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없었으면 우리 둘 다 우울해지거나 일중독으로 살았을 거야 그렇지?
거실에서 아이와 놀다가 느닷없이 이 말이 튀어나왔다. 남편도 내 말에 공감하며 아이 낳기를 잘했다고, 그렇지 않냐며 나에게 동의를 구했다.
아이가 생기면서 변화가 찾아왔다. 특히 내 삶에는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직장, 학업 모두 포기해야 했고, 집도 이사하고, 사람들을 만나는 시간과 장소, 활동에 많은 제약을 불러일으켰다. 제한적인 삶에 숨이 막히기도 했다. 예전처럼 자유롭지 못한 내 몸과 삶이 답답하고 무기력하기도 했다. 임신과 출산, 육아에 적응하는데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신체적. 환경적 변화에 어느 정도 적응하고 수용하면서 아이로 인해 변화하는 또 다른 부분에 시선이 가기 시작했다.
아이와 함께 살아가면서 주변 세상이 다르게 보인다. 딸, 아내, 엄마, 며느리라는 다양한 입장의 역할들을 해나가면서 보이지 않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관심 없던 사람들에게 관심이 가기 시작했다. 타인의 삶과 환경, 그들이 겪고 있는 사회적 시선의 타당함을 따지게 되었다. 공감되지 않던 마음들도 이해되기 시작했다.
메마르고 차가웠던 내 가슴에 숨을 불어넣었다. 사랑을 심어 주었다. 나에게만 국한돼있던 관심과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도 나눌 수 있을 정도로 풍성해지게끔 만들어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