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칭얼거리는 게 이해가 되는 걸

by 박지선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이었던 것 같다. 이전보다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면서 나는 부모님과 떨어져 독립된 방에서 혼자 잠을 자야 했다. 넓은 집으로 이사 왔다는 설렘이 있었지만 겁이 많았던 나는 밤마다 준비를 단단히 했어야 했다.

아직도 기억난다. 방에서 혼자 잠드는 것이 무서워서 인형들을 내 옆에다 나란히 눕혀 놓던 잠자리 준비 시간. 큰 오리 인형. 강아지 인형. 공주 인형 등. 그들이 나를 지켜줄 거라 여기며 양옆에 빼곡히 눕혔다.

잠이 드는 것은 어렵지 않았으나 새벽에 갑자기 깼을 때가 문제였다. 눈을 떠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어둠에 적막까지 흐르니 숨 쉴 수 없을 정도로 무서웠다. 그런 상황에서 큰소리를 내는 것도 겁나 많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을 그때 알게 되지 않았을까. 무서움에 떨며 정말 작은 목소리로 귓속말하듯 엄마를 불렀다.

그때 참으로 신기한 일이 일어났다. 내가 들어도 엄청 작은 소리였는데. 저 멀리 안방에 있던 엄마가 내 방에 달려왔다. 어떻게 내 목소리가 들리지? 나이가 꽤 들어서까지도 신기하게 생각했던 엄마의 능력이었다.

엄마를 한번 불렀는데도 엄마가 오지 않으면 다시 한 번 불렀다. 그러면 엄마는 어김없이 내 방으로 왔다.

엄마가 와서 ‘얼음 땡!’ 해줄 때까지 꼼짝 않고 가만히 있었다. 땡! 하고 풀려나면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 편히 잘 수 있었다.

우리 아기가 지금 그렇다. 이제 엄마를 알아가고, 엄마와 자신이 얼마나 멀어지는지, 그리고 눈에 안 보이는 엄마는 사라져 버리는 사람으로 인식하는 우리 아기는 엄마를 부쩍 찾는다.

밤에 잠들면 잘 자던 아기가 잠든 후 초반 1-2시간 동안 자주 깨서 나를 확인한다. 처음에는 아기를 재우고 나와서 다른 집안일들을 했는데, 어차피 방에서 나가봤자 아기가 금세 또 부르니 그냥 포기했다. 엄마가 옆에 있다는 믿음이 생길 때까지 잠든 후 초반 몇 시간 만이라도 옆에 있기로 했다.

옆에 있는 동안 같이 잠도 자고, 그림도 그리고, 핸드폰으로 놀기도 하고. 옴짝달싹 못하는 감옥 같지만, 밖에 쌓여 있는 집안일을 아예 포기하고 나니 나름 이 시간을 즐기기도 한다.

엄마와 분리되어 불안한 아기의 마음은 책으로 배운 것보다 경험적으로 익히 잘 알고 있어서, 칭얼거리는 아기가 그닥 버겁지 않다. 또한 아기니까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니 화가 나지 않는다.

배고프다고 울고. 졸리다고 울고. 심심하다고 울고. 낯설고 불편하다고 울고. 안아달라고 울고. 뭐만 하면 울어대는 아기에게 화가 나지 않는 게 (물론 순한 편이라 그럴 수도 있지만) 그 울음과 짜증이 당연한 거라고 생각이 들어 그런 것 같다.


요즘에는 잠이 들기 전 내 옷이나 팔. 다리 등 어딘가 맞닿아 있어야 한다.



#육아 #출산 #분리불안 #엄마바라기 #엄마껌딱지 #그것도이때뿐이지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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