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Aug 17. 2019

영화 리뷰 [우리들, 2015]

"눈부시지만 아프도록 정직한 카메라"

영화 리뷰 [우리들 THE WORLD OF US, 2015]  


"눈부시지만 아프도록 정직한 카메라"  


이 영화는 한마디로, 아이들의 메소드 연기를 볼 수 있는 최고의 영화이다. 특히 선과 윤 남매를 연기한 최수인과 강민준. 연기가 아니라 그들의 현실 모습과 표정, 대화를 그대로 카메라로 담아 낸 것 같다.   



* 영화 정보   


감독: 윤가은 (이 영화로 많은 상을 수상함.)

출연: 최수인(선), 설혜연(지아), 이서연(보라), 강민준(윤)  

개요: 한국, 드라마, 94분, 전체 관람가 

개봉: 2016년 6월 16일 



* 기본 줄거리   


그 여름, 나에게도 친구가 생겼다. 
 “내 마음이 들리니”
 


언제나 혼자인 외톨이 선은 모두가 떠나고 홀로 교실에 남아있던 방학식 날, 전학생 지아를 만난다.
서로의 비밀을 나누며 순식간에 세상 누구보다 친한 사이가 된 선과 지아는 생애 가장 반짝이는 여름을 보내는데, 개학 후 학교에서 만난 지아는 어쩐 일인지 선에게 차가운 얼굴을 하고 있다.
 


선을 따돌리는 보라의 편에 서서 선을 외면하는 지아와 다시 혼자가 되고 싶지 않은 선.
어떻게든 관계를 회복해보려 노력하던 선은 결국 지아의 비밀을 폭로해버리고 마는데...
 


선과 지아. 
우리는 다시 '우리'가 될 수 있을까?  



* 나의 영화 감상 노트  



90여분, 길지 않은 영화 관람 시간 내내 긴장감이 유지된다. 그리고 참 뜨끔한 내용을 보게 된다. 11살 소녀들의 꾸미지 않은 시선을 통해서 현실 사회의 이면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었다. 어느 누구도 제대로 잘못한 사람이 없는데, 언제나 불안하고 차갑고 무겁고 긴장된 분위기를 형성한다. 친한 친구가 안 되면 적이 되는 상황, 뒷담화를 통해서 이간질 하게 되는 관계. 무섭다. 소녀들의 솔직한 생각도, 친구를 만들어 가는 과정도, 그것을 유지하려는 노력도 무섭게 다가웠다. 어쩌면 우리 기성세대의 자화상은 아닌지. 아니면 그 나이 또래들이 가지고 있는 특유의 정서적인 특징인지.   


가장 인상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주인공 남매 선과 윤이다. 

특히 영화 후반부 집안 식탁에서의 마지막 대화는 혀를 차게 한다.  

"너도 더 때려야지. 그냥 놀아?", "그럼 언제 놀아? 때리고 또 때리고 그렇게만 하면 언제 놀아?" 

아, 번득 깨닫는 주인공 선처럼 나도 깨닫는다. 살면서 싫어하고 미워하고 때리려는 마음만 있으면, 언제 놀고 언제 즐겁고 언제 행복하지? 


영화 시작과 끝. 체육시간 피구가 나온다. 이 피구 놀이는 인간의 생태계를 은유적으로 보여 주는 것 같다. 가위바위보를 해서 이길 때마다 한 명씩 자기 편으로 데려가는 방식. 좋지 않다. 무슨 인간 관계와 생존 방식이 자기편 뽑기로 결정이 되다니. 여기서 왕따, 따돌림, 놀림 받는 아이가 남게 된다. 아주 단적인 면들이지만, 현실 구조의 한 단층을 똑바로 보여주듯이 전달되는 메시지는 뚜렷하다.  


영화 내용에서 은유와 상징이 거의 없다. 친한 친구(또는 관계)를 만들기 위해서 행하는 일련의 과정들, 관계가 무너져가는 과정들, 관계가 무너졌을 때 회복하기 위해서 이루어지는 행위들, 그리고 폭로전. 짧은 시간 동안 소녀들의 민낯을 통해서. 위의 모든 과정들이 거침없이 직설적으로 폭로되듯 보여진다.  


그래도 다행이다. 어떡하든 선과 지아가 다시 '우리'로 회복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아서. 

그 과정에서 일등공신은 그 꼬마 배우, 윤의 역할을 했던 강민준 배우가 아닌가 싶다. 

아이다운 천진함과 동시에 능구렁이 다섯 마리 이상은 숨겨 놓은 듯한 능글스런 어른스러움이 동시에 등장하는 대사발. 정말 놀라웠다. 한마디 한마디가 꾸미지 않았음에도 깊이 있는 성찰 끝에 나오는 듯한 대사였으며 속이 시원하게 뚫리는 사이다성 발언이 있기도 했다.  


선과 지아 누가 더 잘못했다고 평가하는 것은 무모한 일이다. 두 사람이 어긋나게 만드는 상황이 존재하고 그 상황은 그들이 만들어 냈다기보다는 그들이 속한 집단과 관계 속에서 파생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의 문제이다.  


선과 지아는 처음에는 서로에 대한 믿음이 부족한 미숙한 상태에서 받아들인다. 그러면서 더욱 더 오해가 쌓이고. 

그렇지만. 서로 치고 받고 깨지는 과정 속에서 한층 적극적으로 다가서게 된다. 속시원하게 비밀을 털어 놓기도 하고. 물론 폭로전이라는 나쁜 방식이지만. 그것도 표현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을 수도 있겠다 싶다. 서로가 더 단단하게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이 작품은 2017년 53회 백상 예술대상에서 영화 시나리오상을 수상했다. 이야기 구조가 탄탄하고 메시지 전달이 뚜렷하다는 의미일 것이다. 어서 보아야지 하다가, 이렇게 3년 가까이 흐른 뒤에야 보게 되었다.  


우리 학생들, 특히 11살 소녀들을 이해하는 데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은 영화이다. 어른들이 챙겨 보았으면 한다. 왜 그들은 그렇게 내편 니편이 중요하고, 또 그렇게 짝을 지어서 다녀야만 하는지. 그 속내와 과정이 조금 무섭지만, 구체적으로 접근할 수 있는 내용이었다. 



원본 출처 : 예스24 블로그 http://blog.yes24.com/document/11553624


매거진의 이전글 영화 리뷰 [분노의 질주: 홉스&쇼, 2019]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