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은 나중에

by 박지선

아이가 두 돌이 채 안 됐을 때 병원에 입원하게 됐다. 두드러기 때문이었다. 돌 잔칫날 아이에게 처음 두드러기가 발생했고, 그 이후에도 간간이 있어왔던 터라 으레 있는 두드러기라 생각하고 처방받은 약 먹으며 증상이 호전되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이전과 다르게 약효가 떨어지면 다시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왔다. 좀처럼 나아지지 않았다. 새벽에 아이가 긁는 소리에 깜짝 놀라 깼다. 핸드폰 플래시를 켜고 아이 몸을 봤더니 머릿속부터 귀 뒤, 목 뒤 등 두드러기가 심하게 올라와 있었다. 새벽 내내 아이가 얼마나 긁었는지 하얗게 버짐이 폈다. 서둘러 약을 먹이고 다시 재웠다. 아침에 눈을 떠서 아이 기저귀를 갈아주려고 옷을 벗기는데 기겁했다. 별생각 없이 눈을 떴는데 상황이 매우 심각했다. 서둘러 동네 다니던 소아과 가봤더니 바로 대학병원으로 가라고 소견서를 써주었다.


얼떨결에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생각보다 심한 상태라고 이야기를 들었다. 아무 생각 없는 아이는 새로운 장소에 왔다고 링거 꽂고 춤추며 신나 했다. 나는 별의별 후회가 다 되었다. 주말에 남편이 출근하게 되어 아이와 단둘이 롯데월드에 다녀왔는데, 괜히 사람 많은 곳에 아이를 데려갔다는 자책에 너무 힘들었다.


롯데월드에 괜히 갔다고, 뭐하러 가서 애만 아프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고, 너무 안쓰럽다고, 의사가 그러던데 간지러움이 너무 심해서 고통스러웠을 거라고 하던데 난 그 정도로 힘든 줄도 몰랐다고, 알레르기 있어도 잘 놀길래 괜찮은 줄 알았다…며 이런저런 자책의 말을 했다. 내 말을 듣고 누다심은 무심히 말했다.


“그렇다고 집에만 있을 수는 없잖아?!”


생각해 보니 그랬다. 아이가 아프지 않게 내가 다 막을 수는 없는 일이었다. 아이가 아플 줄 몰랐고, 그날은 우리 둘이 기분 좋게 놀았다. 그거면 됐다. 신나게 놀았고, 그 뒤에 아프면 그때 가서 수습하면 될 일이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걱정하며 스트레스받으며 서로 얼굴 붉히는 것보다 신나게 놀고 뒤처리하는 게 나은 일 같았다. 어차피 인생 내 마음대로 되지도 않을 텐데 말이다.



겨울 빼고, 봄, 여름, 가을에는 밖에서 신나게 놀고 병원에 간다. 아이 담당 의사는 매번 똑같이 묻는다. “이번에도 또 나갔다 왔나 봐요?! 신나게 놀았으면 됐죠. 하하. 집에만 있었는데 아픈 것보다 백배 낫지!”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의사라 마음이 편하다.


아이는 지난 주말 신나게 바깥놀이를 한 대가로 눈이 퉁퉁 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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