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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May 19. 2019

영화 리뷰 [악인전] 마동석은 질리지 않는다.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2019


영화 리뷰 [악인전] The Gangster, The Cop, The Devil, 2019  


_마동석은 질리지 않는다.



* 영화 정보  


감독: 이원태

출연: 마동석(조직 보스), 김무열(경찰), 김성규(악마)

개요: 한국, 액션 범죄,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9.05.15  



* 영화 이야기   


이 영화 한마디로,

"결과가 뻔한, 남자들의 싸움. 마초적인 액션 범죄 영화 이제 질린다. 아 그만 보자. 그런데, 그러면서도 또, 나는 재밌게 보고 말았다."  그런데 이것이 청소년 관람불가라고? 왜?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 이 생각이 먼저 든다. 이보다 더 악하고 잔인한 장면들이 과한 영화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개념없는 사이코 패스들이 등장한 영화, 드라마들이 버젓이 15세(어떤 것은 황당하게12세 관람이기도 함)로 진행되기도 하는 현실인데. 이 정도 범죄 액션 살인극에서 청소년 관람불가라.. 이해 불가다. 

(참고로 영화 <걸캅스>는 욕설에서 욕설로, 거의 대사마다 추임새급으로 등장하는 욕설 영화인데도 15세 관람가이다. 욕설은 때로는 잔인한 물리적 폭력 그 이상의 괴력을 발휘하는데도 말이다.) 


그래도 이 영화 참 대차다. 개봉 나흘 만에 백만이 훌쩍 넘었다.

이런 마초적인 영화를 선호하는 팬들이 많은가 보다. 

나도 마찬가지이다. 물론 옆지기 덕분(?)에 열심히 관람하게 되었지만. 

아니다. 나도 대학시절에 <영웅본색> 등을 얼마나 몰입하며 보았던가, 한 영화관에서 두 번 연속으로 보기도 하고. 그렇다면 나도 이런 류의 영화를 선호한다? 라고 말할 수 있을까.  


마초 액션 활극, 악당과 경찰이 싸우거나, 공조하거나. 무자비한 살인마와 주인공의 죽기 살기로 끝날 줄 모르는 아수라판 몸싸움. 끝날때까지 끝난 게 아닌 것 같은 살인극. 영화 <끝까지 간다>는 너무너무 재밌게 보았을 정도.  그런데 이런 소재의 영화가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할리우드 영화 좀 보소. 그들의 악당은 현실의 시공간을 넘어 서서 우주로 확장, 때로는 미래적이며 환상의 세계에서까지 득실대지 않는가. 때로는 외계생명체로 둔갑하기도 하고.  


나는 마초적인 남성 활극 영화를 예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가끔은 우리 나라 영화 속의 소재가 더 리얼하게 다가올 때가 많다. 그래서 결국은 또 보게 된다. 이번 <악인전>의 조직 보스, 경찰, 연쇄살인마 등도 너무나 있을법한 인물로 등장한다. 그래서 더 몰입하며 보는 줄도 모르겠다.  


최근 개봉한 액션 범죄 영화를 두 편으로 연속보았다. <걸캅스>와 <악인전> 모두 경찰이 등장한다. 그리고 악당도 등장한다. 두 편 중에 나는 <악인전>이 더 나았다. 제일 큰 이유는, 마동석 배우의 등장이다. 나는 그의 이미지가 참 좋다. 작지만 선한 눈, 귀여운 입술, 그리고 쉽게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체격. 귀여움과 남성다움이 동시에 있는 캐릭터. 그런 캐릭터가 보여 주는 우직한 액션은 그 자체로 '마동석표 액션'이 아닌가 싶다.  이런 액션이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등에서도 인정받고, 앞으로 더 많은 공간에서 활약하기를 간절히 기대한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나 귀여운 '마블리' 캐릭터이다. 아, 이번 영화에서는 그 '마블리'의 상징인 살인미소에다가 살벌한 조직 보스 이미지까지를 더했다. 그리고 결코 웃기려고 한 것도 아닌데, 절로 웃게 되는 장면들도 만들어 낸다. 마치 <범죄도시>에서 "어 그래 나 혼자야. 싱글 맞아." 이런 류의 대사처럼. 


영화 <악인전>은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잡는 흥미로운 설정에서 시작한다. 중부권을 장악한 조직의 보스(마동석)가 접촉사고를 가장해 접근한 남자(김성규)에게 공격당한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상대를 공격한 남자는 사라지고, 졸지에 피해자가 된 조직 보스는 분노로 들끓는다. 연쇄살인을 확신하고 홀로 사건을 추적하던 강력계 형사(김무열)는 또 다른 검거 대상이었던 조직 보스와 손을 잡는다. 그가 연쇄살인의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이자 증거였으므로.
  
<악인전>의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이것이다.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가 한 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선인으로 상징되는 형사는 가장 큰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과 손잡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형사와 함께 사건을 해결하려고 조직을 총동원하는 보스, 조직의 도움을 받아 연쇄살인의 정보를 빠르고 효과적으로 수집하는 형사,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은 서로의 능력을 최대치로 이용해 연쇄살인마를 바짝 쫓는다. 먼저 잡는 사람이 놈을 갖는다는 조건을 내건 채. 서로를 이용하지만 서로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 두 사람. 


"나쁜 놈 둘이 더 나쁜 놈을 잡는거야" 라는 마동석의 대사처럼. 절대 악을 잡기 위해 함께 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손잡아야 하는 모순적 상황이 주는 긴장감과 동시에 재미가 있다. 그리고 연쇄살인마로 등장한 새로운 배우 김성규는 유약해 보이면서도  눈에서 묘한 빛이 났고 강하면서도 섬세하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악한 느낌이 느껴졌다. 차가우면서도 강렬한 아우라. 앞으로의 행보가 더욱 다양하게 펼쳐질 것 같다. 


이 영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막판에 너무 싱겁게(이걸 싱겁다고 표현해도 되는가 모르겠지만) 마무리된다는 점이다. 법정 장면까지 서둘러 내달리다 보니 전개가 흐트러졌다고 해야 하나, 밀도감이 떨어진다고 해야 하나, 좀더 연쇄살인마를 쪼여나가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다. 결말을 향해 급하게 마무리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혹시 영화 <내부자들>처럼 감독판 세 시간짜리가 따로 있다면 모를까. 아쉽다. 그리고 엔딩 크레딧에서도 아무것도 올라오지 않아서 몹시 서운했다. 마동석의 수감 생활이라도 좀 보여줄 줄 알았는데... 정말 쩝쩝이다. ^^




이 글은 예스24 파워문화블로그 [찻잎미경의 리뷰] 16기 활동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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