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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Aug 11. 2019

도서 리뷰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언젠가는, 어느 날 나의 길동무가 되어 줄 책...

                                                                                                                                                                                                                                                                                                                                                                                      

도서 리뷰 [스페인은 순례길이다] 언젠가는, 어느 날 나의 길동무가 되어 줄 책... 





<스페인은 순례길이다>는 한마디로, 김희곤 저자의 스페인에 대한 사랑, 스페인 건축에 대한 무한 애정이 문장 사이사이에서 자연스럽게 읽히는 책이다. 





한편, 이 책은 저자의 순례길 그 자체의 여정보다는 순례길에서 만나는 건축물과 그 건축물의 형성 과정, 건축에 담긴 사연과 신화적인 내용에 대한, 저자(건축가)의 스토리텔러로서의 자료가 두드러진다. 





또한 그가 썼던 <스페인은 건축이다>, <스페인은 가우디다>, <스페인, 바람의 시간>등을 읽어 보진 않았지만. 이 책들에 담겨 있을, 저자의 스페인에 대한 깊은 애정과 건축물을 보면서 성찰한 내용이 구석구석 담겨 있을 것만 같다.  





"수백년 동안 무너지고 다시 쌓아올려진 절대 사랑의 공간에서 하루를 시작하고 하루를 마감했다. 대성당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 사랑은 세상의 끝, 산티아고의 무덤으로 우리를 이끌어주었다. 그 신비한 사랑은 9세기부터 지금까지 순례자들을 산티아고 대성당으로 이끌어주었던 절대 사랑이었다." (332쪽)





"인간이 대성당을 지었지만 대성당이 인간을 성장시켜주었음을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축이 사랑의 온기로 증명해주었다." (333쪽. 에필로그; 사랑의 공간, 산티아고 순례길의 건축)





"박물관을 돌고 돌아 산티아고 시신을 배에 싣고 가는 나무조각 앞에 섰다. 빛바래고 틈이 벌어진 조각 앞에서 발걸음이 얼어 붙었다. 조각 앞에서 몇 번이나 사진을 찍으려다 마음을 접었다. 


빛이 바래 나뭇결의 틈이 벌어져 오래 쓰다 버린 빨래판 같은 조각 앞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작은 거룻배에 산티아고 시신을 눞히고 제자 두 명이 타고 잇는 평범한 조각을 바라보다 장인의 마음이 손에 잡혔다. 신화를 사실보다 더 진실이라 믿은 장인의 혼을 발견했다." (293쪽)





가장 인상적인 점은 사진들이다. 아니, 사진 뿐만 아니라 저자가 직접 스케치한 그림들도 인상적이다. 특히 사진 속의 대상들은 색감과 질감과 구도가 화려하거나 기교를 부린 느낌이 들지 않아서 좋다. 마치 여행길 현장에서 직접 찍은 듯한 사실감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순전 나의 안목에서 그렇다는 것이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저자의 것과 핀란드 독립필름제작자인 카리타, 원광대 윤기병 교수, 손진 건축가의 사진 등이 포함되어 있다고 하는데. 아무튼 건축 관련 여행 사진책으로만 보아도 손색이 없을 것 같다. 





건축물에 담긴 사연, 역사, 신화, 인물들의 스토리. 그리고 그것을 보면서 현장에서 느꼈던 저자의 담백한 감상들과 엮어서 만들어 놓은 문장들. 좋다, 딱 내 스타일이다. 간결하고 화려하지 않은, 그러면서도 뭉클함이 느껴지는 따스함. 그것들이 느껴진다. 





사도 야고보(산티아고)의 무덤이 있는 산티아고 대성당. 그 곳으로 걸어가는 길. 카미노 데 산티아고. 그 끝에서 만나는 성당은 사도 전도에 실패해 예루살렘으로 떠났다가 죽어서 다시 돌아온 곳. 인간은 어차피 어디선가 왔다가 어디론가 다시 가는 바람(또는 구름)같은 존재. 





그런 실낱같은 인간의 운명과 절묘하게 맞물린 것 같은 순례의 길. 그 길에서 만나는 성당과 건축들. 아름답고 숭고하다. 그 아름다움과 숭고해진 길 위의 사람들의 겸손함을 저자를 통해서 대신 만나는 기분이다. 




도서 리뷰 원본은 http://blog.yes24.com/document/11538121 예스24 블로그에 있습니다 ^^ 



                                                             

스페인 건축을 2층 집에 비유하며 그려놓은 '중세 스페인 건축 개념도'가 가장 인상적이다. 파리의 노트르담성당에서부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까지. 한눈에 쏘옥 들어오는 그림. 간결하면서도 강렬했다. 뿐만 아니라 프랑스길 순례길에서 산티아고의 발코니 피스테라까지 728km 길에 줄지어 있는 대성당과 수도원을 그려놓은 그림까지. 집(건축)이란 희망과 기적과 고통과 인내가 이루어진 결과물 같은 느낌을 받게 한 저자의 철학이 담겨져서 좋았다. (특히 '산티아고 대성당' 등 몇몇 스케치는 한동안 시선을 붙들어 두었다. 




이 책 속에 있는 몇몇 사진을 내 폰 카메라로 담아 보았다. 포샵 필름이 들어가서. 책 속의 그 은은하고 품격 있는 이미지를 담아내지 못하지만. 저자가 사진을 통해서 보여주려는 건축의 아름다움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석조 다리의 디자인과 아르가강에 비친 아치교의 동심원이 보여주는 아름다움. 너무너무 좋았다. 책의 곳곳에서 만난, 지난 몇 년 전에 파리에 며칠 머물면서 보았던 성당과 몇몇 건축물, 그리고 제로 포인트 등은 너무나 반가워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일자 무식으로 관람하고 그냥 무심결에 지나쳤던 조각 한 조각에서도 예술의 혼과 정성과 인내와 기적과 사랑이 담겨 있었다니. 언제 다시 가게 된다면, 그때는 그렇게 무식하게 관람하지 않으리라 다짐까지 한다. 




언젠가, 정말 언젠가, 스페인이나 프랑스나 순례길에 오른다면, 이 책을 꼭 가지고 가리라. 여정의 자세한 지도 같지는 않지만, 여행 안내서 같지는 않지만, 길 가는 어느 곳에서 문득 만날 건축물 하나하나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다시 듣고 싶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저자의 바람대로 "낯선 성소의 문을 수없이 두드리며 산티아고 무덤에 다다르기 위해 온갖 시련을 겪으며 걸어가는 사람들에게 지팡이가" 충분히 되어 줄 것 같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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