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는 게 아무리 힘들어도 이 상황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원동력이 있는데, 그것은 아이러니하게도 그 상황을 이끌어낸 아이이다. 아이를 보며 생각한다. 아이는 어미가 자신을 돌보지 않으면 안 되게끔 귀여움을 온몸에 장착하고 나왔구나. 모든 신체구조가, 모든 움직임이 하나하나 다 귀엽고 사랑스럽다.
아이를 낳기 전에는 밤중에 집에 혼자 있을 때 무서움에 떨었던 적이 많다. 혹시나 강도가 들어올까 봐 무서웠고, 그렇다면 난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다치는 건 아파서 싫은데 어쩌지. 하는 불안감이 높았다. 그런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신기한 경험을 했다. 잠투정을 하는 아이를 안고 집안을 왔다 갔다 걸어 다니는데, 그때 퍼뜩 든 생각은 어떻게 하면 아이를 지킬 수 있을까였다. 강도가 들이닥치면 어쩌지? 하는 불안한 상상은 똑같았지만 그 상황을 대비하는 내 태도는 달랐다. 놀랍게도 나는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강구하고 있었다. 나에게 아이라는 존재가 한낱 가벼운 귀여움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더 엄청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그러하다.
충만한 감정을 만끽하지만 한편으로는 걱정하는 마음이 생긴다. 앞으로 이 아이와 어떤 관계를 형성하게 될까. 서로가 상대에게 어떤 마음을 품게 될지 궁금하고 두렵다. 너를 위해 죽을 수도 있겠다. 에서 너 죽고 나 죽자로 변할 날이 있을 것이고 아예 무관심하게 지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래는 너무 활짝 열려있어서 예상이 안 된다.
어느 부모도 처음부터 아이와 나쁜 관계를 맺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아이를 처음 마주했을 때 지녔던 마음이, 태도가 변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을 뿐이다. 다만 나는 그 이유가 변명이 되지 않게끔 노력하고 싶은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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