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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상담자 혜운 Mar 03. 2017

노숙자에게 인문학 교육을

희망의 기적이 일어나다.

얼마 전에 만남 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의 삶과 생각에 빠져들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이 있고 신념이 있는 사람과 대화 나누는 것을 즐기는데, 그와 이야기를 나눌 때도 그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정신을 차릴 수 없었고, 멍하니 넋 놓고 그의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가 이야기한 궁극적인 삶의 목표는 ‘다 같이 잘 살아가는 세상’을 만들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물론, 한 사람의 움직임이 그닥 희망이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나, 그가 자신의 꿈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아름다웠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예전에 읽었던 논문이 생각이 났다. 빈곤층의 여성들에게 인문학을 가르치는 프로그램과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그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빈곤층의 중년 여성과 심층 면담을 통해 그들에게 인문학 교육이 어떤 도움이 되는지 기록한 논문이었다. 연구 대상자들(빈곤층의 중년 여성)이 참여한 프로그램은 “기쁨인문대학”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서 서울시 지원으로 시작된 ‘사회적 소외계층을 위한 인문학 교육’ 중의 하나였다.


사회적 소회계층을 대상으로 인문학 교육을 처음으로 실시한 사람은 미국의 Earl Shorris로, 그는 “클레멘트 코스”를 창시한 사람이다. Earl Shorris는 언론인, 사회 비평가, 소설가 등 다양한 활동을 하며, 가난한 이와 사회적 약자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교육’을 제공해 줌으로써 가난의 대물림이나 악순환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 실천가이다.


이미지 출처: 구글 이미지 검색(Earl Shorris와 그의 학생들)


사회적 소외 계층의 사람들은 그들이 당연히 가난해야 하고, 당연히 교육을 받을 수 없으며, 당연히 밑바닥 인생을 살아야 한다고 스스로 생각하는 경향을 보였다. 그러나 Earl Shorris는 그들에게 인문학 교육을 통해 그들이 사회/경제/정치 활동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 자신의 권리를 찾도록 돕고자 하였다. 교육 대상자들은 노숙인, 범죄자, 마약중독자 등이었는데, 실제로 클레멘트 코스를 마치고 마약과 술을 끊게 되거나, 공부에 흥미를 붙여 대학에 등록을 하거나 박사과정까지 진학을 하고, 취직을 하는 사람들까지 나왔다.


예전에 그는 중범죄자 교도소에서 재소자들의 교화를 위한 상담을 진행하고 있었는데, 그때 한 중년 여성과의 대화 도중에 클레멘트 교육 프로그램에 대한 영감을 얻게 되었다. 그가 그녀에게 “사람들이 왜 가난한 것 같나요?"라고 질문을 하자, 그녀는 "그 문제는 아이들 이야기에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라고 말을 시작하였고, 다음과 같이 말을 이어갔다.    


"우리 아이들(거리의 아이들)에게도 시내 중심가 사람들(부유한 자들)의 정신적 삶(인문교육)을 가르쳐야 합니다."           


처음에 Shorris는 그 말이 무슨 뜻인지 몰랐으나 그녀와의 이야기를 통해 가난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갖게 되었던 것이다. 이제까지 우리는 ’가난‘에 대해 연관되는 단어들이 '게으름'이나 '결핍'과 같이, 그들의 개인적 특성으로 이유를 찾거나 혹은 편협한 관점에서 바라보는 경우가 대다수였다. 그러나 Shorris는 그녀와의 대화를 통해 가난/빈곤이 '구조적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고, 사회가 그들에게 '억압'을 시키는 것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현대 사회의 빈곤은 물질적 결핍뿐만 아니라 다양한 현실적 좌절이 겹쳐져서 만들어진 복잡한 현상이라는 것이다. 즉, 현재 필요한 것을 사기 위한 돈의 결핍이나 교육/의료혜택/안전 등에 대한 결핍뿐만 아니라, 일생 동안, 그리고 다음 세대에까지 이어지는 영속적인 패배나 시민권의 의무와 보상으로부터의 소외, 힘 있는 사람들에게서 받는 멸시, 복종이나 폭력에 대한 제한된 반응 등 사회적으로 억압당하는 측면 또한 무시 못 할 정도의 큰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그들이 인문학 교육을 통해 어떻게 사회와 자기 자신에 대해 눈을 뜨게 되는지 이 책에 나와 있다. 그와 함께 그가 클레멘트 코스를 만들게 된 배경과 이론, 실천을 하는 과정에서의 시행착오와 기적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다.


가난의 대물림이 되고 있는 이 사회의 부조리한 면들을 보고자 한다면 사회학자, 조은 교수가 쓴 책도 권하고 싶다. 조은 교수는 철거 예정인 사당동 주민들의 삶을 25년간 추적하며 세대 간의 삶의 변화가 어떠한지 보고자 하였다. 나 또한 한 명의 연구자로서 사당동에서 살았던 한 가족(연구 대상)과 25년이라는 긴 시간을 함께 해왔다는 것만으로도 감히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존경심을 표하고 싶다.


반면, 사회경제적 수준에서 보자면 극단의 값에 놓여 있는 교수와 철거민 가족이 같은 시대, 같은 나라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드러나는 장면들도 있어서 마음 한편으로는 불편한 마음이 올라오기도 했었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불편한 감정들을 연구자 또한 느꼈고, 이러한 묘한 감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고, 연구 대상이 된 그 가족과 연구자들이 어떠한 관계를 맺어가는지도 그려져 있어서 읽는 자로서 약간은 불편감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이 책의 저자 또한 ’빈곤 문화‘가 있는 것이 아니라 '가난의 구조적 조건'이 있을 뿐이라고 말하며, 이 사회가 가난한 가족을 반복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을 그들의 삶을 통해 있는 그대로 보여주어 빈민 가족에 대해 새롭게 조명할 수 있도록 했다.


일전에 나는 인문학이나 철학과 같은 학문은 먹고살기 힘든 우리들에게 배부른 소리나 하는 허상이고 탁상공론에 불과하다고 치부해버린 분야였다. 심지어 철학을 좋아하는 사람을 볼 때도 사람이 사는 세상에 살고 있지 않다며 거리를 두기도 하였다. 그러나 진정한 철학자는 세상으로부터 거리를 두는 것이 아니라, 누구보다 세속적이고 '세상 속'에 살고 있으며, 실천을 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Earl Shorris의 책을 읽으며 알게 되었고, 나 또한 인문학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또한 인문학과 정치가 어떻게 연결이 되며, 사회적 소외 계층의 사람들이 인문학을 왜 배워야 하며, 이를 통해 어떻게 자신의 권리를 되찾게 된다는 것인지도 알게 되었던 어렵고 깊은 사색을 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또한 조은 교수의 책을 보면서는, 지금 내가 공부하고 경험하는 것들을 어떻게 사용하여야 하며, 나 또한 연구자로서, 혹은 상담가로서, 그리고 글 쓰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마지막으로는 실천가로서, 그 경계를 넘나들며 이 사회의 변화를 위해 약간의 날갯짓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조금 더 강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위의 추천한 책들을 보며 깨닫는 것이 많았으면 하는 마음에, 그리고 처음에 언급했던 그가 그의 따뜻한 꿈을 이뤘으면 하는 마음에, 마지막으로 지금도 여러 곳에서 사회적 소외 계층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하시는 분들에게 응원의 마음을 보내고자 몇 자 적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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