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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09. 2019

[영화 추천] 아노말리사 "경이로운 스톱모션의 세계"

인형배우들이 인간적인 감정선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한다

[영화 추천] 아노말리사 "경이로운 스톱모션의 세계"

                                                                                                                                                                          아노말리사 Anomalisa,  2015


인형배우들이 인간적인 감정선을 극사실적으로 구현하다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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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2016.03.30

등급: 청소년 관람불가 (40세 이상은 되어야 이해할 듯)

장르: 애니메이션, 코미디, 환타지 (코미디, 환타지라기보다는 오히려 사실주의!!)

감독: 찰리 카우프만_이터널 션샤인(2004) & 듀크 존슨 

국가: 미국

러닝타임: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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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 영화를 어떻게 설명할까요. 형식은 애니메이션인데, 인상은 극사실주의를 본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영화를  탄생시킨 감독 이하 모든 제작진들에게 기립박수를 보냅니다.                                                      

정말 영화를 눈으로 보지 않으면 믿기지 않을 제작진의 노고가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 같습니다.  장면 하나를 만들기 위해 어떤 노력이 들어갔을지 가히 상상 그 이상이 될 것 같습니다.                                                      

인형 배우들의 실감나는 모양과 차림새, 소품들, 장소의 디테일, 인형의 동작 하나하나, 살아있는 표정 등등. 너무나 인간적인 면들이  많아서 오히려 소름끼치게 실감나는 장면들도 많습니다. 특히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표정, 눈빛, 베드 신 등. 그리고 주인공 남자 마이클의 하룻밤  사이 호텔에서 일어난 에피소드에 그 생애의 외로움과 사랑, 삶에 대한 철학, 그리고 현대인의 일상이 모두 녹아 있는 것 같습니다.                                                     

지난 밤 이 영화를 보고 난 후  한동안 멍 때리고 그냥 가만히 있었습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하면서요. (그래서  아래 참고 자료 박스에 영화사에서 제공하는 설명을 곁들여 놓았습니다.)


분명 애니메이션을 봤는데. 애니가 아니라 극영화를 본 것 같고. 극영화라고 믿기에는 그 어색한(부정적인 의미가 아닌,  연출과 장치적인 측면에서 ) 인형들의 동작을 머리 속에서 지울 수가 없으니.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면서도 극사실주의 연극을 본 것 같은 강한 인상이 남습니다. 

이 영화의 중심 서사는 현대인, 또는 남자 어른의 권태와 외로움과 이성적인 사랑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런 명제를 영화는 아주 독특한 방식으로 보여 줍니다. 


일단 인형이 주인공입니다. 목소리의 주인공은 세 명입니다. 주인공 남자, 주인공이 특별하게 받아들이는 목소리의 주인공  여자, 그리고 그외의 모든 이들 (=그들)의 목소리를 내는 한 명입니다. 


남자 주인공 마이클은 독특한 병인 프레골리 딜루젼(Fregoli delusion 만나는 사람들을 같은 사람으로 인지하는  증상)을 앓고 있습니다. 감독 찰리 카우프만은 이것이 현대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공통적인 문제라고 공감한 것 같습니다. 또한 영화 속 주인공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점 역시 이와 같다면 대단히 흥미 있는 메타포(은유)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지, 한 명이 동일한 사람의 목소리를 연기하도록  했습니다. 그래서 마이클은 주변의 소리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자신을 둘러 싼 모든 사람들이 하나의 얼굴과 하나의 목소리라는 것입니다. 권태롭고  반복되는 일상을, 같은 소리를 내는 방식으로 보여 주는 식이지요. 


그런 가운데 특별한(다른, 일상이 아닌, 비규범적인) 목소리를 듣게 됩니다. 그리고 그녀를 첫눈에 반하고. 그녀의  목소리에 사랑에 빠지고. 바로 육체적인 관계까지 갖게 됩니다. 하룻밤에 영원히 함께 할 것 같은 사랑을 만난 것이지요. 그런 가운데 그 특별한  목소리를 가진 여자 리사에게 별칭을 붙임니다. "아노말리사(Anomalisa)" 즉 특별한 리사라는 의미죠. (마지막 엔딩에서 아노말리사는  일영사전에 '천상의 여신'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리사가 희망적인 대사를 하기도 하지요.)


리사의 여러 모습이 사랑스럽지만. 특히 신디 로퍼의 노래 ‘걸스 저스트 워너 해브 펀’(Girls Just Wanna  Have Fun)를 라이브처럼 부르는 장면은. 신선한 아름다움과 감동까지 선사합니다. 


그 상대역인 마이클은 이 장면에서 완전 사랑에 빠지고 말지요. 그리고 그후 베드 신. 완전 실감납니다. 오히려 실제의  인간 배우가 하는 것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느껴져서. 오히려 불편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인간이 아닌 인형이 너무나 인간적으로 보여서. 거부감이  들고 무섭다고 해야 하나. 너무 똑같아서, 닮은 것이 오히려 두려운 대상처럼 여겨지는 것 이것도 무슨 현상이라고 용어가 있는 것 같은데요.  아무튼 대단한 정사 장면을 보여줍니다. 그렇다고 불쾌하거나 그렇지는 않습니다. 아, 마이클이 맨몸으로 샤워를 하는 모습과 호텔방안을 다니는  모습은. 음... 39금을 능가하는 수준입니다. 


