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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Aug 24. 2019

도서 리뷰 [수집가의 철학]  폰박물관과 함께한...

애면글면했을 저자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다

Daum에디터

도서 리뷰 [수집가의 철학] 애면글면했을 저자의 노고를 고스란히 담다 


"수집가의 안목이 역사가 된다" 


이 문장은, 이 책의 저자이자 수집가로 존경받을 수 있는 이병철님의 수집 철학이 집약된 문장이다.  


"그까짓 것 뭐하러 모으냐고?" 

"수집되지 못하면 역사로 기록되지 못한다." 


국문과를 졸업하고 글쓰기와 기자로 업을 삼아 살던 저자. 10년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던 저자는 5,60대 휴대전화를 모아 체계를 세우면서 60대의 10년을 폰박물관에 보냈다. 

그 사연과 소회를 기록한 내용을 모아 모아서 담아 내놓은 책이 이 책이다.  


이 책에는 각종 다양한 폰(전화기)에 대한 역사, 사연 등이 어마어마하게 담겨 있다. 

가히 "포노 사피엔스"(스마트폰으로 문화 생활을 영휘하는 신인류를 지칭함) 시대에 걸맞는, 우리가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상식적으로 알고 있어도 좋을-폰의 역사와 그 폰을 수집하게 된 과정까지 방대하게 담고 있다.  


전화기(폰) 각각의 방대한 스토리 뿐만 아니라 그것들이 세계사, 한국사, 인류 역사에 끼친 영향들. 세계 폰들의 비교 측면에서의 장단점. 영화의 장면들이 제시되고, 옛날 영화에서 통신의 역사를 발굴하고. 고종이 처음 썼던 전화기는 무엇일까. 고종의 전화가 김구를 살렸다-는 이야기는 사실일까. 이런 저런 일화들을 역사적으로 고증하는 작업을 감수하고. 고종 황제가 직접 썼던 전화기를 만날 수 없어서, 그와 같은 제품을 스웨던에서 사 와서 박물관에 보관하고. 그 열정을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그가 수집한 것들 뿐만 아니라, 그가 그것들을 수집하기까지의 과정도, 그 열정도, 그 기록도 모두 역사가 될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이 집약되어 있는 세계 최초의 폰박물관이 경기도 여주시 점동면 오갑산 산속에 세워져 있다.  



내가 1992년 2월부터 2005년 1월까지 꼬박 13년을 살았던. 우리 아이들의 태어난 고향이기도 한 그곳 여주. 그곳에 떡 세워져 있는 "세계 최초 휴대전화 박물관". 위의 사진을 보는 순간. 기분이 아주 남달랐다. 마치 내 살던 고향의 어느 산골 마을에 아름다운 향기 가득한 꽃동산이 들어선 기분. 뭐라 표현할 수 없는 감흥이 일었다. 가까운 시일 내에 이곳을 찾아 가리라. 


여주는 도자기, 고구마, 쌀 등의 고장인데. 이곳에 세계적인 박물관이 있다니. 괜히 뿌듯하고 좋다. 

그런데 이렇게 역사적으로 가치가 있는 세계적인 이 박물관을 대중들이 더 알았으면 하는데. 

그 개관이 2008년. 벌써 11년이 되었는데. 이곳을 왜 몰랐을까.  


지난 5월에 여주를 방문했을 때도 나는 이곳을 몰랐다. 내가 문제가 있는 것인지, 박물관 홍보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이 책을 통해서라도 그곳이 조금 더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특히 이 책 속에 실린 사진들은 거의 대부분이 폰박물관에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소재로 한 것이니, 사진과 글만 읽어도 박물관 속의 역사- 폰의 세계사를 읽어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 책에도 그런 마음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애면글면 뜻하는 바를 이루려고 얼마나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다양한 작전을 펼쳤을까. 

결코 혼자서는 이룰 수 없는 거대한 일. 


그 노고와 그 노고에 함께 했던 이들의 사연과 감회가 담겨 있는 내용들. 

