위해 임신해서도 외출할 때는 항상 화장하고 머리를 곱게 다듬었다. 예쁘게 꾸민 날은 잠깐씩 비치는 내 모습에 기분이 좋아져서 뿌듯했다. 그렇지 않으면 내가 너무 꼬질꼬질해 보여서 기분이 더 가라앉으니까. 부지런을 떨었다. 집에 있는 날에도 꾸준히 깔끔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나마 홑몸일 때만 이룰 수 있는 어려운 바람이었다. 몸은 임신 때가 더 무겁고 힘들었지만, 내 몸을 가꾸는 것은 외려 지금이 더 어렵다.

머리를 매만질 시간이 물리적으로 없다. 아이가 혼자 잘 노는 편이라 그 시간에 매무새를 다듬어도 되지만 그 일에 시간을 할애하는 게 미안하다. 아이가 백일이 되기 전에는 나를 별로 개의치 않으니 그나마 가능했지만, 지금은 혼자 놀다가도 나를 빤히 쳐다보니 마음 편히 다른 일을 할 수가 없다. 그나마 집안일하고 밥 먹고 하면 시간 다 간다.

어찌 보면 부족한 시간도 핑계일 수 있다. 그보다는 우울하고 무기력한 내 감정상태가 더 큰 원인을 제공하지 않나 싶다. 그냥 귀찮다. 모든 게 다 귀찮다. 그래서 항상 잠옷 차림에 어수선한 머리를 하고 건조하고 푸석한 얼굴로 지낸다. 너무 건조해서 피부가 갈라지는 느낌이 들지만 그냥 둔다. 웃기게도 내 얼굴은 갈라져도 아이 피부는 지키고 싶어서 아침부터 가제손수건에 물을 묻혀 얼굴을 닦고 크림을 발라준다. 우울해도 그건 움직이게 된다.

출산 후 기본적으로 우울이 짙게 깔려있다. 못 본 척, 없는 척 지내려고 하지만 문득문득 그 우울이 나를 덮친다. 몇 개 안 되는 놀잇감으로 반복해서 놀아주고, 뜻이 없는 아이의 옹알이에 의미 부여하며 나 혼자 반복해서 떠들어 대는. 그 모든 반복된 일상이 지독하게 찐한 지루함을 남긴다. 남편조차도 재미없고 우울한 나를 이해하지 못한다. ‘아이가 당신에겐 힘이 안되나 보다.’, ‘정신적으로 많이 나약한 사람이다.’고 생각한다.

나도 티비 속에 나오는 엄마들처럼 예쁘고 상큼한 모습으로 아이와 날렵하게 놀아주고 싶다. 하지만 나의 현실은 잠옷 차림에 퀭한 눈을 하며 하루하루 미션을 그나마 수행해 나가고 있다.

시간이 없는 것도 맞지만, 엄마인 나는 우울해서 꾸미기를 멈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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