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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찻잎향기 Oct 05. 2019

영화 추천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연기

영화 리뷰 [조커] 호아킨 피닉스의 미친 연기  


2019년 제76회 베니스 국제 영화제에서는 이 영화에 황금사자상을 주었다. 그런데 나는 반대다. 작품상보다는 연기자상을 주었어야 했다. 이 작품이 명작일까 아닐까를 논하기 보다는. '조커'라는 캐릭터를 연기하는 배우 호아킨 피닉스를 먼저 봐야할 것 같다. 그는 이 캐릭터를 연기하기 위해 미쳐버린 것 같다.  


그의 연기는 온몸이 보여 주고 있다. 날카로운 연기를 위해 어마어마한 다이어트를 감행하고, 뼈와 살가죽만 남은 몸으로, 온몸으로 연기를 한다. 몸도 연기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강렬하고 슬픈 눈빛. 깊은 표정. 기괴한 웃음 소리. 등뼈와 갈비뼈에 흐르는 각박한 에너지. 몸짓에서 흘러나오는 광기와 분노의 리듬. 그야말로 이 영화는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이다. 호아킨 피닉스를 위한 호아킨 피닉스에 의한 호아킨 피닉스의 영화이다.   


:: 영화 정보 ::  


감독: 토드 필립스 

출연: 호아킨 피닉스(아서 플렉/조커) 

개요: 미국, 드라마/스릴러, 15세 관람가

개봉: 2019년 10월 2일 


[영화 '조커'의 한 장면, 호아킨 피닉스] 


:: 영화 감상 :: 


단 한 순간도 행복한 순간이 없었다고 여기는 남자. 자기애와 과대망상, 우울증을 앓고 있는 남자. 하루 7알 이상의 약을 먹어야만 하는 남자. 아버지는 없고 어린시절 엄마에게 학대를 받을 줄도 모르고 엄마를 돌보며 살았던 남자. 삐에로의 분장을 하고 억지 웃음을 지어야 하는 남자. 슬프면 슬플수록 분노가 끓어오를수록 웃음이 터져 나오는 남자. 아이러니한 영화다. 슬픔과 분노가 웃음이 되고 그 웃음이 다시 고통이 되는 상황. 비극인 줄만 알았던 장면은 코미디가 되고.  


어찌 보면 우리 나라 영화 <기생충>을 닮았다. 영화를 다 보고 나면 굉장히 찝찝한 이 기분. 아주 많이 닮았다. 계단을 높이 높이 올라가 보았자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빈민가 아파트와 거지같은 삶이 있고.  


탈출구라곤 전혀 없을 듯한 어둡고 더럽고 추잡한 거리와 양극화된 빈부의 팽창할 대로 팽창하여 언제 어떻게 지뢰처럼 터져버릴지 모를 미국의 한 도시-고담시. 그곳은 곧 우리 현대 사회의 단면을 정면으로 보여준다. 분노와 폭력이 난무하는. 그런데 그 분노와 폭력을 상징하는 듯한 인물로 조커가 묘사되고. 광대 아서 플렉은 코미디언을 꿈꾸는 남자였을 뿐인데도 말이다. 


하지만 모두가 미쳐가는 코미디 같은 세상에서, 그는 맨 정신으로는 그가 설 자리가 없음을 깨닫게 되는데. 춤을 춘다. 뼈다귀만 있는 등과 갈비뼈로. 광기어린 눈빛으로. 손가락 끝 담배 연기와 함께 깊은 분노를 내뿜으며 춤을 춘다.  


아, 호아킨 피닉스의 그 춤사위들. 무성영화처럼 소리없는 춤사위. 결코 잊지 못할 것 같다. 

그가 새롭게 태어나는 듯한 장면, 또는 전환의 시점에서는 꼭 춤을 춘다.  


그리고 마지막 장면에서의 호아킨 피닉스의 클로즈업된 얼굴. 깊고 깊은 눈빛. 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나도 미쳤다. 결국은 범죄자인 조커의 마지막 고백 장면에서 그의 얼굴에 반하고 말다니. 여태컷 그의 영화 여러 편을 봤지만. 그의 눈빛이 여태컷 본 것보다 이보다 매력적일 수는 없었다. ㅠㅠ 


그리고 음악. 그 음악이 경건하고 장엄했다. 마치 호아킨의 미친 연기력을 떠받쳐 주려고 작정이나 한듯이 말이다. 아름답다고 해야하나 경이롭다고 해야하나. 웅장한 관현악 클래식이 있는가 하면, 추억을 돋게 하는 올드 팝송도 나오고. 경쾌한 리듬의 빠른 음악도 나오고. 음악이 장난이 아니었다. ( MX 영화관의 ATMOS 사운드라서 더 기가 막혔던 것일까.)


혹자는 음악이 과잉이라 지적했다. 그만큼 음악이 압도적이었다는 말이 된다.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와 음악.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람할 가치가 충분히 있다. 

조커의 기원과 배경에 대한 스토리는 몰라도 그만이다. 그저 조커라는 한 생애가 어떻게 범죄자가 되는지, 그 이야기에만 귀기울여도 그만이다.  



[영화 '조커' 속 장면, 호아킨 피닉스] 



이 리뷰는 예스24 파워문화블로그 활동으로 작성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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