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찻잎향기 Nov 21. 2018

멜로 영화_ 해어화

영화 리뷰, 영화 다시 보기

2015년에 관람했던 영화를 2018년에 다시 본다.


{영화 다시 보기} (10점 만점에 7점을 주었던 영화 "해어화")         

 

이렇게 흐린 날에는, 한 여인이 사랑을 잃고 파멸되는 과정을 보고 싶다.      

.. 이렇게 미쳐 버릴 것 같은 날에는 ..          



{아래 파란색 부분은 지난 2015년에 썼던 리뷰입니다}


#해어화 (2015, 감독 박흥식)     


...........................................................................................

[주연] 한효주(정소율), 유연석(김윤우), 천우희(서연희)

[인상] 한효주는 여전히 눈부시다. 한복 차림, 특히 연두색 치마가 눈에 아른거리다. 그리고 청아하게 울리는 여인의 목소리, 울림, 떨림.

...........................................................................................     


▸ 단아한 한복, 우아한 한복, 상큼한 한복.. 연두색 치마

▸ 공간적 배경과 옛날 정취가 풍기는 소품과 깊이 있는 멋스러움

▸ 여자의 외골수 사랑, 남자의 변하는 사랑

▸ 여자에게 친구란, 친구의 남자를 사랑하는 일이란

▸ 어떤 사랑은 집착이 되고 파멸이 된다는 것

▸ 재능은 그 자체로 아름다운 것

▸ 재능은 비교하면 추해진다는 것

▸ 청아한 목소리의 노래들, 배우들이 직접 부른 노래들     


 이런 말들이 떠오르는 영화입니다. 봄날의 나들이를 대신할 만큼의 상큼함이 있고, 색상이 고운 영화입니다. 저보다 나이가 13살 어린 친구(?)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 영화는 남자랑 보는 것보다 여자랑 보는 것이 할 얘기가 많을 것 같아서요. 영화를 보기 전에 '리뷰'와 '댓글'을 여러 개 읽고 갔어요. 그런데... 미리 본 리뷰들보다 나쁘지 않았어요.


 다만. 결혼을 맹세한 여자의 친구를 사랑한 남자의(유연석), 세상에 단 하나 밖에 없는 친구의 남자를 사랑하게 된 여자의(천우희), 섬세한 갈등과 심리 묘사가 없어서, 인물 간의 갈등과 부딪침이 없어서 맹숭한 맛이 좀 있었어요. 적어도 두 사람이 사랑하게 되면서, 또는 사랑을 나누고 난 뒤라도, 소율(한효주)에게 죄책감 또는 미안함- 등의 감정들이 있어야 했지 않았을까요? 나쁜 캐릭터들입니다. 노래 잘 하고, 그 노래가 작곡가의 영혼과 감성에 맞으면 그만인지. 소율 캐릭터의 내면 변화, 행동은 나쁘지 않았어요. 그녀답게 정갈하면서도 냉소적인, 또는 그렇게 속에서 끓어오르는 분노를 분출하는 방식이. 처연했다고 해야 하나. 그런 처연함. 충분히 공감합니다. 사랑하는 남자를, 사랑하는 친구를 한꺼번에 잃는 심정이 어떨지. 조용하게 삼키는 모습이 좋았어요.


 반면에 잔인한 욕망이 꿈틀대는 이야기도 좋았어요. 젊어서 자신의 재능과 가치를 고스란히 볼 줄 모르는 질시? 오만? 같은 것도 엿보여서 좋았어요. 


 가볍게, 1940년대의 영상과 갖가지 고운 한복의 멋스러움을 즐기러 가야지, 하는 마음으로 영화를 봐서 그런지. 스토리도 나쁘지 않았고. 때론 장면 장면에서 뭉클했습니다.      


 감정을 꾹 눌러 참아야 했던, 미워도 싫어도 초라해도 그 감정 잘 표현하지 않던 어떤 한 시절이 떠올라서 아주 많이 뭉클했었나 봅니다.      


[출처: 이런 영화 어때, p.23-24 / 2018, 부크크/ 찻잎미경]          




2018. 11.21. 수요일 오후.


오늘 날씨가 쌀쌀합니다. 하늘은 잔뜩 흐려 있고. 이런 날 저는 이상하게 정서 지수가 올라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경우에 “미쳤다”고 얘기를 하지요. 가끔 저는 그런 소리 듣는 것도 좋아합니다. 정말 독특한 취향이지요.      


해어화 (解語花, LOVE, LIES, 2015)

이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이 영화는 둘도 없는 친구 사이인 소율이 연희를 사랑하는 한 남자로 인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는 것이 서사의 핵심입니다. 어찌 보면 미쳐가는 인물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는데. 그런데 저는 그렇게 미쳐가는 여인 소율의 모습이 아무렇지도 않게 이해가 됩니다.      


소율을 전통음악을 하는 예인이 아닌 대중 가수를 꿈꾸게 만든, 그런 계기를 부여한, 인물이 작곡가 윤우인데. 그의 마음이 소율이 아닌 연희에게 가 있음도 그냥 다 알 것 같구요. 아마도 이런 우중충한 날씨를 좋아하는 것만큼이나 그런 이상한 좋아함의 취향일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조선의 마지막 기생의 숨겨진 이야기를 들려 주는 해어화. (해어화의 뜻, 말을 이해하는 꽃, 즉 미인을 이르는 말이죠.) 소율의 이미지, 단아함, 형형색색의 한복 차림의 우아함은 그야말로 해어화 그 자체입니다.      


비가 오는 날, 집안에서 따뜻한 차와 쿠키를 먹으면서 보셔도 좋을 영화입니다. 물론 중간중간 인간이 파멸되어 가는 모습도 보이지만. 살다 보면, 사랑을 잃다 보면, 욕망에 사로잡히다 보면, 그 정도 망가지지 않는 인간이 어디 있겠습니까.           



출처: 이런 영화 어때

매거진의 이전글 퀸의 음악, 음악 영화를 좋아하는 분들이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