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보다 친정엄마
친정엄마가 집에 오면 진짜 쉬는 기분이 든다. 아이와 놀아주고 재워주고. 맛있는 반찬도 갖다 주고. 능숙하고 재빠르게 움직여서 나는 그저 아이에게 편안한 웃음만 지어주면 된다. 엄마가 오는 게 기대되고 기다려진다.
남편과 있을 때는 입장이 뒤바뀐다. 아이 낳기 전에는 집안일에 있어서 남편이 나보다 월등했기에 남편이 대부분 도맡아 하거나 나를 가르쳤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고 나서는 순서가 뒤 바뀌었다. 내가 더 많이 공부하고 더 자주 접하게 되니 남편이 내게 묻거나 내가 미리 알려주는 경우가 많아졌다. 아마 육아는 엄마 전담이라고 생각하는 남편의 사고방식이 한몫하기도 했을 것이다.
아이는 몇 가지 이유로 우는데 우리는 그에 맞는 적절한 반응을 해야 한다. 그때마다 남편은 내게 물었다. 나도 잘은 모르지만 남편보다 나았기에 아이의 현재 욕구와 그에 맞는 액션은 무엇인지 알려주었다.
차라리 내가 하는 게 속 편하겠다 생각한 적도 더러 있었다. 특히 신생아 때는 남편의 행동으로 아이가 불편함을 느낄까 봐 불안할 때가 종종 있었다. 그럴 때마다 내가 하겠다고 나서고 싶었지만. 그렇게 되면 이이와 아빠 관계를 내가 방해하는 거니까. 지금 이 순간들은 그 둘의 관계가 형성되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니까. 참견하고 뺏고 싶었던 순간들을 참아냈다. 아이를 돌보면서 실수도 하고 감동도 받으면서 아빠는 아이에게 미안한 마음도, 애틋하고 사랑스러운 마음이 더 짙어질 거니까.
게다가 아이의 안전을 언제나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건 아니고, 남편 또한 나 못지않게 아이를 생각하니까 참고 견디라고 스스로에게 말했다.
내가 나서지 않고 남편에게 아빠의 자리를 마련해주는 것은 아이를 돌보는 것도 자신의 일이라고 여기게끔 하고 싶은 속내도 있다. 남편은 대체적으로 아이를 양육하는데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하지만 이내 느슨해진다. 따라서 내가 할게.라는 마인드로 양육했다가 나 혼자 육아를 하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그러다 보면 나만 아이를 돌본다고, 내 자식이기만 하냐고 화낼 게 분명하기에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 준다.
내가 그냥 해버리면 지금 당장 편할 수 있다. 입 밖으로 이야기했다가 자칫 예민한 상태에서 싸움이 될 수도 있으니까. 갈등을 피해 내가 하고 말아 버리면 나중에 더 큰 싸움이 일어나거나, 아이와 아빠 사이에 추억이 없을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부부간의 갈등, 아이의 불안감 증폭, 아빠의 소외감과 서운함이 커질 수도 있으니까. 지금 당장 성에 안 차고, 꼭 시켜야만 하는 상황이 답답하고 귀찮아도 차근차근 요청한다. 그렇게 아빠의 자리를 만들어 주어야 아이와 나, 남편에게 좋을 거라고 믿기 때문에.
#임신
#육아
#출산
#부부갈등
#부모교육
#산후우울증
#육아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