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하지 않은 육아

by 박지선

점심에 분유를 생각보다 많이 줬는데 아기가 다 먹었다. 어떤 날은 많이 먹고 어떤 날은 적게 먹는 게 스스로 조절하는 것 같아서 넉넉히 주었다. 배부르면 그만 먹겠지 싶은 생각에 믿고 맡겼다.

자기도 모르게 많이 먹었는지 놀다가 역류하는 표정을 보였다. 옆에 있는 내 친구는 아기를 보며 괜찮냐고 물어봐주소 놀란 것 같다며 토닥여줬다. 평상시에 나는 그냥 ‘쓰겠다, 아가. 괜찮아?’ 하고 마는데. 놀랐다고 생각도 안 하고 역류했을 때 느껴지는 이상한 맛만 생각했는데 친구는 다른 마음도 살펴주었다.

“너 섬세하구나. 나는 그렇지 못한데.”
“내가 그냥 불안이 높다고 치자.”






가끔 사람들이 묻는다.
아기 키우는 거 힘들지 않냐고.
나는 대답한다.
수월하다고. 아기가 힘들게 하는 편은 아니라서 괜찮다고. 여유 있게 대답한다.

그런데 어쩌면 표현이 작은 아기와 둔한 엄마의 조합이라 이번 나의 육아는 꽤 편하다고 평가하는지도 모르겠다.

아기가 운동발달이 늦었다. 돌이 다 되어서야 기어 다니기 시작했다. 이것도 혹시나 게으른 엄마가 자극을 안 줘서 그런 것은 아닌지. 둔한 엄마가 아기 욕구를 눈치 채지 못해서 그런 것은 아닌지 살짝 미안해질 때가 있었다.

전체적으로 나는 여유 있게 아기를 대한다. 신체적으로 지친 적은 많으나 화낸 적도 손에 꼽을 정도로 감정적으로 지친 적은 별로 없다.

아이가 까다롭지 않아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내가 아기의 사인을 놓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간간이 든다.

진짜 팩트는 아기가 순한 편이고, 상담을 통해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는 능력을 갖춘 덕분이 더 클 텐데 죄책감 드는 생각들이 자연스레 올라온다.




토요일마다 일을 하기 시작하고, 아기가 어느 순간 엄마라는 사람을 별도로 인지하기 시작했을 때 새로운 걱정이 시작됐다. 엄마랑 빠빠이 하는데 아기가 슬퍼할까 봐, 엄마 없는데 불안하지는 않은지, 엄청 걱정됐다. 불안한 마음을 지인에게 털어놨다.

‘아이 망치는 거 그렇게 쉬운 일 아니야.’

너무 뜻밖의 답변이 내 불안한 마음을 확 잡아줬다. 좁은 시야로 아이만 마주하며 그 희생을 아이에게 보상받으려 하기보다 내 마음도 환기시켜서 즐거운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게 더 득이겠구나. 나 같은 사람에게는 더 그렇겠구나 싶어서 안심했다.




아침에 일어나 혼자 노는 아이. 아이가 엄마를 깨우지만 나는 쉽게 일어나지 않는다. 깨우다 포기한 아기가 혼자 논다. 대략 30-40분 정도 혼자 노는 것 같다. 눈을 떠서 혼자 노는 아기를 보면 미안해진다. 미안한 마음을 지인에게 말했다.

‘아기가 서운해할 것 같아? 착각도 가지가지다.’

유난 떨지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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