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아기 때문에 결혼했다가 아기 때문에 이혼할 뻔

by 박지선

한 집단원이 말했다.
"저 사람 이야기 듣기 싫어요. 싫어하는 사람이랑 왜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전 집단 종결할 거예요!"

남편과 나는 죽고 못살아서 결혼한 게 아니다. 갑자기 아기가 생겨서 아기를 책임지자는 합의하에 결혼생활을 하기 시작했다. 남편은 결혼식을 준비하는 동안 나같이 이기적인 사람이랑 못 살겠다며 몇번이고 파혼이야기를 했었다. 나 또한 정말 말 안통하는 사람이라며 저런 사람과 어떻게 사냐고 한탄했었다. 죽어도 안 맞을 것 같은 두 사람이 어찌어찌 결혼식을 올리고 함께 살게 되었다.

같이 살면서 아기 낳기 전까지도 미친듯이 싸워댔다. 며칠을, 밤새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었다. 그렇게 몇날 며칠을 이야기를 나눠야 비로소 서로의 속마음을 알게 되었다.

아기 낳은 후에는 그 방식이 통하지 않았다. 시간도 체력도 없으니 대화할 의지가 많이 약해졌다. 동기가 부족했다. 또 아기가 있는 상태에서 큰소리 내는 게 싫어서 말을 아끼게 되었다. 그냥 참고 넘어가고, 상대의 마음을 묻지 않고 내 마음도 말하지 않은 채 애써 이해하고 넘어가려 노력했다.

서로 불만이 있어도 나는 그냥 아기만 바라보며 살아도 충분했고, 남편은 그저 일에 빠져서 살아가도 충분했다. 우리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갔다. 불만이 있고 신경전으로 냉기가 흐러더라도, 아기 때문에 다시 이야기를 하게 되고 아기 때문에 다시 웃게 되니 우리 관계는 유지되었고, 가족 형태는 흐트러지지 않았다.

살아가면서 모든 문제를 덮어두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런 희망사항을 비웃기라도 하듯 문제는 언제 어디서든 터진다. 소통하지 않고, 그냥 미해결된 상태로 남겨두었던 부분은 수면 밖으로 나오자마자 욱하고 꼬아서 듣게 된다. 꼬아서 들은 말은 더 큰 오해를 일으키고, 그 오해는 대화를 가로막고 쌍심지를 켜게 한다.

아기에게 빠져있고, 직장 생활에만 빠져있고, 다른 사람에게 빠져있다보면 우리 부부 관계는 영원히 남으로 살게 될 것이다.

결혼하기 전에, 아기를 낳기 전에 집단 상담에서 만난 나이 드신 어머님들이 그랬다.
"아기 낳고 기르면서 남편이랑 같이 살아보지 않았으면 말을 마. 싫어하는 사람이랑 얼굴 마주하며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살아보지 않았으면 관계의 깊이를 모를거야."

불씨가 지펴진 사건으로 우리 부부가 감추고 있던 감정의 골이 드러났다. 얼굴도 눈도 마주치고 싶지 않은 사람이랑 마주 앉아 대화를 해야 했다. 내 마음은 어땠는지 네 마음은 어땠는지. 나에 대한 불만을 이야기할 때 ‘너는 뭐 잘한 게 있냐?’며 따지고 싶지만 상대 입장을, 마음을 들어보려고 노력했다. 어렵지만 자존심 세우느라 우겨대던 내 모습도 인정하고 솔직하게 드러내야 했다.

각자 엄마. 아빠 역할만 하던 두 사람이 다시 부부가 되어 나. 너 이야기를 했다.

집단상담에서 상대를 무시하지 않고 소통하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그렇게 들어왔고 나도 이야기하고 있다. 내 뱉은 말이 무서워 말처럼 살아가려고 노력해 보지만, 옆에서 부추기지 않으면 어렵다.

남편도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렇지 않았다면 우리 부부는 점차 서운함에 거리감을 쌓아가며 정서적 단절을 한 채 살아갔을 것 같다.


한 집단원이 말했다.
"저 사람 이야기 듣기 싫어요. 싫어하는 사람이랑 왜 이야기를 나눠야 해요? 전 집단 종결할 거예요!"
“도망갈 수 없는 관계를 위해 집단에서 먼저 연습해봐요.”



#부부갈등 #부부싸움 #부부관계 #정서적단절 #정서적이혼 #이혼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혼| 별난 애들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