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정해진 시간에 힘들이지 않고 바로 잠들었다. 이 얼마나 달콤한 순간인가. 아이 없이 남편과 오롯이 즐길 수 있는 우리 시간. 내 시간. 특히나 남편과 기다리던 드라마를 본방 사수할 수 있다니. 크크크. 생각만 해도 웃음이 나서 안방 문을 조용히 닫고 나왔다. 소파에 앉은 남편도 함께 신났다. ‘자?’, ‘응,’
소파에 앉은 지 5분이나 지났을까. ‘으애애애앵~~~~’ 아이가 우는 소리가 들렸다. 이제 우리 부부도 노련해질 대로 노련해져서 서둘러 방에 들어가지 않았다. 울음소리가 들리자 서로 같은 생각이라는 의미의 눈빛을 주고받은 후 살금살금 방문 앞으로 다가가 조용히 귀를 댔다.
멀리 있는 남편이 묻는다. ‘뭐해?’ 아이 울음소리가 이어지지 않는 걸 보아하니 잠꼬대였던 것 같은데, 문을 열고 들어가서 확인해야 하는지 고민 중에 있던 나는 그 자리에 멈춰 서있었다. ‘그냥 잠꼬대인 거 같아서’, ‘그럼 이리 와.’, ‘그런데 또 혼자서 숨죽여 울까 봐.’, ‘그럼 들어가 봐.’, ‘그럴까?’
살며시 방문을 열고 들어갔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이는 눈이 시뻘게져서 입을 오물거리며 조용히 울고 있었다. ‘아가~~’라고 부르자 아이는 나를 바라보며 빨개진 눈을 하고선 웃는다. 그 모습에 나는 순간 울컥했다. 잘 자라고 괜찮다고 토닥여준 후 잠든 모습을 확인하고 다시 방을 나왔다.
“여보 방금 나 울컥했어.”
“왜?”
“아기가 눈이 빨갛게 부어서 울다가도 내 얼굴 보더니 그냥 웃는 거 있지.”
“그게 엄마지.”
“내가 뭐라고. 대체 내가 뭐라고.”
“엄마지.”
———
어제는 아이를 목욕시키다가 인중에 물을 촉촉이 올려준다는 게 생각보다 많은 물을 콧속으로 넣어버렸다. 코에 물이 들어가자 아이는 숨이 막혔는지 잠시 호흡이 멈췄고 숨을 토하듯 기침을 해댔다. 얼마나 놀랐는지 숨이 터져 나올 때 울음도 같이 터져 나왔다. 아이를 진정시킨 후 다시 목욕을 진행하는데 이번엔 손목에 힘이 빠져서 아이를 놓쳤다. 그 바람에 아이가 물속에 고개가 떨구어져서 물을 또 먹었다. 놀란 눈을 하고 컥컥거리는데 어찌나 미안하던지.
물기를 닦고 로션을 발라주는데 눈물이 나서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아이에게 물을 먹인 게 미안해서 그런 게 아니라 물을 먹인 엄마가 뭐가 그리 좋다고 웃는지 짠한 그 모습이 안쓰러워서 눈물이 났다.
엄마라는 자리는 무슨 짓을 하더라도. 어떤 모습을 하고 있더라도. 아이에게 조건 없이 사랑받는 자리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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