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태어난 지 한 달이 채 안되었을 때 남편은 해외출장을 가게 되었다. 기존에 정해진 일정이라 미리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아주 작은 아기와 단둘이 집에 있는 게 생각보다 불안했다. 혹시나 강도가 들지는 않을지, 내가 이 아기를 지키지 못하는 또 다른 변수가 생기지는 않을지 혼자서 별의별 상상을 다 했었다.
친정엄마에게 부탁을 해서 며칠은 함께 지냈다. 이때 처음으로 엄마가 불편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본가에서 엄마, 아빠와 함께 지내던 나인데 이상했다. 엄마, 아빠와 함께 있는 게 제일 편하고 내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게다가 다 커서도 엄마와 같이 한 침대에서 자던 일도 잦았던 나인데, 그런 내가 엄마와 함께 자고 먹고 하는 게 불편하다니. 엄마가 남 같고 남편이 가족 같은 느낌을 갖게 되다니 신기했다.
아이를 키우는데 있어서 남편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않는다. 온몸에 급성 두드러기가 난 아이를 대학병원에 입원시키던 날 아침도 본인은 출근을 해야 하니 잠을 더 자야 한다며 쳐다보지도 않았던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리적으로 남편이 가장 의지가 많이 된다. 아이의 안위에 대해 나를 제외하고는 내 남편이 가장 고민하고 생각할 사람이라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남편이 출장이라도 가는 날에는 그 빈자리가 더 많이 느껴진다. 실직적으로 어떤 도움을 주지는 않지만 심리적으로는 내가 많이 의지하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휴일에 아이와 함께 야외로 놀러 갔다. 멀리서 남편과 아이악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내려오는데 ‘남편, 네가 있어 참 다행이다.’ 싶은 생각을 했다.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라 의지가 많이 되고, 든든할 때도 가끔 있어서 고마울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