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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n 16. 2019

영화 리뷰 [무적자] A Better Tomorrow

<무적자>라 쓰고, 한국판 <영웅본색, 오우삼,1987>이라고 읽는다마는

영화 리뷰 [무적자] A Better Tomorrow, 2010


- <무적자>라 쓰고, 한국판 <영웅본색, 오우삼,1987>이라고 읽는다마는,


*이 영화는 1986년도 화제작(지금은 거의 명작 반열에 올라 있지요^^) 영웅본색(英雄本色)과 영문 제목이 같고, 인물 구성 및 스토리 얼개를 차용했다고 볼 수 있다. 그래서 아류작, 영웅본색 코리아 버전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결국 영화를 보는 내내 80년대 말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영화 <영웅본색>을 소환하고 만다. 


“시발, 행복한 새끼” 

이 영화 엔딩에서 나오는 가장 강렬한 대사이다. 영춘이 김혁의 동생 김철을 붙들고, 너한테 형이 있어서 좆나 부럽다는, 얘기를 하면서 하는 말이었다. 그리고는 처절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영화 정보


감독: 송해성

개봉: 2010년 9월 16일

개요: 한국, 드라마, 15세 관람가

출연: 주진모, 송승헌, 김강우, 조한선


*기본 줄거리


어릴 적 헤어진 형제 혁(주진모)과 철(김강우). 형 혁은 무기밀매조직의 보스로, 동생 철은 경찰로서 마주한다. 그 어떤 형제보다 서로를 위했던 두 형제는 이제 서로의 심장에 총을 겨누게 된 적으로 맞선다.

10년째 뜨거운 우정을 쌓으며 조직을 이끌어 가고 있는 쌍포 혁과 영춘(송승헌). 서로를 위해 목숨까지 바칠 수 있는 두 친구는 조직원이었던 태민(조한선)의 비열한 계략에 넘어가 많은 것을 잃게 된다. 조직에서 벗어나려는 혁, 조직을 검거하려는 철, 다시 한번 부활을 꿈꾸는 영춘. 깊은 상처와 오해로 어긋난 이들은 모든 것을 손에 쥐려는 태민의 음모에 휘말려 예상치 못한 결말로 치닫는다.


*영화 감상


이 영화는 인물의 구성과 관계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영웅본색을 떠올리게 된다. 어찌 보면 보는 내내 영웅본색을 소환하게 된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영화 감상에 방해가 되고, 그만큼 저평가 될 수밖에 없다. 영웅본색에서 강렬하게 보여 준, 남성적 영웅들의 낭만적인 의리, 우정, 형제애, 스타일 등을 잊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영웅본색은 영문 제목 ‘보다 나은 미래(A Better Tomorrow)’라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결말-엔딩 또한 그렇게 강력하게 끌고 간다. 그런데 <무적자>는 그 궤도를 한참 벗어나 있다. 


그러다 보니 <무적자>는 여러 모로 <영웅본색>보다 부족한 면을 보일 수밖에 없게 된다.  


<영웅본색>에서 보여 준 낭만적인 갱스터 역할과 그런 분위기(배경) 형성이, 우리 현실에서는 만들어지기 어렵다. 

애초에 그런 암흑가의 배신과 복수의 연결 고리가 이 영화에서는 서사적으로 탄탄하게 나가기가 어렵다. 세 명의 주인공은 ‘탈북’이라는 연결고리가 있어서 유대감, 의리, 원망 등의 감정이 폭발할 수 있겠지만. 배신의 아이콘인 태민에게는 그것을 공감하거나 배신할 수 있는 배경(그 감정이 만들어질 수 있는 영역)이 드러날 여지가 없었기 때문이다. 



[네 남자의 인물 설정과 결말]


김혁(주진모) 조직에서 큰 신임을 받는 큰 형(보스)이다. 북에 남겨 두고 왔던 동생을 끔찍이 사랑하며, 동생을 찾기 위한 어떤 수고도 마다하지 않는다. 또한 친구같은 동생 영춘에 대한 의리도 두텁다. 후반부 형사가 된 동생에게 부끄럽지 않으려고 조직에서 손을 씻고, 끝내 새로운 삶에 대한 의지를 버리지 않는다.


이영춘(송승헌) 김혁과 고락을 함께 나눈 2인자이다. 김혁의 복수를 갚다가 절름발이가 되어 조직에서 굴육을 견디며 절치부심한다. 강호에 떨어진 의리와 자신의 명예 회복을 위해 비장하게 스스로를 희생하는 비극적인 영웅이다. 낭만적인 갱스터의 면모와 함께 암흑가의 범죄를를 통해 한탕주의가 만연한 도시의 모습을 반영한다. 큰 배에서 항구를 내려보며 마지막으로 한건을 하고 이 곳을 떠나자는 영춘의 말 속에는 현실의 불안과 도피의식이 깊게 반영되어 있다.


김철(김강우)은 자신들을 두고 떠난 형을 원망하며, 엄마의 죽음을 복수하려고 한다. 누구보다 따르던 형이 범죄자인 것을 알게 되자 형을 용서하지 못한다. 태민을 붙잡아 자신은 형과 다름을 증명하려는 열혈 형사가 된다. 

