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좋아하는 일은 뭐예요?
고등학교 1학년 때 일이다.
미술시간에 내 앞에 앉아 있던 친구가
내게 말을 건넸고
그 길로 나의 진로가 결정되었다.
너 그림 그리는 거 좋아해?
응
그 뒤로 난 그 친구를 따라
미술학원을 다니기 시작했다.
그것도 입시미술학원.
그저 그림 그리는 것이 좋았던 나는
미대를 들어가게 되었다.
무엇이 되겠다는 꿈도 없이.
그저 그림이 좋아서.
지금은 그림 그리기를 멈추고 산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다시 그림을 그리고 싶은 욕구가
스멀스멀 올라왔다.
그래서 오늘 도착한 뜨끈한 박스에
포근히 담긴 펜슬을 꺼내보았다.
그림 그려야지
재미있게
기계로 그리는 것이 낯설고 서툴다.
답답한 마음도 있지만, 한편 새로워서 재미있다.
꼭 시험기간에 책상 정리를 시작하는 애처럼
할 일이 태산이다 보니
"딴짓"을 하고 싶어진다.
다른 책 보기. 다른 영화 보기. 다른 그림 그리기.
현재 일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런 일들을 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
잘 할 수 있는 일
좋아하는 일
나에게 그 둘이 같은지 다른지
아직도 모르지만
지금 내게 재미있는 일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