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그러는 거야?

by 박지선

밥을 먹기 시작하며 음식에 대한 선호도가 더욱더 확실해졌다. 사먹는 음식은 전혀 먹지 않고 매일 새로운 음식으로, 갓 해낸 음식을 좋아한다. 매 끼니 고민한다. 간단한 레시피로 맛있고, 새롭고, 신선한 밥을 해주기 위해 많은 정보를 찾아보려 한다. 그러다 보니 더 지쳐갔다. 해준 음식을 맛있게 잘 먹으면 그 모습으로도 이미 피로는 풀어지지만, 한 입만 먹고 더 이상 먹지 않을 때는 조금이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을 서둘러 마련해 주었다. 그러면서 지친 몸이 더 지쳐갔다

밥을 먹다가 음식을 바닥으로 떨어트린다.
엄마가 안된다고 한다.

그러자 아기는 더 재밌다며 깔깔대면서 떨어트린다.
엄마가 또 안된다고 한다.

그러자 아기는 ‘진짜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눈빛과 살짝 올라간 입꼬리로 엄마를 응시하며 떨어트린다.

나를 시험에 들게 하는 듯이
다시 또 ‘정말 하면 안 되는 거야?’라는 눈빛으로 엄마를 응시하며 떨어트린다.

아주 재밌는 놀이를 발견했다는 듯이 흥미진진한 눈빛으로 떨어트리까 말까를 반복한다.

예전에 아이들 상담할 때 많이 듣던 말이 있다.


“일부러 열받게 하려고 저러는지, 아주 미치겠어요.”
“내 말을 무시하는 것 같아서 정말 화가 나요.”

그때마다 나는 답했었다. 아기는 그럴 의도가 아니었다고, 아이가 어떤 마음이었을지, 어떤 상태인지, 무엇을 원했는지 아이의 언어로 설명해 주었다.

지금의 나에게도 말한다. 아기가 내 말을 무시하는 게 아니라고. 엄마 관심받고 싶어서. 떨어트리면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저럴 뿐이라고 내게 설명해 준다. 먹지 않고 장난치는 것은 나도 맛없는 음식을 안 먹는데 아기라고 다르겠냐고. 그리고 아기가 내 정성을 봐서 먹어 줄 필요는 없으니까. 저렇게 자신의 호오가 어떠한지 표현하는 것으로 족하다고. 그렇게 아기가 보이는 행동을 이해해야 불쑥 올라오는 감정들이 수그러든다.

아기와 함께 있다 보면 정말로 화가 나고 미치고 팔짝 뛸 순간들이 매일 시시때때로 일어난다. 아기 발달단계 상 나타날 수밖에 없는 행동이라면 이해가 되기도 하지만, 매 순간 온화하게 이해가 되는 건 아니다. 나 자신과의 싸움을 하는 그 순간에는 아기에 대한 지식을 얼마나 습득했는지는 덜 중요하다. 아기가 느낄 감정을 공감할 수 있는 능력. 혹은 적어도 이해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춰야지만 그 순간을 최악으로 몰고 가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아기 낳기 전에 집단상담에 참여하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남편에게 수시로 이야기한다. 참 다행이다. 공감능력 떨어지는 내가 그나마 나 말고 타인의 감정이 어떤지 듣기라도 하고, 느껴보려고 했어서 말이다.

​#육아 #육아스트레스 #산후우울증 #밥과의전쟁 #요알못요리사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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