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두 번째 신혼

by 박지선

역시 집안일은 밖으로 새어나가게 해야 좋다. 건강한 관계를 맺으려면 객관적이고 솔직한 피드백을 해줄 수 있는 사람들에게 오픈하는 게 그 집단에 속한 구성원에게 좋다.

나는 블로그에 글로도 쓰고 주변 지인들에게도 이야기한다. 내가 남편에게 아이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실수를 저지르는지 숨기지 않고 이야기한다. 내 주변 사람들, 즉 누다심 센터 가족들은 아주 솔직하게 자신들의 생각을 이야기한다. 나는 위로받기도 욕을 먹기도 한다. 남편도 누다심센터의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있다. 아마 남편도 나에 대한, 자신에 대한 이야기를 잘하고 있는 듯하다.

최근 나는 남편이 소통이 불가한 사람이라 여기며 포기하고 살았다. 결혼생활에 기간을 정해두고 살았다. 아이가 클때까지는 아이가 불안해하지 않도록 웃으며 잘 지내보자. 이게 내 임무인냥 버텨왔다. 잘 견디다가도 한 번씩 우울하고 무기력해질 때가 찾아왔다. 그럴 때마다 남편이 아닌 센터 가족들에게 힘을 받았다. 그렇게 가정을 지켜왔다.

그런데 남편은 그게 못마땅했던 듯하다. 자신을 무시하지 말라고, 소외시키지 말라고 이야기했다. 처음에는 단념시키듯 이야기했다. 우리는 소통이 어려운 부부이니 그 한계를 받아들이고 지금처럼 그냥 아이와 함께 즐겁게 살아가자 다독였다.

그렇게 몇 주가 흘렀다. 어느 날 남편 얼굴 표정이 안 좋은 게 눈에 띄었다. 각 잡고 이야기 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말에 시간을 내어 단둘이 이야기를 나누었다. 술 한 잔 기울이며 눈시울을 붉히며 서로 껴안았다.

남편이 다시 좋아졌다. 얼마 전까지도 스킨십 하기도 싫었는데 이제는 손잡고 껴안는 게 자연스럽게 된다. 남편의 퇴근시간이 기다려진다.

남편의 얼굴 표정을 살피게 되고 힘든 이야기를 들어야겠다는 여유를 가질 수 있게 된 건 내가 돈을 썼기 때문이다. 내가 우울하고 무기력해졌을 때 수풀이 말했다. 남편 돈도 잘 버는데 궁상맞게 살지 말고 화려하게 살아.라고. 오?! 그 말을 듣고 바로 옷을 샀다. 별거 아니었는데 기분이 좋아졌다. 그렇게 기분 환기가 되자 남편이 보이게 되었다.

잘 살고 있는 척 숨기는 게 아니라 내 상태에 대해 솔직하게 오픈하니 들을 수 있는 피드백이었다.

남편 또한 집단상담에 참여하고 있으니 할 수 있는 말들이었다. ‘마음을 주고받고 소통하며 사는 게 좋다’는 것을 귀로 들어서 알고는 있으니 시도는 계속해보려는 것 같다.

우리 부부가 또 거리를 두며 서로의 마음을 보지 않고 무시한 채 살아가는 날이 또 올 거라 생각한다. 너무 당연한 과정이니 또 찾아오겠지. 하지만 그때도 우리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우리 부부를 이끌어 주지 않을까 하는 믿음이 있다. 부부가 부부상담을 받는 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 내가 직접 체험을 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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