     

태민(조한선)은 조직의 신참 시절의 겸손한 태도와 반대로 검은 야욕을 숨기고 김혁과 영춘을 배신한다. 조직의 일인자가 된 이후 절름발이가 된 영춘을 모욕하는 등 오직 돈을 위해 언제나 배신할 준비가 된 비열한 인물이다. 


무기밀매 조직 판에서도 김혁과 리영춘은 품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며. 두 사람은 동료 이전에 둘도 없는 친구로 지낸다. 김혁은 어렵게 찾아서 겨우 만나게 된 동생을 위해서라도 이 일을 그만두려고 한다. 그런데 마지막 임무를 수행하러 간 대만에서 부하 태민에게 배신을 당한다. 그 사이 친구 영춘은 복수를 하던 중 다리에 총을 맞아 절름발이가 된다.


대만 교도소에서 형량을 마친 김혁이 홍콩에 돌아와 김철을 찾아가지만, 동생은 혼자 도망친 형의 행위와 그로 인한 엄마의 죽음을 탓하며 범죄자인 형을 용서하지 않는다. 절름발이로 온갖 수모를 견디며 김혁을 기다린 영춘이 배신자 태민에게 복수하고 과거의 영광을 되찾자고 간곡히 청해도 김혁은 조직으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결연한 의지로 택시운전기사로 취업한다. 이제 조직의 우두머리가 된 태민 역시 김혁을 회유하지만, 그의 거절에 동생 김철을 함정에 빠뜨리고, 영춘을 거의 죽음 직전까지 몰고 간 잔인한 폭력을 행사한다. 


태민에 대한 분노와 영춘의 비장한 모습을 본 김혁은 태민이 저지른 범죄의 결정적 증거가 되는 자료를 훔쳐낸다. 김혁은 증거 자료를 경찰에게 넘겨준다. 그리고 마지막 한판을 치른 뒤, 영춘을 돈과 함께 배에 태워 떠나보낸 뒤, 김혁은 홀로 태민을 처치하려고 하지만 김철이 끼어들면서 그의 계획은 어긋나고 형제는 위기에 처한다.


그러나 영춘이 뱃머리를 돌려 다시 돌아오면서 김혁, 영춘, 김철 셋은 태민과 조직을 상대로 불리한 전쟁을 벌인다. 목숨을 걸고 김혁 형제를 지켜낸 영춘은 죽음을 마주하고, 김철은 그제야 형을 용서한다. 그러나 결말은 네 남자 모두의 죽음. 비참한 엔딩이다. 


냉소와 절망을 무기 밀매 조식의 배신과 파멸. 그런 서사 안에 비 내리는 어두운 밤, 강한 대비의 조명, 사선 및 수직 구도 등으로 도시의 불안과 무력함이 드러난다. 비장한 모습의 대사와 액션도 있다. 그러나 그것들을 스타일리쉬하게 보여주려고 애썼으나 결과는 역부족. 왜냐하면 관객은 이미 감상 수준이 (다양한 패턴으로) 너무 높아졌기 때문이다. 또한 주인공들의 비극적이고 낭만적인 영웅주의, 남자들의 의리와 우정, 비장하게 패배하는 영웅상. 이를 너무 많이 보아 왔기 때문이다. 


격정적이고 감상적인 남자들의 관계와 의리와 우정를 위한 희생과 같은 모티브뿐만 아니라, 비 내리는 어둠 속에서의 현란한 총격전, 감상적인 음악의 사용, 강한 대비의 조명 등의 스타일은 홍콩 액션영화에 많은 영향을 받았지만, 새로운 것으로의 도약은 아주 미비했다 할 수 있다. 


배신자 태민은 불안한 조직의 한탕주의에 편승한, 김혁과 영춘을 배신하고 김철을 함정에 빠뜨리는 비열한 인물이다. 우정과 의리, 형제애를 지켜내려는 김철과의 명확한 대립구도 안에서, 김혁이 끝내 명분을 버리지 못하는 것은 그가 (동생)김철을 통해 긍정적인 미래를 꿈꾸고 있기 때문이다. 김혁은 암흑가의 큰형님이었을 때도 늘 올바르고 발전적인 앞날을 무엇보다 소중히 생각했다. 김혁의 이러한 건실한 면모는 이후 새로운 삶을 위한 강력한 의지로 작용한다.


그에 비해 영춘은 훨씬 복잡한 인물이다. 그는 김혁과 마찬가지로 의리와 같은 전통적인 강호의 가치를 중요시하지만 동시에 그것이 땅에 떨어진 현실에 대한 비감에 사로잡혀 있다. 영춘은 자본주의 사회의 아름다운 야경을 보면서 언젠가는 이 도시를 떠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다. 하지만 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들을 죽음을 통해 지켜냈다 하더라도, 그것은 법 질서 바깥에서 일어난 일들로 그들은 불법으로 총을 든 대가를 치러야 한다. 


<무적자>의 결말. 낭만적이지만 비참하다. 죽음이라는 큰 희생과, 결과와 상관없이 법의 심판 아래 있는 영웅들의 싸움은 결국 짙은 무력감과 허무감을 남겨 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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