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 많은 엄마라더니

by 박지선

임신 37주였던가, 초음파를 하던 중 의사가 이전과 다르게 반복해서 아이 크기를 검토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괜스레 불안한 마음이 올라왔다. ‘아기가 못 크고 있네요.’ 무심하고 가볍게 던진 그 말에 나는 순식간에 눈물이 터졌다. ‘제가 뭐 잘못한 거예요?’, ‘제가 안 좋은 거 먹어서 그래요?’ 울먹이며 질문하는 내게 의사가 웃으며 물었다. ‘어떤 안 좋은 것을 먹었는데요?’, ‘커피도 자주 마시고, 과자랑 빵이랑 인스턴트 자주 먹었어요.’, ‘그런 음식들과는 상관없어요.’라고 답하며 웃는데 나는 내 탓을 하는 생각들을 멈출 수 없었다. 진찰을 받고 나와서도 한참을 펑펑 울었던 것 같다.

아이에 대한 미안한 마음은 그 이후에도 지속됐다. 첫 30일 동안 내 입에서 가장 자주 나왔던 말은 ‘미안하다’였다. 아가, 엄마가 미안해. 아가. 아가. 힘들었어? 그 말을 얼마나 자주 했는지 모른다. 무지해서 미안하고, 덤벙대서 미안하고, 힘이 없어서 미안하고, 잠이 많아서 미안하고, 모유가 안 나와서 미안하고. 식습관이 안 좋아서 미안하고, 살찌게 해서 미안하고. 아이에게 벌어지는 모든 일이 미안했다. 내 탓이 아닌 것 같아도 다 미안했다.

지난밤에는 아이가 깊은 잠을 잤다. 아침 느지막이 일어난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신나고 기대하는 표정으로 엄마를 찾고 있었다. 꺄르륵 꺄르륵. 즐겁게 아침인사를 한 후, 아이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옷을 벗겼다. 몸이 더 빨갛게 달아올랐다. 태열이 심해졌다. 배, 가슴, 등. 밤새 땀이 났었나 보다. 옷을 갈아입히고, 로션을 발라주며 혼잣말을 힘없이 해댔다. 엄마가 관리를 못해줘서 미안하다고. 우리 아가 엄마가 많이 미안하다고. 무거운 마음으로 웃으면서 말했다. 쓰린 마음에 핸드폰으로 미친 듯이 검색을 한다. 아이를 키우는 친구들에게도 질문하고, 아이의 상태를 수시로 확인했다.

별일 아니라고, 지금은 그럴 수밖에 없다고 모두가 이야기를 하지만 내 마음이 쉽게 편안해지지 않는다. 노력했는데, 애써왔는데 그동안 조금은 나아지는 듯하여 보상이라도 받은 듯 기뻤는데. 어쩌면 이렇게 한순간에 뒤바뀌는지 원망스러울 뿐이었다. 스스로 마음을 다잡지만 더 큰 문제로 발전하게 될까 봐 걱정이 멈춰지지 않았다. 어렸을 때 아토피 때문에 친오빠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밤마다 엄마는 얼마나 또 애써왔는지 알기에 나는 더 두려웠다. 내가 이 아이에게도 똑같은 고통을 줄까 봐. 모유수유를 하면서 음식 관리를 소홀히 했던, 먹고 싶은 것들 모두 다 먹는 나 자신을 탓하며 가슴을 쳤다.

멀리 보자. 하나에 집착하지 말자. 다짐해 보아도 쉽지 않다. 남편은 아이에게만 집중하지 말고 다른 곳에도 시선을 돌리자고 한다. 아이에게 너무 몰입하고 있어 큰 일이라고 한다. 그럴 때마다 종종걸음을 멈춰 서서 객관적인 시선을 가지려고 노력해보려 한다.

요즘엔 가스가 많이 찬다. 똥방귀를 하루에도 몇 번씩 껴댄다. 모유수유를 하다가도, 아이를 재우다가도 방귀를 자주 뀐다. 소리에 놀랐는지, 냄새에 놀랐는지 아기는 울어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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