스토리 측면에서는 사랑에 대한 철학이 담겨 있는데요. 사랑이란 게, 특히 첫눈에 반하는 사랑이란 게, 처음엔 시작할  때는 우리 모두가 누군가에게는 특별한 존재로 다가서는 것 같습니다. 그 특별함이 있기에 또 사랑이 시작되구요. 그런데 그 특별함이라는 게,  그렇게 본 사람의 눈과 마음에 있는 것이지, 그 대상이 그렇게 보이게 만든 것은 아니겠지요? 상대의 모습에서 특별함을 발견한 것은  본인인데. 정작 본인 스스로 그 특별함을 망각하게 되는 것이 사랑의 끝이 아닌가 싶어요. 영화는 그런 깊이를 실감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스톱모션 애니메이션 영화의 경지가, 형식면에서도 내용면에서도 정말 경이롭습니다. 저처럼 애니메이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도 입을 떡 벌리고 보게 됩니다. 특히 영화적인 놀라운 기법과 세밀한 연출 기법에 대한 것은 제가 아는 것도 없고, 필력이 너무나  부족해서 설명을 잘 못합니다. 결국 제일 좋은 방법은, 영화를 직접 보시고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겠지요. 


p.s.


영화 제작 과정을 설명한 글을 아래에 일부분 인용해 놓았습니다. 이것을 조금이라도 참고하시면 영화 감상에 도움이 되실  것 같습니다. 

                                                                                                               

참고자료 - <아노말리사> 영화 제작진 제작 노트 (영화사 제공)


영화 <아노말리사>는 한 남자의 긴 밤 동안 펼쳐지는 꿈 같은 여행을 그린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이다.  <존 말코비치 되기>, <어댑테이션>의 각본과 <시네도키, 뉴욕>을 감독하고 <이터널 선샤인>으로  아카데미 각본상을 수상한 ‘천재 이야기꾼’ 찰리 카우프만의 첫 애니메이션으로 TV드라마 [커뮤니티]로 실력을 인정 받은 듀크 존슨 감독이 함께  메가폰을 잡았다. <헤이트풀8>으로 2015 전미비평가협회 여우조연상을 수상하고 아카데미와 골든 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제니퍼 제이슨 리, ‘해리 포터’ 시리즈의 데이빗 듈리스, 톰 누난이 목소리 연기를 맡았다. 
  
 감독의 놀라운  상상력, 철학적인 스토리, 아름다운 음악까지 전 세계 언론과 평단, 관객들의 호평을 이끌어낸 <아노말리사>는 제72회 베니스국제영화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고 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 장편애니메이션 작품상과 제73회 골든 글로브 장편애니메이션상에 노미네이트되었다. 또한 세계  47개 영화제 18개 부문 수상, 61개 부문 노미네이트라는 놀라운 기록을 세웠다.  


(중략)


 <아노말리사>는 모든 제작 단계에서 이야기 속 세상을 실제처럼 보이기 위해 노력을 기울였다. 찰리  카우프만은 “우리의 목표는 관객들이 영화를 보았을 때, 단순한 인형이 아닌 작지만 감정적이고 현실성 있는 실제 사람처럼 보이는 것이다. 각  캐릭터들에게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하는 것인데, 디자이너들은 마이클과 리사를 포함한 모든 캐릭터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고  밝혔다. 


 
 찰리 카우프만의 말처럼 디자이너들은 아주 작은 소품부터 캐릭터들의 반짝이는 눈동자, 인형 같이 매끈한 것이  아닌 사실감 있는 거친 용모, 두꺼운 손, 감정을 드러내는 표정 등에 집중했다. 특히 전형적인 스톱모션 영화와의 차별을 위해 이마와 턱, 2개  부분으로 나눠진 얼굴판의 연결부위를 그대로 남겼다. 금속 와이어로 제작된 스톱모션 인형들은 150개의 이마와 150개의 턱을 사용해 더욱  세련되게 풍부한 표정으로 인간의 감정을 표현할 수 있는 사실적인 캐릭터를 완성했다. 스톱모션 기법으로 완성된 캐릭터들은 마치 진짜 사람이  연기하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경이로운 경험을 선사한다. 


(중략)


이중 마이클과 리사의 정사 장면은 제작진에게는 어려운 도전이었다. 질감, 구조, 이불, 옷을 벗기는 장면, 발가벗은  인형, 발가벗은 인형이 서로 접촉하는 장면 등 모든 것들이 스톱 모션 애니메이션에서는 매우 힘든 부분이었다. 두 인형의 접촉이 있게 되면 여러  가지 것들을 맞춰서 바꿔야 했고 정사가 지속될수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뿐만 아니라 이 장면을 통해 관객들에게 황홀한 경험을 전하고자  했다. 두 캐릭터가 방문을 열고 들어오는 순간부터 정사 장면까지 하나로 이어지는 연장선이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에 정사 장면만을 지나치게  이질적으로 만들지 않고 캐릭터들의 감정선을 일정하게 유지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형으로 그러한 장면을 연출하게 되면 자칫 우습게 보일  수도 있기 때문에 제작진은 정사 장면에는 대사를 줄이고 숨소리로 긴장감을 조성하며 모든 움직임들을 매우 세밀하고 세세하게 작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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