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말하기 좋아하는 남편과 살 때 좋은 점

by 박지선

이혼’이라는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큰 싸움을 했다. 싸움 후 남편이 집단상담 참여 의사를 밝혔고, 우리는 다시 함께 살아보자 다짐했다.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웃으며 지냈다. 아기 덕분인지, 때문인지 우리는 대화를 중단할 수 없었고 이내 곧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평범하게 지냈다.

그러다 또 어떤 작은 대화를 시작으로 불화살이 쏘아졌다. 냉랭한 분위기. 서로가 입과 마음을 닫고 지냈다. 마음을 닫은 후 그냥 참고 살자라는 마음으로 무미건조하게 지냈지만, 집단상담에 참여하는 말하기 좋아하는 남편 덕분에 우리 부부는 무미건조할 수 없었다.

퇴근한 남편은 입 다물고 먼저 잠들어 있는 나를 깨워 대화를 시도했다. 그 대화는 거진 10일 간 새벽까지 이어졌다. 어느 날은 엄마를 찾는 아기 때문에 대화가 중단되기도 했었다. 그때 시간이 새벽 6시였다.


우리가 보이는 행동이 왜 나오게 됐는지, 어렸을 때 환경부터 그동안 자라올 때까 배경을 설명했다. 아무에게도 하지 못한 말들을 나누며 같이 눈물도 흘리고 서로 토닥이며 위로도 해주었다. 싸움이 되어버린 그 대화에서 각자가 오해한 부분은 무엇이었고 잘못했다고 여기는 부분은 스스로 인정하며 상대가 느꼈을 감정도 공감했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대화로 우리 부부는 수면이 부족해서 낮 시간 동안에는 두통이 왔지만 마음만은 너무나 편안했다.

그 뒤로도 남편은 점점 더 많은 변화를 보였다. 본인이 갖고 있던 그 ‘신념’을 무너뜨리고, 절대 넘지 않을 것만 같았던 선을 넘었다. 주방일에 적극적으로 임했다면 할 말 다했다고 본다. 내 남편은 그 영역에 절대 발을 담그지 않겠다고 선언했던 사람이니까 말이다. 주방에 들어오게 된 건 다른 이유가 없다. 단지 아내가 힘들 거라는 그 공감하는 마음 하나 때문에 움직이기 시작했다고 본다.

먼저 손을 내밀어준 남편. 그로 인해 나도 쟤고 따지지 않고 온 마음을 다 써보자 다짐한다.

우리가 또 언제 틀어질지 모르지만, 이번처럼 대화를 멈추지 않고 이어나간다면 더 많은 희망을 보지 않을까 싶다.

이번 싸움으로 또 느끼게 된 게 있다. 집안 일일 수록 입 다물고 쉬쉬 감추는 게 아니라 주변 사람들에게 나불나불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가 서로 놓치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고, 서로의 마음이 어땠을지 제삼자를 통해 들을 수도 있어 나의 생각을 바꿀 수 있으니 말이다. 귀로 들기만 할 때보다 내가 직접 경험하니 더 굳은 믿음이 생겼다.

여하튼 대화하기를 좋아하는 남편이 있어서 다행이다. 참말로.


#부부싸움 #부부갈등 #부부상담 #부부갈등은집단상담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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