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면서 예전에 내가 했던 말들이 마음에 걸린다. 아이들을 상담하면서 그 부모들도 같이 상담했었는데 그때 나는 아이 기질보다 부모가 얼마나 아이에게 맞춰 양육을 했느냐에 초점을 뒀다.
아이 기질마다 부모를 힘들게 하는 부분이 분명히 있을 텐데 그 힘듦에 대해 공감해 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하다. 그때는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아이가 달라질 거라 생각했다. 참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분명 기질에 대해 공부하고 그 차이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간과했다. 아이를 키워보지 않은 나는 기질과 유전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이다.
아이를 낳아 길러보니 백프로 생각이 바뀌었다. 아이가 보이는 모든 특성은 대부분 타고난 게 많았다. 책으로 배운 것보다 더 강력했다. 우리 아이는 잘 먹고 잘 자고 잘 싼다. 어른들이 거저 키운다 얘기할 정도니 뭐. 잘 얻어걸려서 지금까지는 편했다(대략 두 돌까지). 나중에 자기 성격 도드라지는 초등학생이 되면 어떻게 변할지 나도 모르는 일이다.
그러니 아이가 나를 힘들게 한다 해도 그로 인한 죄책감에 힘들어하거나 남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된다면 좀 더 편히 있어도 된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면, 식사, 배변뿐만 아니라 정서, 지능 등 대부분 타고난 것들이 더 많기 때문이다. 부모가 잘못 키워 그런 게 아니다. 부모가 잘 키운다 해서 다 변화시킬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니 내 아이 특성이 어떠한지 파악하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도와줄 건 도와주며 살아가는 것이 훨씬 마음 편할 것이다. 모든 면에서 완벽해지기 바라며 행동을 수정하려고 하면 부모와 아이 모두 힘들어질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