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보면 책이나 전문가들이 말하는 부모의 정형화된 모습에 의문을 품어본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대학원 다니면서 공부할 때도, 현장에서 놀이치료하며 부모교육 할 때도 단지 책에서 이야기하는 내용들, 나의 슈퍼바이저가 이야기하는 말들에 근거해 부모가 할 역할을 설명하고 부족한 부분을 꾸짖었다. 부모가 아이를 어떤 마음으로 대할지, 아이를 키우는 부모의 정신적 어려움은 어떠했을지 마음으로 깊이 이해한 적 없었다. 철저히 아이 입장을 대변해 이야기하기 바빴다. 물론 인간적 공감을 했겠지만 택도 없는 소리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출산을 하고 조리원에 있는 동안 나는 새로운 정보들을 취하느라 바빴다. 수유하는 방법, 트림시키는 법, 재우는 법, 신생아 발달단계 등 닥치는 대로 공부하고 또 공부했다. 아이가 나 때문에 잘못될 까 봐 불안한 마음에 각성이 최고조로 올라갔던 것 같다. 조리원에 있는 동안, 또 그 이후 산후도우미 분과 함께 생활하는 동안 관리자들에게 가장 많이 들은 말은 “산모님. 좀 쉬세요.”라는 말이었다.
책 읽는 것도 안 좋아하고 집중력도 부족했는데, 육아 관련 서적은 집중도 잘되고 시간 가는 줄도 모르며 읽어댔다. 그런데 한두 달 지나면서 여러 미디어와 책을 접하면서 짜증과 화가 밀려왔다. 양육자, 특히 엄마의 죄책감을 자극하는 말들이 너무 많았고, 아이의 기질, 양육자의 특성, 사회적 변인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채 엄마가 해야 할 ‘일’들만 떠들어 대고 있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아이에게 화를 내지 않고 계속해서 천 번이고 만 번이고 설명해주어야 한단다. 그러다 화를 내면 부모는 죄책감에 시달리고, 나라는 인간이 원래 이렇게 감정 조절 못하는 평균 이하였나 싶고, 하라는 대로 하지 않아서 우리 아이가 잘못될 까 봐 걱정에 사로잡힌다.
아이와 재미있게 놀아주고, 그것이 부모와 애착을 형성하는 방법 중에 하나이고 두뇌발달에 도움이 된단다. 놀아주지 못하는 부모는 자괴감에 빠지고 옆에서 에너지틱하게 놀아주는 부모가 부럽고, 나는 그렇지 못해 내 아이가 너무 불쌍해진다. 아이가 심심하다고 하면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초조함에 시달린다.
그런 쓸데없고 무식한 말들 때문에 엄마들이 아프다. 각자 고유한 특성이 있는데 아이의 기질은 고려하라고 하면서 엄마의 성향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 엄마들도 각자 맺는 관계 패턴이 있다. 그 모습 그대로 아이와 관계를 맺으면 된다. 엄마들이 공부해야 하는 것은 육아에 대한 것이 아니라, 아이를 다루는 법이 아니라, 관계를 맺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내 마음, 남의 마음, 우리 마음의 작동에 대해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는 엄마들에게 집단상담을 강력히 추천하다. 육아서, 육아 프로그램들을 보며 죄책감에 휩싸이고 분노하며 우울해지지 말고 부모인 나는 아이와 어떤 관계를 맺어갈지 생각해 보기를 바란다.
나와 아이, 우리의 관계 형태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것이다. 어떤 정답이 있는 게 아니다. 이래야만 한다는 법칙이 있는 것도 아니다. 직접 경험하며 느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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