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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Jul 21. 2019

영화 리뷰 [무뢰한] 남루한 여자 그리고 무례한 남자

The Shameless, 2014


영화 리뷰 [무뢰한] 스타일리쉬한 여자 그리고 무례한 남자



The Shameless, 2014



이 영화 오늘 두 번째 본다. 그런데도 좋다. 전도연과 김남길의 케미가 만들어 내는 민낯의 거칠고 리얼한 감정과 그 표현 방식이 깊고 세련되게 다가온다. 



* 기본 정보



감독: 오승욱 


출연: 전도연(김혜경), 김남길(정재곤), 박성웅(박준길)


개요: 한국, 하드보일드 멜로, 청소년 관람불가


개봉: 2015년 5월 27일



* 기본 줄거리



형사, 살인자의 여자를 만나다.



범인을 잡기 위해선 어떤 수단이든 다 쓸 수 있는 형사 정재곤(김남길 扮). 그는 사람을 죽이고 잠적한 박준길(박성웅 扮)을 쫓고 있다. 그를 잡을 수 있는 유일한 실마리는 박준길의 애인인 김혜경(전도연 扮). 재곤은 정체를 숨긴 채 혜경이 일하고 있는 단란주점 마카오의 영업상무로 들어간다. 


하지만, 재곤은 준길을 잡기 위해 혜경 곁에 머무는 사이 퇴폐적이고 강해 보이는 술집 여자의 외면 뒤에 자리한 혜경의 외로움과 눈물, 순수함을 느낀다. 오직 범인을 잡는다는 목표에 중독되어 있었던 그는 자기 감정의 정체도 모른 채 마음이 흔들린다. 그리고 언제 연락이 올 지도 모르는 준길을 기다리던 혜경은, 자기 옆에 있어주는 그에게 마음을 열기 시작한다.




* 나의 영화 감상 노트 



나는 왜 이 영화에 몰입했을까. 


서사의 중심에 있는 두 배우의 연기 때문에? 


극단의 선택을 하는 두 사람, 그 남자와 그 여자의 감정 때문에?



거친 남자의 외양 속에 자리한 쓸쓸한 내면까지 심도 깊은 감정연기로 소화해내며 수컷 냄새 가득한 비정한 형사 역할을 선사한 김남길 때문에?



사람을 죽이고 도망간 애인을 기다리며 술로 절망을 푸는 여자, 밑바닥 인생의 남루함만 남았을 것 같은 혜경을 연기한 전도연의 절망과 퇴폐, 그리고 순수와 강단을 보여주는 묘한 매력 때문에?



한 번은 영화관에서, 한 번은 집에서 보게 된 영화 "무뢰한"


옆지기보다 내가 더 좋아한 영화. 옆지기는 맥락이 툭툭 끊긴다고, 후반부 스토리가 엉성해진다고 불만을 토로했지만. 


나는 그렇게 끝나버리는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너무나 쓸쓸하고 허무하고 비장해서 오히려 좋았다고 말한다. 




김남길의 마지막 대사 - 얼마나 쓸쓸한가. 그 여자의 칼에 맞고 괜찮다며, 그래 괜찮다는 표정으로 그 자리를 피해(아마도 그 여자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겠지) 한참을 겨우 걸어가서는 어렴풋이 밝아오는 먼동을 보며 "새해다, 그래 잘 살아라 **년"하며 거칠게 대사를 뱉는 김남길의 낯빛을 보면서. '이런 사랑도 사랑인거야' 라며 김남길의 허전함에 깊이 공감하고 만다. 




이 영화의 멋진 장면들이 많다. 전반적으로 어둠을 배경으로 깔고 먼동이 터오는 듯한 새벽길을 걷는 그 여자와 남루한 빌라촌 이미지. 밤일을 하는 여자와 그 여자를 잠복수사하는 남자 때문인지 주로 밤이며, 어둑어둑한 새벽 시간이다. 그게 이 영화의 메시지를 고스란히 담고 있다. 절망 끝에 찾아오는 어둑어둑한 새벽빛 같은 사랑. 먼동처럼 사라질 아슬아슬한 사랑. 




그 여자의 옷차림이 강렬하다. 특히 외상값을 요구하러 갈 때의 옷차림 - 빨간 원피스, 빨간 립스틱, 우아하게 올린 머리 - 그렇게 가오를 잡고 찾아가서는 아주 세게 외상값을 요구하는 전도연의 당찬 연기. 아름다웠다, 슬펐다, 처절했다. 아마도 그때부터 그 남자는 그 여자의 강단 있는 모습과 함께 어쩔 수 없이 수면위로 차오르는 슬픔을 비루함을 절망을 쓸쓸함을 가슴에 품게 되지 않았나 싶다. 




진주 목걸이. 그녀가 가졌던 진주 목걸이를 선물하는 그 남자. 그런데 그 여자의 남자를 죽였을 때, 오열하던 그녀에게서 목걸이가 떨어지고. 그렇게 그녀에게 곁을 주었던 그 남자의 마음은 배신으로 낙인되고. 진주는 '눈물'을 상징한다 했던가. 그녀의 눈물은 이미 예고되었던 것. 




그녀의 비루함과 그 바닥의 끝을 보여 주는 듯한 후반부의 장면들. 


남자는 끝내 "나는 형사 정재곤이며, 당신은 범인의 애인이었으며, 나는 내 할 일을 했다"라고 말하는데. 그것이 또한 여자의 가슴에 대못을 치는 일이다. 꼭 그렇게 대못을 박아야 했니. 그래서 그렇게 꼭 그녀에게 칼을 맞아야 했니. 




그 남자는 그 여자의 애인이게, 범인에게, 총을 쏘고 말았다. 그녀에게서 범인인 애인을 떼어 놓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남자를 죽이면 그녀는 좀더 자유로워지지는 않을까. 


그러나. 그녀에게 범인이었던 애인은 어쩌면 삶을 지탱하게 해 주는 유일한 방식이 아니었을까. 잔인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살아야 하는 그녀의 운명처럼. 그런 여자를 지켜봐주었던 그 남자의 마음은 그냥 어두컴컴한 그녀의 삶에 가끔 드리우는 어둑어둑한 새벽녁 빛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금방 사라져버리는 새벽의 잠깐 환해지는 햇살같은. 




비장하고 비릿하고 단단하고 무정한, 거칠고 투박한, 어쩌면 인간의 원초적인 날것의 이야기를 볼 수 있다. 보통 '하드보일드'한 스타일이라고 말하는 그런 영화처럼. 




무정하고 무례하고 다듬어지지 않은, 그래서 날것의 비린내가 물씬 풍기는 사랑 이야기를, 나는 재밌게 보았다. 비록 소재는 삼류라고 비난할지라도, 전도연과 김남길의 연기는 비난할 수 없다. 정말 일류였다. 두 사람이 연기한 모습과 스타일이 정말 근사했다. (보통 말하는 근사함의 의미가 아니라, 캐릭터 속의 생생한 스타일을 말하는 것이다.) 전도연의 영화, 김남길의 영화를 원하는 분이시라면, 이 영화도 추천한다. 



[이 글은 예스24블로그 파워문화블로그 16기 활동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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