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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06. 2019

[영화 추천]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

사랑을 완성시키는 '유령의 바느질'은 두 사람의 합의인가?

[영화 추천] 팬텀 스레드 Phantom Thread,2017


사랑을 완성시키는 '유령의 바느질'은 두 사람의 합의인가?



오늘도 좋은 영화 한 편 추천해 드릴게요.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의 <팬텀 스레드>입니다. 


영화 제목 "팬텀 스레드"의 뜻은 무엇일까요. 단순하게 "유령의 바느질"일까요?

일단 '팬텀'이라는 어휘가 주는 묵직함이 있지요. 유령, 영혼, 죽음이 연상이 되구요. 

'스레드'는 바느질, 실, 직물을 짜는 일 등이 연상이 되지요. 제목만 보면 남자 주인공 레이놀즈의 디자인과 옷을 만드는 행위처럼 여겨질 수도 있구요. 그런데 왜 유령일까요? 레이놀즈가 죽은 사람일까요?


아무튼 이 영화의 제목은. "유령의 바느질", "유령을 위한 바느질", "죽은 영혼을 연결하는 실" 등 은유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요. 아마도 남녀 주인공 두 사람의 독특하게 완성된 '사랑'을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어쩌면 유령을 위한 바느질을 했던 한 남자의 생을 구원하는 사랑의 완성. 그런 의미로 해석해도 무방하지 않을까요? 


현실적으로 드러난 사랑법 보다는 보이지 않는, 또는 죽음과 관련이 있는 방식으로 연결된, 보이지 않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의미가 아닐까 싶어요. 그런데 이 제목의 의미 또한,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어떤 방식으로든, 관객 각자의 방식으로 해석할 수 있는 몫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이 감독의 전작으로 <마스터>를 봤는데. 아직도 영화의 몇 장면들이 강렬한 이미지로 남아 있어요. 강제로 최면술을 통해 여인을 연상하게 하는 장면이랄지, 사이비 종교 교주 같은 모습의 남성적인 이미지랄지. 몇 마디로 요약하기 어렵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같이 관람했던 사람들이랑 설왕설래 심오한 대화들을 나눴던 기억이 남아 있어요. 


이 영화도 적어도 두 번 이상 봐야 감독의 의도(전하려는 메시지)를 하나쯤은 제대로 알 것 같은데요. 

한 번만 보고도 주연 배우들의 연기와 아름다운 드레스, 영상미, 숨막힐 듯한 긴장감 조성, 그리고 영화 전편에 흐르는 음악을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요. 특히 레이놀즈(주인공, 의상 디자이너, 노신사) 역할을 연기한 노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깊은 눈빛과 수려함은 아주 오래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아요. 


주인공인 배우 다니엘 데이 루이스(1957년생)의 은퇴작이며 4번째 아카데미 남우주연상 도전 작품이라고도 하네요. 그러나 수상은 하지 못해서 아쉬움을 남겼어요. 그렇지만. 배우의 수려한 연기 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포스와 고혹적인 아름다움이 작품 전반에 흐르고 있어요. 그런 이유로 이 영화를 추천합니다. 



>> 영화 개요 


감독: 폴 토마스 앤더슨_ 마스터(2012)

주연: 다니엘 데이 루이스_링컨(2012, 남우주연상), 빅키 크리엡스(알마 역), 레슬리 맨빌(시릴 역)

개봉: 2018.03.08

등급: 15세

장르: 드라마 

국가: 미국

러닝타임: 130분




>> 기본 줄거리 : 영화사 제공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1950년 런던. 왕실과 사교계의 드레스를 만드는  의상실 우드콕의 디자이너 '레이놀즈'는 

우연히 마주친 젊고 당찬 '알마'에게 첫눈에 반한다 


'레이놀즈' 인생 최고의 뮤즈이자 유일한 연인이 된 '알마' 

마치 환상처럼 화려한 인생을 살고 있지만  '레이놀즈'가 만든 세상의 일부일 뿐인 그녀는 

자신의 전부인 사랑을 걸고 그의 인생을 망치기로 한다 


나의 아름다운 뮤즈, 넌 누구지? 




>> 영화 속으로 


"내 사랑이 널 완성할거야."


이 대사는 레이놀즈와 알마 두 사람이 서로에게 모두 적용하는 사랑의 방식을 의미합니다. 

완벽한 드레스로 알마의 아름다움을 드라마틱하게 극대화시킬 수 있는 레이놀즈의 뛰어난 디자이너 실력과 자신의 질서 속에 그녀를 구속하는 사랑 방식입니다. 그리고 드레스를 제작하는 동안 그는 마치 제사 의식 속의 제사장처럼 하얀 가운을 입고 아무도 범점할 수 없는 위엄과 냉철함으로 자신만의 가치관을 추구합니다. 


그러나 알마의 이상적인 몸매와 자유로운 사고 방식은, 그를 구원하고자 하는 위험하고 치명적인 방식이 되어 그들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합니다. 

