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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an 27. 2019

[영화 리뷰] 침묵 Heart Blackened,

배우 최민식이 연기하는 아버지의 모습, 그리고 무서운 침묵

[영화 리뷰] 침묵 Heart Blackened, 2017 


부성애의 끝은 어디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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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지우 (대표작_ 은교, 해피엔드)

개봉: 2017.11.02

출연: 최민식(임태산), 박신혜(최희정), 류준열(김동명), 이수경(임미나)

개요: 한국, 드라마, 1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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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성애의 끝은 어디일까. 돈이면 부성애도 살 수 있는 것일까. 돈으로 할 수 있는 (아버지 사랑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할 수 있는 이 영화 <침묵>. 이 영화는 아버지의 (어쩔 수 없는, 그렇게 선택해야만 하는) 사랑을 중심 모티프로 잡고 있다. 제목이 왜 침묵일까.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이 아니듯이. 보이지 않는 진실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침묵해야 하는 상황이 되고. 결국 그 상황을 다시 말할 수 없는 결말을 <침묵>이라고 상징하고 있다.  


이 영화의 감독 정지우, 그의 영화 중에 <은교>와 <해피엔드>를 재밌게 보았다.   

그는 아내의 불륜이라는 파격적 소재를 세밀하고 세련된 연출로 그려내 센세이션을 일으킨 치정극 <해피엔드>, 서른의 학원강사와 열일곱의 학원생의 사랑 이야기 <사랑니>, 위대한 시인과 제자,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를 매혹적으로 담아낸 <은교>까지, 매 작품 파격적인 소재를 아름다운 영상과 섬세한 감성으로 포착하며 관객과 평단의 호평을 받았었다. 그래서 이 작품에 대한 기대도 컸다. 
 
<침묵>은 약혼녀가 살해당하고 그 용의자로 자신의 딸이 지목되자, 딸을 무죄로 만들기 위해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쫓는 남자 ‘임태산’(최민식)의 이야기를 그린 영화다. 큰 기업을 이끄는 회장이자 재력가, 아름다운 연인에겐 섬세하고 다감한 남자, 하나뿐인 딸에겐 무뚝뚝하면서도 권위 있는 아버지인 임태산. 그는 “돈이 곧 진심”이라고 믿고, 때론 오만해 보일 만큼 자기 확신으로 가득 찬 사람이다.  


약혼녀가 살해당하는 충격적 사건을 경험하고, 유력한 용의자로 딸이 지목되는 믿을 수 없는 상황을 마주하며 시작되는 영화 <침묵>은 세상을 다 가졌지만 정작 소중한 것들을 모두 잃어버릴 위기에 놓인 한 남자의 드라마틱한 이야기를 예측할 수 없는 전개로 풀어낸다.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날, 일생일대의 위기를 맞게 된 임태산이 자기만의 방식으로 사건을 해결해 가는 과정은 흥미진진한 미스터리 구조 속 사랑과 부성애, 슬픔과 회한, 분노와 참회를 오가는 섬세한 감정선이 얽힌 강렬한 드라마로 전개된다.  


그리고 죽은 약혼녀와 그날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딸, 각자의 확신에 찬 변호사와 검사, 사건의 키를 쥔 목격자까지, 임태산을 중심으로 다양한 캐릭터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과정은 극적 긴장감을 한층 고조시킨다. 


임태산과 오붓한 시간을 보내던 중 태산의 딸 ‘임미라’의 연락을 받고 나간 뒤 살해된 약혼녀 ‘유나’와 과음으로 인해 당일 밤의 기억이 전혀 나지 않는다는 미라, 두 사람이 함께 한 사건 당일의 이야기가 하나둘씩 드러나며 사건은 점점 혼란에 빠진다. 미라의 옛 과외 선생님으로 미라의 무죄를 확신하는 당찬 변호사 ‘최희정’과 임태산에 대한 반감과 분노를 품고 사건의 진실을 밝히려는 검사 ‘동성식’의 치열한 법정 공방이 지속되고, 여기에 사라진 CCTV 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목격자 ‘김동명’이 등장하며 재판은 그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특히 <침묵>은 “보이는 사실이 모두 진실은 아니다”라는 정지우 감독의 말처럼 지워진 7시간에 숨겨진 사실은 무엇인지, 그 안에 감춰진 진실은 무엇인지, 그리고 진실에 담긴 진심은 무엇인지 끝까지 예측할 수 없는 흡입력 있는 스토리로 묵직한 여운을 전한다.  


그러나 영화가 전개될수록 미스터리 구조 속의 긴장감은 느슨해진다. 왜 그럴까. 최민식과 대결 구조에 놓인 특정한 대상이 없기 때문이다. 그 대상은 오로지 딸이 진짜 유죄일까 아닐까 하는 믿음 뿐이다.  


그런데. 그 믿음이 어느 순간 바뀌는 듯한 인상을 준다. 임태산이 갑자기 태국 출장을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나이트클럽에서 춤 추는 여자를 보는 장면이 있다. 딸의 재판 과정에 태국 출장이라니. 그리고는 춤 추는 여자들을 보고 있다니. 그가 갑자기 태국으로 왜 갔을까. 그 장면에 초점을 맞추고 추리를 하다 보면. 어느 정도 결말과 반전을 예측하게 된다. (물론 이것도 영화를 모두 보고 난 다음에야 예측해 본 장면이지만.) 분명히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장면들이 몇 있었을텐데. 이 장면이 가장 주요했던 것 같다. 
 

최민식의 묵직한 연기. 절제된 표정과 카리스마 넘치는 대사 전달력. 극 전체적인 긴장감과 중심을 이끌어가는 훌륭한 연기. 그리고 영화 끝나기 10여분 전까지 뭔가 묘하게 속고 있는 듯한 알 수 없는 진실 게임. 이 두 가지 측면에서 재미 포인트를 잡고 본다면,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을 늦출 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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