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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y 18. 2019

도서 리뷰 [디스 이즈 뉴욕]

THIS IS NEW YORK 2019 최신 개정판_일상도 여행처럼

도서 리뷰 [디스 이즈 뉴욕]


이 책은 방대하다 못해 뉴욕을 최소 한 달 이상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꼭 필요한 지침서같은 책입니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고 했던가요. 그런데 칭찬이 아닌 이 책이 저를 춤추게 하고 말았어요.

무슨 말이냐구요. 제가 오늘 아침 안 하던 짓을 하면서 급기야는 미친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마치 춤을 추는 듯, 황홀한 기분도 들어서 하는 말입니다. 


토요일 아침 저는 지금 카페에 앉아 있습니다. 왜냐구요. 책 읽고 리뷰 쓰려구요. 그게 무슨 미친 짓이냐구요.

제가 이렇게 카페에 앉아서 컴퓨터를 펼쳐 놓고 글을 쓴다고 하는 행위 자체가 제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거든요. 그것도 휴일 아침에. 게을러 터져서 휴일 아침에는 이불 밖으로 나오지도 않는 사람이 말입니다.


요즘 집에서는 도통 책이 읽혀지지가 않습니다. 핑계는 많지요. 집안일도 해야 하고, tv시청도 해야 하고. 영화도 봐야하고. 옆지기와 놀아 주기도 해야 하고. 가장 주요한 이유는 ‘안구 건조증’과 ‘노안’이 심하게 겹쳐서 책을 몇 장 읽으면 눈이 시리고 따끔거려서 아프기도 하거든요. 암튼 온갖 핑계거리를 만들면서 책 읽기를 멀리 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렇게 읽으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방구석에 쳐박혀서 잡지책 보듯 보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처음 만났을 때 참 당황스러웠습니다. 내가 이 책을 받아도 되나, 나처럼 여행도 하지 않는 사람이 받아도 되나 미안한 마음이 컸습니다. 이렇게 여행에 미친 저자와, 이런 방대한 여행서를 출판한 사람들에게 예의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 좋다, 나도 근사한 장소에서 한 번 멋들어지게 폼나게 한 번 연출을 해 보자. 크하하하하

번득 오늘 아침 이불 속에서 이런 생각을 했더랬습니다. 그리고는 뛰쳐 나가기로 작정했습니다. 내가 집 근처에서 가끔 들르는 카페들을 떠올려 보았습니다. 일단 걸어서 30분 이내에 있어야 하고, (저는 도보 30분이 넘으면 지치고 짜증이 나기 시작합니다, 체력이 딱 거기까지밖에 안 되는 처지라서), 다른 테이블과의 사생활 보호권(?)이 보장되어야 하고, 커피향이 구수하고 짙어야 하는 곳. 딱 떠올랐습니다. ‘스니프 스니프’ 커피 맛이 아주 진하고 고급스러운, 그리고 이층 공간이 한적한, 바로 내가 원하는 아지트! 내가 무엇을 해도 타인에게 방해가 되지 않는 최적의 공간. 10시 즈음에 가방을 챙겨 들고 나왔습니다. 아주 오래 전에 인터넷에서 30여 만원에 구입한 노트북 하나 들고. 


아,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디스 이즈 뉴욕> 책 한 권 읽겠다고, 리뷰를 작성하겠다고, 이러는 내가 미친 것 같기도 하고, 황홀한 춤을 추는 것 같기도 하고. 하하. 아무튼 기분은 참 좋습니다. 그러면 된 것 아닐까요. 책이 내 인생에 깊숙이 파고 들어 내면에 파장을 일으키는 것.


