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그냥 사는 이야기

by 박지선

남편과 부부의 연을 맺고 아기와 부모 자식 연을 맺으며 난생처음 겪는 일들이 많이 있다. 처음 느껴보는 감정, 처음 마주하는 관계들. 이 감정과 이 관계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어려울 때가 많았다. 넘의 일에는 감 놓아라 배 놓아라 잘도 이야기했겄만, 내가 그 감정에 빠지게 되다 보니 가야 하는 방향성은 알아도 쉽게 나아가지 못하게 되었다. 감정에 빠져 헤어 나오지 못할 때도 있었다.

나 자신에 대해 실망하거나 아쉬워하지도 않았다. 스스로를 돌아보고 반성할 동기와 의지조차 없었으니까 말이다.

그렇게 하루 이틀, 한 달 두 달, 1년 2년이 지나가고 있다. 남들은 건강하게 연애하고 건강하게 결혼생활하는 것처럼 보이는데 우리 집은 왜 이럴까. 내가 쓰는 글들은 왜 다 이모양이고, 육아에서 조차도 아름다움은 눈 씻고 찾아봐도 없을까 왜.라는 생각에 아주 잠깐 씁쓸했다.

하지만 각기 다른 수준에서 시작해 각기 다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을 하니 편안해졌다.

이미 성숙한 사람들은 성숙한 연애를 하고 성숙한 결혼생활을 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 부부같이 혹은 더 미친놈을 만나 미칠 지경에 이르는 결혼생활을 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도 거의 바닥에서 시작했다.
아기가 덜컥 생겨서 결혼하자 했고
결혼 준비해며 이 결혼 못하겠단 이야기도 숱하게 나왔고
결혼한 지 2년이 채 안되어서 이혼하냐 마냐를 논했으니 말이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나도 모른다.

다만, 나같은 상황에 놓인 사람은 이 상황을 어떻게 살아내는지 같이 나누고 싶어서 한 글자씩 적게 된다. 나와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은 함께 공감하고 서로 위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서 말이다.

나만 그런가.라는 생각에서 벗어나
쟤도 저러네.라는 생각을 갖게 되면
고통 속에 있더라도 덜 힘들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아마 큰 위로를 받는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다.
쟤보단 내가 낫다 이러면서 말이다.

여하튼, 좌충우돌 엉거주춤 살아가는 일상들이 하나 둘 모여 기분 좋은 추억이 되기를 소망해본다.

뿐만 아니라 겉으로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라는 것. 성숙하게 살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게 좋은 게 아니라는 것. 성숙하고 지혜로운 모습을 강요할수록 그 가정은 더더더더 썩어 문들어지고 있다는 것을 어른들은, 전문가들은 더 잘 알았으면 한다.

치졸하고, 비열하고, 쫌팽이같이 사는 게 그냥 사람 사는 모습이고 그 모습을 서로 수용해주고 그럴 수 있다고 여겨줘야 계속해서 자신의 못난 모습을 더더더 드러낼 수 있고, 이런 개방을 통해 외려 더 개선의 여지가 생긴다는 것을 염두해 두었으면 한다.

평가적인 시선은 과오를 더 감추게 만들고 표면적으로만 번지르르하게, 내면은 더더더더 교만해지고 스스로를 기만하며 공격적인 사람으로 만든다는 것을 알았으면 한다.


#부부갈등 #부부싸움 #부부상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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