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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n 15. 2019

영화 리뷰 [문라이트] Moonlight, 2016

색감과 빛의 어울림은 스스로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을 창출할 뿐이다.

영화 리뷰 [문라이트] Moonlight, 2016


*주요 정보


감독: 배리 젠킨스 (이 작품으로 각 종 영화제, 여러 분야에서 다수의 수상을 함)

개봉: 2017년 2월 22일

개요: 드라마, 미국, 15세 관람가

출연: 알렉스 R.히버트(리틀), 에쉬튼 샌더스(샤이론), 트랜반트 로스(블랙), 마허샬라 알리(후안), 나오미 해리스(폴라), 자럴 제롬(16살 케빈), 안드레 홀랜드(케빈)


*기본 줄거리


이 영화는, 마이애미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이곳에서 흑인 아이 - 샤이론이 소년이 되고 청년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푸르도록 치명적인 사랑을 하고, 성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이다. 또한 흑인의 이야기, 소년의 성장 이야기, 퀴어(동성애) 사랑 이야기가 푸르고 시린 달빛아래에서 아름답고 유연하게 흐르고 있는 것만 같은 감각적인 영화이다. 


*영화 감상


이 영화는 흑인 소년 샤이론의 삶과 사랑이 중심을 이룬다. 샤이론의 삶은 3부작으로 전개된다. 작고 연약하고 힘이 없는 어린 샤이론 ‘리틀’의 이야기, 16세 전후의 청소년 ‘샤이론’이야기. 그리고 청년 ‘블랙’으로 살아가는 이야기. 이렇게 3부로 나뉘는 이야기이지만, 이 모든 서사를 관통하는 것은 ‘사랑’이다. 엄마, 후안 커플, 그리고 친구 케빈. 이 사람들은 샤이론의 사랑에 깊게 관련되는 인물이다. 


‘리틀’의 이야기에서는 성정체성에 대한 확인이 어렵다. 이 시절의 샤이론의 환경은, 아버지는 없고, 마약 중독자 엄마(나오미 해리스)로부터 사랑을 받아야할 때 제대로 된 온전한 사랑을 받지 못하고, 불행한 환경으로 방치되는 모습이다. 그런 가운데 “헤이 리틀”이라 불러주는, 아주 강하고 멋진 남자 ‘후안’으로부터 도움을 받게 된다. 그리고 그를 의지하면서 인간적인 신뢰와 사랑을 받게 된다. 그런데 그 멋진 남자 ‘후안’은 마약 중개 로비스트이다. 


청소년 ‘샤이론’은 이미 홀로 모든 것을 “스스로 결정해야 하는” 외톨이가 되어 있다. 흑인, 왕따, 어둠, 불행, 외로움, 고통, 피해자 등의 수식어가 모두 쓰여도 하나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그런데 그때 “헤이, 샤이론”을 불러 주는 또래 친구 ‘케빈’을 알게 된다. 그리고 치명적인 사랑을 실천한다. 그렇게 처음으로 ‘몸을 만지게 한 사람, 사랑한 사람’으로 케빈이 들어섰던 것이다. 


청년 ‘블랙’은 케빈이 불러 주었던 ‘블랙’이라는 이름으로 ‘나쁜’ 일을 하며 살아가게 된다. 죽은 ‘후안’의 뒤를 이어서 말이다. 엄마에게 마약을 주었던 그 후안의 일을, 마약중독자의 아들인 자신이 하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전개되지만.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상황이 하나도 이상하다고 여겨지지 않는다. 마치 샤이론과 후안이 처음 만났을 때, 그 일은 그렇게 운명처럼 정해져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왜냐하면, 그 당시 그곳에서 그들의 삶은 그렇게 어두운 굴레가 이미 주어져 있는 것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몇 년 후 ‘블랙’은 ‘케빈’과 조우하게 된다. 그날 해변의 문신 같은 첫사랑 첫키스의 추억을 고스란히 뜨겁게 간직한 채로 말이다. 


“살아간다는 것은 외로움을 견디는 일”이라고 하지만, 이렇게 또 “내 몸을 처음 허락한 너”를 다시 만나고 그렇게 사랑을 찾아가는 게 또 인생이지 않나 싶게. 영화는 사랑 이야기를 하면서 인생의 굴곡을 섬세하게 묘사한다. 

캐릭터 하나하나가 강렬한 인상을 남긴다. 특히 그들을 조명하는 빛, 색감, 영상 등과 어울려 너무나 강렬하게 빛난다. 아름답다, 멋지다, 라는 말을 넘어서. 영화를 보는 동안 내가 그 색감에 물들어 버릴 것만 같은 착각마저 들게 된다. 


“달빛 아래에선 모두 푸르게 빛난다” 라는 명대사처럼. 영화는 달빛의 푸른 색감을 기가 막히게 활용한다. ‘흑인’을 소재로, ‘흑인들’의 이야기를 직설적으로 드러내면서도 어찌 보면 서사는 담담하게 전개되는 부분도 있다. 그런데 그런 가운데서도 그저 색감과 빛의 어울림은 스스로 어마어마한 아름다움을 창출할 뿐이다. 


이 영화는 한마디로 ‘색감의 아름다움’이 돋보이는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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