각 글에는 끝에 그 글을 썼던 날짜가 기록 되어 있다. 마치 일기나 칼럼처럼. 저자의 정직하고 순한 감정들을 여과없이 느낄 수가 있다.  


"한글은 휴대전화에 세계에서 가장 빠르고 편한 문자 입력 방식을 구현했다. (...) 세종대왕은, 형이상학에 빠져 한글을 뜻글자인 한자보다 못하다고 본 조선 시대 학자들뿐만 아니라 읽고 쓰기의 편리성에서 한글을 영어보다 못하다고 본 광복 이후 학자들까지도 할 말이 없게 만들었다. 오~! 500년 앞을 내다본 혜안이여. (2008.12.18)" 


세종대왕 뿐만 아니라, 이십 여년 이상 휴대폰을 수집하고, 그것이 또 역사가 되리가 굳게 믿고, 세계적인 폰박물관을  개관한 저자도 향후 500여년을 앞서 간 분이시라 - 믿어 의심치 않는다. 




한때 폰 디자인 역사에서 전설이 되었던 LG의 초콜릿폰. 이런 것도 있었다니.

아니, "아 이런 것도!" 하는 감탄사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나오게 된다.  


400여쪽이 다 되는 책의 방대한 분량 가득 빼곡하게 채운 폰의 종류과 사진들. 

대.단.하.다.


이게 과연 한 사람의 노고만으로 이룩한 일이랴. 그를 돕고 격려해 준 수많은 사람들에게, 이 리뷰를 빌어서 감사의 마음을 함께 전한다. 




명함 크기의 SIM카드를 쓰던 시절. 지금은 완전 그것의 4분의 1도 안 되겠지만. 

역시 "포노 사피엔스" (폰을 사용하는 신인류 시대)의 진화는 가히 급진적이라 할 수 있겠다.  




전쟁에서 중요한 통신. 그 통신에서 사용했던 무선 전화기의 자태와 위용을 보라!! 




목소리를 전기 신호로 바꾸는 액체 송화기!!

이런 것이 존재한다는 것도 처음 알고. 




흐흐. 시티맨이라. 이런 용어가 벌써 옛스럽게 낡은 유물처럼 뒤안길로 살아졌다니. 




아, 가로본능!! 이 얼마나 반가운 카피인가. "핑크 효리폰" 엄청난 인기를 구가했었지.  



"우리는 역사를 만들 것이다" 아이폰을 처음 소개할 때 스티브 잡스가 이 말을 했다. 오늘날 이 말은 거의 들어맞은 것 같다. 


'포노 사피엔스', '호모 모빌리쿠스'라는 신인류를 의미하는 용어들이 등장했고, 디지털산업,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하는 지능정보혁명, 즉 4차 산업혁명이 어마어마한 속도로 세상을 잠식하고 있다.  


단순한 통신기술이 정보통신기술이 되었고, 그 기술이 삶과 문화와 역사를 지배하고 있는 듯한 풍경이다. 

이런 즈음에 우리가 나갈 방향은 어떤 모습일까?  


과연 '아이폰'은 세상을 바꾼 것일까? 이 세상은 이렇게 폰의 세계에서 허우적거리며 진행될 것인가. 

이런 국면으로 흐른다면 휴대전화(폰, 전화기)는 어마어마한 세계 문화 유산이 되고 말 것이다. 특히 문명 인류사 관점에서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 책은 읽어 볼 이유와 가치가 충분하다. 세상 사람(십대 이상) 대개가 한번쯤 경험해 보았을 폰의 세계, 그것의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무심한 태도는 오히려 폰에 대한 '예의'가 아닐 것 같다.  


(그리고, 번득...

출판사 <천년의 상상>이라는 이름과 <세계적인 폰 박물관>이라는 이름이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 마치 꽃과 나비처럼 아름답게 어울린다는 느낌. 이것은 그야말로 완전 나만의 착각이겠죠^^)   


[이 리뷰는 예스 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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