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리 기간

by 박지선

우리 가족들도 코로나를 피해 갈 수 없었나 보다. 남편을 시작으로 내가 그다음에 아프기 시작했고, 우리 부부가 격리 해제되는 날 아이가 코로나 확진 판정을 받았다. 그렇게 꼬박 2주간 집에서 갇혀 지냈다. 격리 초반에 몸이 아팠던 3일을 제외하고는 대체적으로 지낼만했다. 아이와 단둘이 하루 종일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어디든 나가곤 했는데 이번에는 답답하지도 지루하지도 않았다. 쿠팡에서 로켓 배송으로 장난감 몇 개를 더 사고, 당근 거래로 아이 소전집 몇 개를 더 사서 새로운 장난감들 덕에 지루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시간이 잘 흘러갔다. 잘 지내는 게 놀라웠다.

다만, 나 혼자 세상과 동떨어진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 친구들과 연락도 주고받으며 지냈지만 이 고립감은 사라지지 않았다. 드라마에서 나오는 장면처럼 나는 혼자 가만히 서있는데 내 주변 시간은 빠르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

점점 생각도 안 하고 사는 것 같다. 센터 직원들의 단체톡방에는 일 이야기, 사는 이야기들이 바쁘게 올라온다. 다들 일하며 사는 게 부럽다. 나는 일에 대한 생각도, 사람에 대한 생각도 없이 그냥 집에서 머물러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뒤처지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 혼자 도태되고 있는 느낌이 든다.

격리하는 동안에 친구들의 말이 떠올랐다. 내 생각에 반문하던 친구들의 말이 자연스레 떠올랐다.

"나 요즘 너무 생각 없이 사는 것 같아. 머리가 더 나빠진 것 같아."

"너 원래 머리 나빠. 이제야 자신을 알아가네."

"나 쓸모없는 사람인 것 같아."

"인간이 왜 자신의 쓸모를 느껴해? 이게 다 산업사회의 폐해야."

"우울해."

"잘 됐다. 넌 우울한 게 더 나아. 우울하면 말수가 줄어드니 귀찮지 않아서 좋아."

피식 웃음이 난다.

웃음은 나고 생각의 전환은 되지만 여전히 침울하다.

#코로나 #격리 #확진자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결혼| 두 번째 신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