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나다운 삶’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면
자연스레 한 가지 질문 앞에 멈춰 서게 됩니다.
나는 누구일까요
이 단순한 물음은
생각보다 쉽게 답할 수 없습니다
역할을 떠올리면
그건 그저 겉모습 같고,
좋아하는 것을 말하자니
그건 언제든 달라질 수 있으니까요.
여러 조언에 따라
가만히 앉아 자신의 존재를 느껴봅니다
깊은 공허함과 슬픔
불안, 분노
받아들이기 힘든 부정적인 감정이 올라옵니다
타인의 시선을 오래 받아온 탓일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늘 타인의 반응을 통해
나를 확인해 왔으니까요.
칭찬받을 땐 기뻤고,
무시당하면 움츠러들었고,
사랑받을 때 존재감을 느꼈죠.
그 모든 경험들이 쌓여
조금씩 ‘나’라는 사람을 만들어왔습니다.
그래서일까요.
요즘은 ‘진짜 나’를 찾기 위해
타인의 시선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말을 많이 합니다.
남의 기준이 아닌,
내 기준으로 살아가야 한다고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건 자아를 지키려는 노력이고,
자기 삶을 살아보겠다는 자유 의지니까요
하지만 그게 정말 가능한 일일까요
저에게는
현실에서는 이뤄지기 힘든 이야기로 들립니다
우리는 관계 속에서 만들어졌고,
관계를 통해 매일 조금씩 바뀌며 살아가니까요.
‘나’라는 존재는 수많은 사람과의 기억이 적립된 집합체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히려
누굴 지우려고 애쓰기보다는
그 관계 속에서
내게 남은 감정, 태도, 기억을
정직하게 마주 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이렇게 스스로에게 물어보는 거죠.
나는 이 안에서 무엇을 지키고 싶은가.
타인의 말로 쓰여 온 내 이야기를,
이제는 내 언어로 고쳐 써 내려가는 여정.
그게 어쩌면
‘나로 살아간다’는 의미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