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면 돼

내 속도에 맞추어 그거면 돼

by 나이현


드라마 '이번 생은 처음이라'를 감명 깊게 봤다. 최근 본 건 아니고 예전에 봤던 드라마다. 전반적으로는 로맨틱 코미디라서 가벼운 부분도 많지만 그 속에서 여러 인물들의 삶을 대하는 태도와 고민거리에서는 무게감이 잡혀있어 좋아한다. 아등바등 사는 주인공과 주변 인물을 '나'라고 보아도 이상하지 않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좋아한다. 그들을 보며 나의 삶도 위로받을 수 있으니.


요즘의 나는 이전보다 안정적인 사람이 되고 있다. 아니 되고 있는 것 같다. 3월 초만 해도 그런 생각을 했다. 점점 사는 게 플러스 보다 마이너스가 많은 것 같다는 생각, 그렇다면 사는 게 무슨 의미가 있는 거지? 하는 생각. 그 때 나는 되게 무너져 있었다. 지금은 그 생각이 바뀌었으니 많은 진전이 있었다고 할 수 있다. 사실 삶의 의미를 깊게 생각해 봤자 암울해지기만 한다. 다른 이들이라고 사는 것에 큰 의미가 있어서 사는 게 아니다. 태어났으니까, 이건하고 싶고 저건 하기 싫으니 사는 거다. 나는 오늘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 ost를 듣고 싶으니 살아있다.


어떤 마음은 나를 송두리째 바꾸어 놓기도 한다. 그렇게 나는 뒤집혔다가 지금 다시 원래의 나로 뒤집히는 중이다. 원래의, 아무리 힘이 들어도 그 사이의 낙관을 보았던 나로. 오랫동안 무기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잘 살아야만 하는데 왜 나는 이렇게 무능하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는가'에 사로잡혀 있었다. 지금도 게으른 것은 여전하고 누워 있는 시간도 많지만 이전과는 다르다. 예전의 나보다 조금 더 잘하고 싶고, 내 능력을 키우고 싶다. 배우는 감각이 좋다. 지식을 넓히는 과정이 좋다. 그리고 이런 내 마음가짐이 좋다. 헤쳐나가야 할 것 투성이지만 그럼에도 노력하고 싶고 발전하고 싶다. 더 나아지고 싶다. 이게 원래 내 모습이다. 이걸 찾는 데 너무도 오래 걸렸다. 너무 소중하다 이런 내가.


그래서 나는 요즘의 내가 무척 좋다. 현실에 부딪혀도 아등바등 살겠다고 하는 내가 좋다. 힘들고 지쳐 하루 종일 누워있다가도 일어나 자세를 고쳐 잡는 내가 좋다. 잘하는 것보다 일단 하는 내가 좋다. 나를 좋아하는 것이 어려운 사회에서 나를 좋아할 수 있게 된 내가 좋다. 가끔 기대가 되기도 한다. 다음 해에는 내가 어떻게 단단해질까? 또 어떤 걸 딛고 일어설까. 어떤 부족함을 느끼고 노력할까. 천천히 내 속도에 맞춰 나를 알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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