몇 년 전 타로 점술사가 저에게 말합니다. “당신은 아지트 하나만 있으면 돼. 그러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해질거야.” 그 말을 들은 지 벌써 몇 년째. 저는 ‘아지트’라는 공간을 로망만 했지, 어떻게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지를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늘 아침 (그것도 토요일 휴일에) 단박에 실현한 것 같습니다. 지금 제가 이러고 있는 곳이 나의 ‘아지트’이며 ‘작업실’이 아닌가 싶습니다. 일상과 다른 어떤 공간으로의 이동은 대개의 현실적인 문제를 해결해 줄 수 있고, 창의적인 생각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습니다. 지금 제가 그것을 경험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문제가 있을 때에는 무조건 공간을 옮겨서 생각하라.”라는 말이 정말 실감이 납니다. 


이런 작은 실천인 ‘집에서 카페로의 공간 이동’만으로도 이렇게 신선하고 행복해서 할 말이 많아지는데. 

저 <뉴욕>으로의 공간 이동은 얼마나 많은 영감과 행복을 줄까요.


정말 이 책은 뉴욕이라는 도시에서 살아 보지 않으면, 미치지 않았으면, 정보를 탐색하지 않았으면, 결코 나올 수 없는 책입니다.

제가 20여분의 거리 이동으로도 이렇게 충만한 기분이 되어 미쳐버린 흥분을 이 얄팍한 종이 지면에 옮기고 있는데. 저자 ‘윤영주’는 잘나가던 회사인 동시에 멀쩡한 회사를 그만두고 무작정 여행길에 올라서 얻어낸 엄청난 정보를 쏟아내었으니. 이 책은 방대하다 못해 뉴욕을 최소 한 달 이상을 여행할 수 있도록 하는 데에 지침서같은 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갔던 곳을 또 가게 되는 것은 그곳이 정말 사람의 영혼을 움직인 곳이라 생각합니다. 그곳에서 오래 머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곳. 저자에게 뉴욕은 그런 곳입니다. 뉴욕과 사랑에 빠진 사람처럼 보입니다. 

두해 전에 후배가 뉴욕을 2주간 다녀왔습니다. 그리고는 “2년 뒤에 또 갈거야. 그리곤 한 달을 넘게 있어 볼거야.”라고 말합니다. 뉴욕이 그런 곳인가 봅니다. 


제 딸이 가을쯤에 뉴욕에 갈 것이라 합니다. 딸내미에게 이 책을 주려고 합니다. 어마어마한 도움이 될 것이라 믿습니다. 한 권에 엄청난 정보를 다 담아내기 위해 글씨가 깨알 같아도 상관 없습니다. 사진과 지도들은 분명하고 크게 나와 있으니까요. 

첫장에 달려 있는 ‘대형 뉴욕 지도’를 펼쳐 놓고 뉴욕을 눈으로 읽혀두라 할 것입니다. 

개성이 넘치는 뉴욕의 대표 거리마다 수록된 정보들을 읽고 가라고 할 것입니다. 

첫눈에 반해 버릴 뉴욕의 명소들을 살펴 보고 가라고 할 것입니다. 

뉴욕과 사랑에 빠질 수 밖에 없는 이유 10가지를 탐독하고 가라고 할 것입니다. 

뉴욕에서 간식으로 즐길 수 있는 이색 먹거리 - 목록을 추려서 가라고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반드시 꼭 가지고 가라고 할 것입니다그렇게 가지고 다니라고 겉표지를 비닐 포장으로 감싸 준 것도 여행서 전문출판사 ‘테라’의 배려라고 여깁니다. (물론 모든 여행서 출판사가 다 이렇다고 하더라도, 저에겐 여행서와의 만남이 첫경험이니까 나름 의미가 있습니다^^)


다양함이 넘치는 뉴욕까지는 아니더라도. 

저는 이 <뉴욕>을 여행서를 탐색하기 위해서 일상의 공간이 아닌 색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을 감행했습니다. 

이 작은 실천이 저를 너무너무 행복하고 들뜨게 합니다. 이 주말 아침에 말입니다. 하하 하하하



이 글은, 예스24 파워문화블로그 [서평단 리뷰]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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