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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19. 2019

영화 리뷰 : [다큐영화] 그날, 바다

그날,바다

[다큐 영화] 그날, 바다 Intention,  2018



                                                                                                                                                                            개요: 다큐멘터리, 한국, 2018.4.12 개봉

감독: 김지영

내레이션: 정우성


  이 영화의 가설: 세월호 침몰의 원인 자료로 내 놓은 것들이 조작되었다.


  이 영화의 결론: 가설은 입증되었다.


  이 영화가 다룬 세월호 사건의 범위: 세월호 출항부터 침몰까지만.


  이 영화의 다음은: 이제 국정원이다. (아마도)




▶이 영화는 가설을 입증한다.




2014년 4월 16일의 바다와 그날 그 바다를 항해하다가 침몰했던 세월호, 그리고 그  세월호와 관련된 자료들을 과학적인 방식으로 해석하는 영화이다.


그 해석의 기준(데이터)은 세월호에 남아있는 물리적인 증거, 생존자의 경험과 진술,  그리고 AIS자료. 그것들의 교차 검증. 대단히 과학적이고 전문적이고 집요하다.




 ‘AIS(Automatic Idenrification System)’는 선박의 위치,  침로, 속력 등 항해 정보를 실시간으로 제공하는 첨단 장치다.


영화는 전체적으로 이 기록들을 분석한 결과를 보여준다. 여기서 AIS의  기록들이란.(정부가 발표한 것, 해양부에서 제공한 것, 기타 관제센터의 것들, 그리고 결정적인 제공자- 나는 이 제공자의  전문가적인 소견과 품격있는 화술과 태도에 대해 경의를 표하는 바이다.- 영화 오프닝 10여분이 이 분에게 할애되었다. 나는 그  이유를 영화 내내 기억하며 보았다.)




영화는 눈물샘 따위를 자극하지 않는다. 눈물팔이를 원하지도 않는다. 


오로지 자료 자체와 자료 분석의 과정을 보여준다. 그러면서 당시에 정부가 제공한 침몰  원인이 조작이라는 가설을 입증한다. 


그 과정에서 감독과 다큐팀, 그리고 제작에 물심양면으로 도움을 준 모든 이들이, 대단한  시간과 노력과 의지를 쏟는다. 






▶매우 완성도 높은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영화는 많은 주제를 다루지 않는다. 세월호가 출항하면서 침몰까지의 과정을 다룬다. 그  항해 동안 객관적 수치와 정보로 기록된 자료들을 분석한다. 아주 쉽고 친절하고 정확하게 다룬다. 


이 영화의 가장 큰 강점이라 여긴다.




분명한 목적(의도 Intention)을 가지고 기획되었다. 이 Intention이 영화와  영화제작자의 의도인지, 아니면 정보를 조작한 집단의 의도인지. 그 중의적인 해석이 모두 가능한 이 영화는 의도한 어떤 것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그렇게 해서 결론을 얻어낸다. 


물리적인 해석을 했을 때, 배가 급속도로 회전할 때, 관성의 법칙을 깨고 회전 방향으로  배가 기울었다는 것은 오로지 '외력'에 의한 것이라는 결론에 이른다. 이 가설은 몇 차례 제기된 바 있다. 그런데 그 '외력'이라는 실체가  무엇인가에 대한 해석이 설득력을 얻지 못했다. 




그러나. 이 영화는 그 설득력을 확보한다. 그 외력의 원인은 '앵커'와 해저 암반의  부딪침.'앵커'란(배를 한곳에 머물러 있게 하기 위하여 밧줄이나 쇠줄에 매어 물에 던지는, 쇠나 나무 따위로 만든 무거운 물건). 그것을 말하고  싶은 듯이(죽은 시체가 사인을 말하듯이) 새빨갛게 녹이 슬어 있다. 바닷물에 노출되었다는 증거. 그리고 배가 기울때마다 보여주었던 데이터의  확실한 기록. 이 모든 것들이 일치한다. 






▶자극적이지 않다. 




그래프와 입체적인 복원 과정을 세밀하게 보여준다. 생존자의 증언 내용, 침몰하는 과정  등을 CG영상 또는 만화적인 기법으로 채워준다. 아무것도 자극적이지 않다.


객관적인 자료(AIS, CCTV영상, 블랙박스, 휴대폰 영상 등)는 사실 그대로  보여준다. 


다큐의 기본을 보는 것 같다.






▶그렇다면, 다음은?




침몰 원인을 조작한 이유는, 누가, 왜?


무엇이 두려워서 서둘러 덮으려 하고, 조작까지 해야 했는가?


국정원(또는 그에 버금가는 어떤 집단)은 누가 움직인 것인가?


결국 무언가를 조작하기 위해 허둥대느라고 인력을 끌어쓰느라고,


인명 구조 시간이 없었고, 시스템이 불능이었던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의문이 생긴다. 


제대로 된 진상조사가 왜 필요한지 이제야 명확하게 알겠다.


지금껏 4년 동안 무엇이 답답했는지. 


오늘은 완성된 퍼즐판(침몰 원인 파악과 정부가 제공한 것들이 조작이었다는 사실을  입증한)하나를 겨우 보았을 뿐이다. 


정말 이제 시작인 것 같다.






▶김지영 감독의 한 마디를  인용한다




<그날, 바다>를 제작하는 동안 가장 어려웠던 점은 '자료 지키기'였다고 한다.


자료를 훼손하기 위한 일이 일어났고, 거대 집단이 있을거라 예측하고, 편집기와 특수금고 공간을 마련하고 지킴이까지 두었다고 한다. 






▶나의 소감 한 마디




<그날, 바다> 상영(또는 관람)에 대해 조금 불편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나 집단은 이 영화를 꼭 보기를 바란다. 나도 그랬다.  보기를 꺼려했다. 그 이유는, 너무 많이 울까봐, 눈물샘을 자극하는 그저 그런 다큐일까봐. 그러나 내 예상은 아주 보기 좋게 빗나갔다. 


그래서 너무 좋고 고맙다. 




감독과 다큐팀들의 노고가 이렇게 담대하게 제작되어서 좋다. 아주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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