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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y 06. 2019

도서 리뷰 [무엇이든 쓰게 된다] 무엇이든 쓰고 그리게

김중혁 작가 _ 무엇이든 쓰고 그리게 만드는 책

도서 리뷰 [무엇이든 쓰게 된다] 무엇이든 쓰고 그리게 만드는 책 


*


우리의 임무는 세상을 정리정돈 하는 게 아니다. 더 어지럽게, 더 헝클어뜨려서 더 많은 것들이 생겨나게 하는 것이다. 마음껏 어지르자. (p.188-189) 



위의 문장을 열 번도 더 읽은 것 같아요. 지금껏 어줍잖은 글을 쓰면서 뭔가를 정리하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꼭 무언가 결말을 내고 결과를 끄집어내려고 했던 것은 아닌가, 그랬던 태도에 대해 뒤통수를 얻어 맞은 기분이었어요. 그러나 기분 나쁘지 않은, 꽤 명정(明正)한 일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지금부터 마음껏 어지르자"라고, 세상을 향해 어지러운 외침의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얘기도 좀 하고... 

그런데 전 아직도 자신이 없습니다. 제 감정, 제 개인사에 대한 얘기 외는, 다른 얘기들은 자신도 없고, 문장으로 표현할 능력도 없어서요.  


이 책은 글을 조금이라도 쓰는, 또는 쓰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주문을 외어 주는 책 같습니다. 

김중혁 작가 특유의 농담과 재치가 문장 곳곳에서 넘쳐납니다. 


(그림)


이렇게 그림도 그려놓고.

그림 그리는 과정도 설명해 주고.

그림의 소재를 발견하는 기발한 생각까지. 


(그림)


작가는 웹툰을 올린 적도 있습니다. 그 중에 가장 좋아하는 에피소드로 "우리집처럼"이라는 화장실 관련 웹툰을 소개합니다. 

실실 웃음이 터집니다. 기발합니다. 

그런 기발함이, 엉뚱함이 책의 곳곳에 퍼져 있습니다.  


작가 자신이 '아스트랄(4차원적인 생각을 하는)'한 면이 있나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든 문장에서 솔직함과 더불어 재기발랄함이 느껴집니다.  

책을 쓰는 과정에서 필요한 것들을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라고 느낄 만큼 올려 놓았습니다.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글쓰기 과정에 필요한 것들을 올려놓다니. 역시 성공한 사람들은 '디테일'에서 다르구나, 작가에게 믿음이 갑니다.  


어디선가 들었어요. "세상 일은 모두 사적이다" 맞는 말인 것 같아요. 이 책은 매우 사적인 글처럼 느껴집니다. 제1장 창작의 도구들, 제2장 창작의 시작, 제4장 실전그림 그리기 등에서는 더욱더 그렇습니다. 그런데 그게 또 그렇게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자신의 일상, 경험, 글쓰는 과정 등을 세세하게 보여주다 보니, 그런 신뢰가 생기나 봅니다. 정말 이 사람처럼 준비해 볼까, 이런 도구들을 사 볼까, 하는 마음이 들도록 깨알같은 팁(실제 경험으로 얻은 사용 리뷰가 넘치다 보니)을 제공해 줍니다.  


어쩌면 종이 질감도 삼류 잡지에나 쓰일 것 같은 신문 용지로 했을까요. 화장실, 또는 지하철에서 아주 편하게 읽으라고 - 무게감, 긴장감, 중압감 뭐 이런 책에 대한 거리감을 없애려는 의도일까요? 

무튼, 이 책은 자신이 쓴 글과 아무렇게나라도 그린 그림에 대한 '사랑할 준비'만 되어 있다면. 어떤 글이든 쓰고, 그림을 그리도록 실천하게 만드는 작가의 간절한 주문이 들어 있는 책입니다.  


작가의 그런 간절함과 기발함은 제5장 완전정복에서 절정을 이룹니다. 물론 이 부분은 절정이자 마무리에 해당됩니다. 작가의 말처럼 '세 단계' 논리로 설명하자면, 그야말로 '창작자의 세계관이 투영된'(p.174) 괜찮은 마무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교훈적인 마무리도 아니고, 앞의 재미를 반감시키는 마무리도 아니고, 무책임해 보이는 마무리도 아니니'. 그야말로 성공적인 마무리라고 할 수 있겠죠. 


아, 그런데 문제 개수가 너무 많습니다. 저처럼 독서의 근력과 지구력이 약한 인간은, 언어 영역 서너 문제까지는 열심히 풀고는 지치고 말았습니다. 그 뒤로 가면서는 점차 몰입도가 떨어졌습니다. 그래서 예술, 사회, 과학 영역으로 가면서 흥미도 떨어지고 체력도 떨어지고.. 글씨는 또 왜 이렇게 작습니까? 노안이 심한 저는 글씨가 어른거려서 혼났습니다.  


허나, 청소년을 포함한 젊은이들과 특히 남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분들에게는 아주 흥미롭게 접근될 것이라 믿습니다. 어쩐지 우리 아들도(책을 전혀 가까이 하지 않는 독서 냉담자) 이 책을 읽을 것만 같았습니다. 책 중반에 있는 <실전 그림 그리기>에서 그림 그리는 과정만이라도 꼭 읽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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