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Feb 04. 2019

[영화 추천] 죄 많은 소녀 After My Death

인간의 죄책감과 죄의식의 파헤친, 죽음보다 두려운 내면 들여다 보기

[영화 추천] 죄 많은 소녀 After My Death, 2017


인간의 죄책감과 죄의식의 단면을 파헤친, 죽음보다 무서운 내면 들여다 보기


---

감독: 김의석

출연: 전여빈(영희), 서영화(경민 모),  고원희(한솔)

개요: 한국, 드라마, 스릴러

개봉: 2018.09.13


__


<죄 많은 소녀>는 같은 반 친구  ‘경민’의 실종 이후 한 소녀를 그 원인으로 지목하는 이들과 자신의 결백을 증명하려는 소녀 ‘영희’(전여빈)의 이야기를 날카롭고 충격적인  시선으로 쫓아간다. 그래서 영희를 연기한 배우의 역량에 대해 주목할 수 밖에 없다. 연기인지 실제인지 그 경계를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배우 전여빈의 연기는 리얼하다. 터널을 걸어가는 마지막 장면에서의 영희의 뒷모습과 얼굴 표정, 경민의 장례식장에서  신나(?같은 기름)를 목에 철철 부어 넣으면서 피를 토하고, 고통스럽게 온몸을 뒤틀며 괴로워하는 장면, 피 묻은 생리대를 팬티에서 분리하는 장면  등 실감나는 장면(가치관에에 따라서는 불편할 수도 있는 장면)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경민’이 사라진 밤, 함께 어울린 ‘영희’와  ‘한솔’은 담당 형사의 취조와 담임 선생님의 상담을 거치면서 모두의 주목을 받는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경민’의 엄마, 형사, 담임 선생님,  친구들의 사라진 ‘경민’의 행방에 대한 추측은 ‘영희’를 가해자로 몰아가고 이로 인해 ‘영희’에게 쏟아지는 비난의 목소리와 의심의 눈빛은  ‘영희’는 물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에게도 무거운 압박감을 느끼게 한다. 과연 경민은 왜 죽었을까, 영화 속의 인물들과 더불어 관객들도 그  질문에 대한 끝까지 답을 찾으려고 한다. 어쩌면 답은 이미 영화 속 구석구석에서 인물들의 표정와 불편한 시선 속에 다 담겨있는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한편 아무도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의 결백을 증명해야만 하는 ‘영희’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충격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그날 밤의 진실을 이야기하려 한다. 영화를 통해  밝혀질 ‘영희’의 선택과 이후 다시 학교로 돌아온 ‘영희’가 자신에게 죄를 강요한 모두에게 전할 그날 밤의 진실은 김의석 감독의 연출 의도대로  인간의 본능과 본성에 대해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며 큰 여운을 남긴다. 


"나의 죽음을 원했던 여러분... 내가  돌아온 이유는, 이 곳(학교 교실)에서 죽음을 완성하기 위해서다"


이 말은 영희가 학교에 다시 돌와와서 한 말이다.  처음 영화 시작할 때 수화로만 나오는데. 무슨 뜻인지 몹시 궁금해서 영화 끝까지 궁금증을 안고 간다. 다시 한 번 그 장면이 반드시 나오리라  기대하며 몰입하게 된다. 결국 영화가 중반부가 지나면서 다시 그 첫 장면이 나온다. 그리고 그 수화로 전달했던 영희의 속내가 고스란히 자막으로  전달이 되었을 때. 소름이 끼쳤다. "죽음을 완성하기 위해.." 아, 그녀는 결국 죽음을 선택할 것인가, 하는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게 된다.  


<죄 많은 소녀>는 친구의 실종에 가해자로  몰린 소녀 ‘영희’가 스스로 학교를 떠났다가 다시 학교로 돌아오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영화이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첫 공개되어  주목해야 할 신인 감독의 작품에 수여되는 ‘뉴 커런츠 상’과 ‘올해의 배우상’, 2관왕의 영예를 안으며 일찌감치 올해 주목해야 할 화제작으로  자리매김했다. 수상 당시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장 올리버 스톤 감독을 포함한 심사위원단은 “절망과 자살충동에 사로잡힌 10대를  통해 바라본 현대 사회의 단면을 포착한 강렬한 드라마”, “잘 짜여진 각본과 생생한 디테일! 훌륭한 장인정신을 담았다”라는 호평을  전하며 모두가 주목해야 할 강렬한 데뷔작의 등장을 알렸다. 


뿐만 아니라 51회 시체스영화제 Noves  Visions 섹션에 초청되고, 제32회 프리부르영화제 SPECIAL JURY AWARD, THE YOUTH JURY AWARD COMUNDO를  수상해 스포트라이트를 더했다. 이외에도 제17회 뉴욕 아시안 영화제에 초청되는 등 전세계 유수 영화제 초청과 수상 릴레이를 이어가며 이목을  집중시켰다. 전세계가 먼저 알아본 <죄 많은 소녀>는 2018년 가장 강렬한 데뷔작으로 진한 울림과 메시지를 선사하였다.  


김의석 감독은 실제 경험을 토대로 영화를 완성하였다.  친구의 실종 이후 주변사람들에게 그 실종의 원인으로 의심받는 소녀 ‘영희’를 통해 “풀 수 없는 문제에 매달리는 인간의 모습,  본능처럼 자신의 탓이 아니길 바라며 필사적으로 자기와 가장 먼 답을 도출해내려는 가냘픈 인간성을 담으려고 했다.”고 제작의도를  밝혔다. 또한 영화의 스토리에 대해 “한 소녀의 미스터리한 죽음을 중심으로 그 주변 인물들이 죄의식, 죄책감을  느끼고 책임을 전가하며 충돌하는 이야기”라고 설명하며 “관객들의 마음에 오래 남아서 여러 의미로 해석되는 영화가 되길 바란다”고  전해 <죄 많은 소녀>를 향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죄 많은 소녀>는 신인 감독 특유의 날카로운  시선과 패기 넘치는 연출이 돋보인다. 영희를 연기한 전여빈을 비롯한 한솔을 연기한 배우 고원희, 그리고 경민의 모친 역할의 서영화, 그리고 학교  현장의 모습을 실감나게 보여 준 학생들과 교장, 담임샘을 연기한 배우들 등의 리얼한 연기는 인간의 내면의 민낯과 죄의식 등을 여과없이 보여  준다. 학교 현장의 단면을 통해서는 숨기고 감추는 위선을 떠는, 어른들 사회의 위악스런 단면도 고스란히 전해진다. 


이 영화 배우들의 연기와 제작진의 연출, 시나리오의  합이 좋았던, 매우 뛰어난 작품이라 여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창궐 Rampant, 2018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