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니?! 뭐 심술?! ㅋㅋㅋ 완전 자기한테 어울리는 단어인데?!”
티브이 속 프로그램을 보다가 듣지도 못한 단어가 나오길래 찾아봤다.
“몽니? 우와, 유재석은 저 단어를 아네, 역시 신문을 많이 읽는다더니 잘 아는구나. ‘받고자 하는 대우를 받지 못할 때 내는 심술’이라는 뜻 이래.”
“크크크크. 딱 자기에게 어울리는 말이다. 그치?”
“뭐?”
“심술!”
빠직.
남편은 나에게 ‘성격이 이상하다’고 이야기를 자주 한다. 특히 갈등 상황에서는 매번 그랬다. 그럴 때마다 나는 화를 냈다. 자신의 불편한 감정과 못된 언행에 타당성을 높이기 위해 나를 이상한 사람으로 치부해버리는 남편이 답답했다. 지도 사람이니 치사하고 유치한 감정들 느낄 수 있고 말도 행동도 치졸하고 유치할 수 있는데, 그리고 그게 외려 자연스러운데 엄청 부정하고 싶은가 보다.
나는 자주 이야기한다. 우리 둘이 참 닮았다고. 자존심 부리고 고집 세고 어린애처럼 감정적인 게 참 닮았다고. 하지만 남편은 절대 부정한다. 본인은 이성적인 사람인데 나 때문에 감정이 올라오는 거라고 탓을 돌린다.
늦게까지 아기가 자지 않고 놀았던 날, 늦은 밤 아기를 겨우 재우고 거실로 나왔는데 그 이후로도 나는 할 일이 너무 많이 쌓여있었다. 빨래, 설거지, 청소, 정리 등등등. 게다가 일요일이라 매트 청소까지 했어야 했다. 세탁기 정리하러 가는 나를 남편이 부른다. “드라마 시작했어. 같이 보자!”
빨래 돌려놓고 설거지를 시작했다. 하... 속이 답답해져 온다. 이제 매트 청소를 하려고 하는데 남편이 다시 말한다. 보던 드라마마저 보고 같이 하자고. 2시간 동안 방영하는 드라마를 다 보고 시작하면 자정이 넘을 건데. 게다가 아기가 또 언제 깰지 몰라서 다시 방에 들어가서 재우고 나오면 시간은 더 늦어질 텐데 대체 무슨 생각으로 저러는지. 사실 무슨 생각인지 모르지는 않지만 난 아기 재우는 일이 언제 다시 시작할지 모르니 저녁에 해야 하는 아기 설거지나 장난감 청소 모두 마친 후에 맘 편히 휴식을 취하고 싶었다. 고작 20-30분 드라마 못 본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다. (설거지 청소 안 한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니지만 ㅋㅋ)
모든 일을 마친 후에, 진정한 육퇴를 한 후에 휴식을 취하다가 아기가 깨서 다시 잠을 재우러 방에 들어가면 나도 스트레스가 안 쌓인다. 하지만 밖에 해야 할 일이 있는데 뒷전으로 미루고 휴식을 취하다가 아기가 깨서 다시 방에 가면 그 뒷일들이 생각이 나서 마음이 조급해진다. 물론, 아무것도 못한 채 뻗는 날도 많지만 체력이 남아 있다면 그다음 날 허둥지둥하고 싶지 않고 저녁에 다 마무리 짓고 싶은 마음이다.
길고 긴 내 마음을 다 이야기하기도 귀찮아서 아무렇지 않은 척했다. 하지만 남편은 내가 화난 것 같다며 재차 물었다. 분명 아기 재우러 들어갈 때만 해도 기분 좋았던 사람인데 갑자기 나와서는 굳은 표정으로 있으니 말이다. 화난 게 눈에 뻔히 보이는데도 아니라고 시치미 떼고 참 답답했겠지 싶다.
이런 상황이면 남편이 내 성격 참 별나다고 하는 것도 틀린 말이 아니다. 남편은 말한다. ‘당신 전문성이 떨어져.’ 상담자라서 좀 더 성숙한, 좀 더 너그러운 사람을 기대했던 것 같다. 그런데 어쩌냐. 나도 점점 더 제대로 된 소통을 위해 노력해가는 단계일 뿐인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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