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아이는 물건이 아니다

by 박지선

얼마 전 아이 몸에 두드러기가 올라왔다. 한 두 개 동그란 작은 두드러기가 생겼지만 병원으로 바로 갔다. 신생아 때부터 피부 트러블 때문에 고생했던 터라 조금만 이상이 보여도 바로 병원으로 가게 된다. 약을 처방받고 하루 이틀 경과를 지켜봤다. 두드러기가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삼일 째 되던 날 새벽, 짜증 섞인 아이의 울음소리에 달려가 보니 몸뿐만 아니라 얼굴에 머릿속까지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온 게 보였다. 잠결에 긁적이는 아이를 깨워 억지로 약을 먹였다. 두드러기가 가라앉길 바라며 잠을 다시 청했다.



아침에 기분 좋게 잠에서 깬 아이가 나를 깨웠다. 느지막이 일어나 나도 같이 기분 좋게 눈을 떴다. 자리에서 일어나 아이 얼굴부터 확인하니 새벽보다 증상이 더 심해졌다. 급한 마음에 옷을 들춰보고 기저귀도 벗겨봤다. 온몸에 두드러기가 퍼져있었다. 놀란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입 밖으로 내뱉었다. 아이는 아무 일도 없다는 듯이 기분 좋게 옆에 있는 아빠도 깨웠다. 남편은 더 자야 한다며 소란스러운 나와 아이에게 등을 돌리고 이불을 깊게 덮었다.



급하게 병원부터 갔다. 동네 병원 의사는 아이를 보자마자 입원 치료를 해야 할 것 같다며 큰 병원으로 가라고 의뢰서를 써주었다. 이 동네에 이사온지 얼마 되지도 않아 간호사에게 근처 큰 병원을 물어봤다. 큰 병원으로 가야 한다는 말에 눈물이 왈칵 쏟아질 것 같았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차분하게 마음 다잡고 아이를 데리고 근처 대학병원으로 이동했다. 외래 진료 예약을 하고, 바로 입원 수속을 밟고 코로나 검사까지 마쳤다. 순식간에 일어난 일에 어안이 벙벙했다.



입원을 한 후에도 아이의 증상은 점점 더 심해졌다. 정신없는 상황에서도 짐을 챙기고 아이를 챙겼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 새벽이 되었다.



새벽 두 시에 남편에게 전화가 왔다. 병실 침대에 아이와 함께 누워있는 나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남편이 괘씸했다. 아이가 그렇게 아픈데도 쳐다도 보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부하직원의 얼굴빛이 안 좋을 때는 여러 번 전화하여 그 내막을 알려고 하는 남편이 아이가 심하게 아픈 것을 알았음에도 연락한 통 없으니 더 화가 났다. 아이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무섭고 불안한 내 마음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남편에게 화가 났다. 그 화난 마음에, 아이가 입원했다는 소식조차 전하지 않았다.



그런 내 행동을 친구들이 나무랐다. 남편도 화를 냈다.



듣고 보니 내가 너무했다. 남편과 나의 문제인데, 여기에 아이를 끌어들였다. 아이를 볼모로 힘을 행사하려 했다. 아이에게서 아빠의 자리를 빼앗으려 했다.



두고두고 부끄럽게 여겨진다. 한편 두렵기도 걱정되기도 하다. 앞으로 더 많은 실수를 하게 될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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