이 두 가지가 융화되어 그들은 서로 자신들의 사랑을 완성하고자 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에도 전작 <마스터>에 흐르는 프로이트의 꿈의 이론이 언급됩니다. 

레이놀즈의 죽은 엄마에 대한 기억과 집착과 망상과 꿈의 해석. 그리고 죽은 영혼을 통해서 위안과 질서를 유지하는 억압적인 자유. 

그러나 레이놀즈의 이런 강박과 질서는 알마를 숨막히게 합니다. '알마'라는 이름은 자유, 영혼 등을 의미하지요. 결국 그녀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유를 추구하고 레이놀즈의 질서를 파괴하고자 합니다. 

그것이 사랑의 완성, 구원이라는 방식이 되는 것이구요. 

꽤나 어려운 사랑법입니다. 그런데 이런 주제를 감독은  군더더기 없는 연출과 전개로 아름답게 구현합니다. 



"나의 아름다운 뮤즈, 넌 누구지?"


레이놀즈는 알마를 사랑합니다. 디자인의 영감을 떠올리게 하는 완벽하고 이상적인 몸매를 지닌 여인이기도 합니다. 그녀를 만나기 위해 오늘까지 기다렸다는 생각으로 설렙니다. 그리고 단박에 그녀를 사랑합니다. 

그러나 그녀는 그가 지금까지 구축한 그의 질서 속에서 훼방꾼이기도 합니다. 시끄럽고 천박하고 가벼운 존재로 여겨지기도 합니다. 레이놀즈가 추구한 세계-작업실, 의상실, 집안-에서 그녀는 하나의 부속품 같은 존재이며, 그 세계의 일부처럼 취급하기도 합니다. 


알마는 두 사람 사이의 '거리감'을 느낍니다. 그의 의상실에서 존재감없는 '유령' 취급 당한다고 느낍니다. 그의 사랑을 온전히 완성하고 싶은 그녀에게 있어. 그의 세계(질서)는 파괴되어야 하는 대상이 되고 맙니다. 


레이놀즈가 구축한 세상은 그가 철저하게 관리한 질서에 의해 일사분란하게 움직입니다. 그러나 그곳에는 죽음의 영혼, 저주같은 미신 등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레이놀즈는 두렵고 나약해지지만. 스스로 그것을 깨뜨리지 못합니다. 여인들의 드레스를 최고의 아름다움으로 구현하면서도 만족하지 못합니다. 오히려 영혼을 다 빼앗기듯이. 드레스를 여인들에게 건네고 나면 몸과 마음의 힘이 빠집니다. 드레스를 통해서 구원을 얻고자 했던 레이놀즈는 결국은 점점 드레스에 자신의 영혼을 빼앗기고 마는 모양새가 됩니다. 그러면서도 그는 '강함'을 과시하고 '나약함'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여기에서 알마의 역할이 시작됩니다. 어떻게 보면. 욕망이 비뚤어진 잘못된 사랑처럼 보이는, 치정적인 행위를 합니다. 독버섯을 사용하는 그녀의 행위. 무섭습니다. 

그런데. 결말에서. 레이놀즈는 그녀의 행위를 용납합니다. 마치 구원을 받은 사람처럼. 이런 장면들은 결국 "남자의 구원은 여성이다"라는 괴테의 <파우스트>의 한 구절을 떠올리게 합니다. 



>> 이 영화는 


음악이 압권입니다. 영화 내내 전편에 흐릅니다. 매우 클래식한 음악이 흐릅니다. 음악만 듣고 있어도 기쁨, 긴장, 화해, 웅장함, 아름다움 등이 연상이 됩니다. 그리고 영화를 보는데 소설을 읽는 듯한 느낌도 듭니다. 세계 고전 명작을 읽는 느낌입니다. 뭐라고 설명해야 할까요. 어렵고 많은 생각을 해야 하는데 "좋은 느낌"이 드는 것. 읽는 동안에도, 읽은 후에도 오랜 여운이 남는 독서. 그런 여운을 오래 간직할 수 있게 하는 아름다운 영화입니다. 


주요 배우들의 연기, 눈빛, 표정 하나하나 인상이 강합니다. 

레이놀즈와 알마. 그리고 레이놀즈의 누이(시릴) 역할로 나온 레슬리 맨빌의 노련하면서도 절제된 표정 연기. 한 마디 한 마디가 상대의 심리를 관철하는 듯한 농익은 대사들. 관객의 몰입과 긴장감을 좌우합니다. 


혹자는 연출이 완벽한 영화였다고 합니다. 저는 그저 아름다운 영화였다고 요약하고 싶습니다. 배우들의 용모, 눈빛, 소재, 연출, 순백색의 화려함, 서사(치명적인 사랑 방식 포함) 등등 모든 것이 아름다웠습니다. 


p.s.

이 영화를 보면서. 같이 본 이들과 담소를 나누면 참 즐겁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토론의 장이라도 펼쳐 보고 싶은 작은 소망이 꿈틀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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